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시스템 '대수술' 빌리언폴드, 변동성 잡을까 [인사이드 헤지펀드]'ARS 관리툴 모티브' BBAS 도입...3개월간 매니저 최대손실률 적용 '배정 북' 조절
이효범 기자공개 2021-04-21 08:01:24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9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이 신규 운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BBAS(Billionfold Book Allocation System)라는 명칭의 시스템을 적용해 펀드 수익률 개선에 나섰다. 현재 시스템을 적용해 성과 변화를 추적하는 단계다.BBAS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롱숏전략으로 부활을 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내 증시 등락에 따라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변동성을 잡을지도 주목된다.
◇작년 12월 운용시스템 BBAS 적용…개별 매니저 성과 관리 '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부터 '빌리언폴드 북 올로케이션 시스템(BBAS)'을 운용체계에 접목했다. 팀 운용 체제로 펀드를 운용해 온 가운데 각 매니저의 운용성과의 합인 펀드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BBAS의 핵심은 펀드 매니저의 개별 운용특성과 사이클을 파악, 적합한 시점에 매니저의 운용 북(Book) 사이즈를 조절하는 데 있다. 펀드 기준가가 1000원 이하로 내려간 상태일 경우 매니저가 배정받은 북을 운용해 손실을 내고 있다면 로스컷을 유도하고 운용 북을 축소한다. 기준가 1000원을 상회할 경우에는 그로스(Gross)를 조절한다.
그로스는 펀드매니저가 배정받은 북에서 운용 가능한 한도와 비슷한 개념이다. 가령 배정받은 북 10억원 중 그로스 컷(Gross Cut)을 30%로 책정할 경우 실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3억원으로 제한되는 식이다. 펀드의 손실 구간인 기준가 1000원을 하회하면 북컷(Book Cut)을 진행한다. 북컷은 매니저에게 배정한 운용자금 자체를 줄이는 일이다.
그로스와 북 등을 조절하는 기준은 '99%VAR'에 있다. 이 개념은 3개월간의 수익률 추이를 관찰해 해당 매니저에게서 하루 동안 나타날 수 있는 최대 손실률이다. 이를 기준으로 5영업일간 2회 이상 99%VAR를 넘는 일간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로스 축소를 권유하거나 북을 줄인다.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펀드 수익률에 기여도가 높은 매니저의 북은 점차 커지는 반면, 기여도가 낮은 매니저의 북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시스템 아래에서 매니저는 북을 배정받으면 초기에는 수익률 버퍼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 잃지 않는 투자에 주력하는 셈이다. 또 매니저의 성과가 하락 사이클로 전환할 시에는 그로스컷이나 북컷을 통해 발빠른 대처를 할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이 시스템의 단초를 제공한 건 ARS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에서 영입한 신한금융투자 에쿼티스왑(Equity Swap) 부서 출신 인력들이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과거 ARS상품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30여개 정도의 국내외 자문사와 운용사들에 시딩투자를 관리한 경험을 살렸다. 당시 활용했던 관리 툴(Tool)을 기반으로 BBAS를 만들었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이 시스템 적용한 이후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내고 있다. 2018년 1월 설정한 대표펀드인 '빌리언폴드 Billion Beat-MS'의 수익률은 BBAS 적용 후부터 올해 3월말까지 9.64%다. 연환산 변동성과 하락변동성은 각각 5.81%, 3.93%다. 반면 설정이후 누적 운용기간 동안 연환산 변동성과 하락변동성은 23.59%, 18.87%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운용자산 감소세, 공매도 금지 등 타격...BBAS로 재기 노린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이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건 수익률 향상과 함께 변동성을 잡기 위해서다. 2017년말 첫 헤지펀드를 출시한 이래 줄곧 팀 운용 체제를 유지해오면서 펀드 수익률 변동성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돼 왔다. BBAS를 도입하기 전에도 각 매니저들에게 운용 북(book)을 할당하긴 했지만 99%VAR을 기준으로 북을 조절하는 방식을 쓰지는 않았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2016년 6월 설립돼 이듬해인 2017년 투자자문업,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완료하고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장 출신인 안형진 대표가 합류해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본 운용전략은 롱숏(long-short)전략이다.
2018년 펀드를 20여개 출시하면서 운용자산 규모를 3800억원 대로 키웠다. 다만 이듬해인 2019년말 1400억원대로 감소했다. 당시 빌리언폴드 Billion Beat-EH, RV, ED, MS 등의 연초후 수익률은 모두 10% 안팎에 형성됐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 역시 9% 넘게 상회했다. 지난해 각 펀드들의 연초후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하면서 전체 운용규모도 500억원 대로 줄었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은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안 대표 단독 운용 체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상반기 동안 운용체계가 다시 안정을 되찾자 같은해 하반기부터 팀 운용체제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주 전략인 롱숏운용에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
다만 새로 개발한 운용 시스템을 기반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빌리언폴드자산운용 관계자는 "야구를 예로 들면 타율 등 여러가지 통계지표를 토대로 타자에게 타석에 오를 기회를 주는데, BBAS 역시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며 "VAR 등의 지표를 활용해 펀드 수익률에 기여할 수 있는 매니저에게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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