[금융 人사이드]'글로벌통'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에 디지털 맡긴 사연GLN 보급화 선두주자, '디지털어벤저스' 수장으로 활약 눈길
손현지 기자공개 2021-04-08 07:27:28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의 부회장 3인 라인업에 새롭게 합류한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사진)에게 맡겨진 임무는 다름 아닌 '디지털'이다. 하나금융의 대표적인 '글로벌 전문가'로 여겨지는 임원에게 디지털 개척이란 특명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문을 산다. 다만 내부 임직원 다수는 "지 부회장만한 디지털 적임자는 없다"고 평가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지 부회장은 중국에서만 20년 가까이 지낸 인물로 성공적인 현지화 성과를 냈다. 현지인에 버금가는 중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하나은행 중국법인의 전설로 꼽힌다. 법인장 시절 12개 분행장을 모두 현지인으로 교체하는 과감한 행보로 해외 언론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영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몇 개 국어를 구사하는 글로벌통으로 디지털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그의 하나은행장 재임 시절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직원들은 그룹에 그에게 디지털 업무를 부여한 게 "전혀 의외가 아니다"고 말한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건 그의 별칭 '글로컬'이란 평이다. 내부 직원들은 지 부회장의 특색을 '국제'(global)와 '현지'(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이란 용어로 지칭한다. 그가 하나은행장 재임 당시 직접 정한 호칭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글로컬이란 단어를 얼핏보면 '글로벌'에 대한 포부만 연상되지만 알고보면 그의 '디지털'에 대한 의지도 이 단어에 담겨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가 중국 등 해외 법인에서 근무할 당시 추구한 '로컬' 전략이 바로 '디지털 현지화'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장 재임 시절에도 이 같은 특색을 잘 보여준 사례들이 많이 있다. 그는 하나은행장 임기 초부터 데이터 정보회사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기존 은행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아예 커머셜 뱅크에서 정보회사로 본질을 바꾸겠다는 포부였다.
이에 따라 지 부회장은 글로벌을 주무대로 삼은 디지털전환(DT) 전략을 내세웠다. 정보통신기술(ICT)에 있어 국내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판단해 글로벌을 결합해 '차별화'된 모델을 구상해왔다. 경영전략 키워드로는 모바일화(All Mobile), 데이터 기반(Data Driven), 글로벌 지향(Global Best)을 강조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 부회장으로 인해 사내 분위기가 역동적으로 바뀌었고 플랫폼 혁신도 진일보했다"며 "특히 디지털어벤저스를 꾸려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GLN을 정착시킨 장본인"이라고 평했다.
GLN이란 하나금융이 2019년부터 도입한 해외 모바일 플랫폼이다. 금융기관,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들을 하나로 묶은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시스템이다. 자사 고객이 해외여행 시 스마트폰만 가면 현지 화폐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한 셈이다. 즉 GLN 스티커가 붙어 있는 현지 매장(편의점, 백화점, 면세점, 식당 등)에서 바코드나 QR코드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게된 셈이다.
지 부회장은 GLN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현재 대만, 일본,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가에서 통용되고 있다. 해외 ICT기업이나 SNS기업과의 협업도 이어갔다. 해외 현지에서 구축한 사용자 베이스와 브랜드 역량,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특히 인도네시아 ICT 기업인 라인과 합작은 센세이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모바일 리테일뱅킹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그는 소위 '디지털어벤저스' 수장을 맡아 모바일 플랫폼인 하나원큐 개발을 이끌었다. 경영진 회의 때는 "우리끼리 있을 때라도 사명을 (스마트폰 앱 이름을 딴) 원큐은행으로 불러야 하는거 아니냐"는 등 말을 하며 디지털 사업에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는 전언이다.
내부 디지털 역량 강화에도 크게 힘써왔다. 1200여명의 디지털 인재를 영입해 신기술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 자체에 혁신을 도모했다. AI(인공지능) 기반의 챗봇 시스템도 고도화하는 등 그룹의 통합 디지털 전략 설계와 계열사 간 협업을 이끌어내는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김정태 회장이 추구하는 DT의 지향점과도 어느정도 부합한다. 김 회장은 2017년 인천 청라에 그룹 통합 디지털 전진기지인 '하나디지털캠퍼스' 세웠다. 작년에는 IT 예산 규모를 3000억원대로 잡고 디지털 역량강화에 매진했을 만큼 디지털 인재양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말뿐이 아닌 디지털 성과들을 내왔으며 집단지성을 통한 혁신을 강조해 직원들로부터 탄탄한 신뢰를 받고 있다"며 "국내 네트워크가 약했던 인물이 부회장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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