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철수]매력 정말 없나…자산가·해외네트워크 확보 '이점'WM·글로벌 등 부문 경쟁력 흡수 가능, 금융지주사 앞다퉈 인수 검토
손현지 기자공개 2021-04-21 07:50:06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0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사들이 한국씨티은행의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리테일부문 인수 시 오랜 자산관리(WM) 노하우를 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 권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특히 KB금융·신한금융지주 등 일부 은행지주사들이 이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딩뱅크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금융권을 위협하는 빅테크에 대항하려면 오프라인 경쟁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도 자리잡고 있다.
◇알짜 WM사업 인수 기회 열렸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내주 27일 이사회를 열고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논의한다. 국내 금융업계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사업 통매각, 자산관리(WM)와 신용카드 등 각 부문의 별도 매각,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는 수순 등 3가지 방식이 유력하게 전망되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인수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자산현황, 시장 경쟁력 등 기초 자료 분석, M&A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단계다. 통매각이든, 분리매각이든 자산관리(WM) 부문을 취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WM,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 세부 분야를 분리해서 매각이 추진될 경우를 주시하고 있다. 그럴 경우 한국씨티은행의 최대 강점인 WM부문만을 취해 이익을 누릴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서울 반포, 청담 등 8곳에서만 WM센터를 소규모로 운영 중이다. 사이즈가 그리 크진 않지만 고액자산가 등 알짜 고객층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은 선구적으로 WM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오랜 프라이빗뱅커(PB)노하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차별점이 바로 1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고액자산가를 관리하는 '씨티골드 프라이빗 클라이언트(CPC·Citigold Private Client)제도다.
한국씨티은행은 작년 한 해 동안 CPC 신규 자금 유치에서 두자리 수의 성장을 이뤄냈다. 비결은 바로 씨티그룹 만이 지닌 전세계적인 네트워크와 세계 경제에 대한 분석 자료다. 이는 국내 은행들의 WM이 지닌 한계점이기도 하다.
한국씨티은행 PB들은 CPC고객 대상으로 타 금융기관의 자산까지 고려한 맞춤형 보고서인 '포트폴리오 360'을 제공한다. 자체 분석자료를 통해 국내외 자산과 상품군을 고려해 고객의 위험성향에 맞는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점이 특징이다. 즉 고객 포트폴리오의 5년 후, 혹은 10년 후의 기대수익률과 위험 분석을 철저하게 진행한다.
이러한 WM위주의 사업전략은 오프라인 영업 전략과도 직결돼 있다. 현재 국내 영업점은 총 38개가 분포해있다. 대대적인 통폐합 속에서도 WM 알짜지역으로 꼽히는 테헤란로, 도곡, 역삼, 잠실, 구리 지역 등 8곳은 남겨뒀다. 현재 영업점은 서울권에 20곳, 경기권에는 9곳, 인천·대구·대전 ·부산·울산·광주·제주·경남에 각각 한 곳씩 위치해있다.
WM사업 뿐 아니라 렌딩(여신영업)이나 카드 부문 개별 인수 시나리오를 매력적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통매각에 비해 가격 부담도 덜한 편이고 보완할 사업부문만 골라서 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최근 실적도 좋다. 작년 씨티비즈니스(CitiBiz)는 대출 6조원을 넘어섰고 가계 신용대출도 두 자리 수 성장을 통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카드 부문도 어느정도 고객 기반의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작년 카카오뱅크와의 Co-brand 카드를 출시했으며 새로운 인증방식도 도입했다.
◇국내외 '리테일' 강자로 성장 기회
다음으로 소비자금융그룹 사업 전체를 통째 매각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현재 소비자금융그룹 내부에는 비즈니스개선·개인금융사업·WM상품·WM센터영업·여신센터영업·리테일영업점영업·카드/Loan사업본부 등 총 9개의 사업본부가 포함돼 있다.
현재 일부 은행금융지주와 OK금융그룹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지주사들은 리테일 부분에서 굳건한 입지를 누릴 수 있고 OK금융그룹의 경우 은행업 진출의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빅테크들이 비대면 대출 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온라인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은행들의 최대 무기인 오프라인 영업을 살려 특화 전략을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KB금융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을 통해 아시아 네트워크 확대의 기회를 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씨티그룹 내부적으로 한국,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권역 일부를 묶어 리테일 부문을 매각을 타진하는 방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상대적으로 글로벌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해외사업 돌파구의 수단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아시아 쪽에서 이렇다할 수익을 낸 부분도 없는 만큼 태국이나 필리핀 등으로의 진출 기회로 여길 수 있어 매력적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KB금융은 KEB외환은행 인수전에서 막판까지 타진하다가 발을 뺀 전력이 있다. 당시 SPA체결과 정부승인까지 받고 대금만 지급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KEB외환은행 노조의 강경한 반대, 론스타의 국부 유출 등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국 무산됐다. 당시의 아쉬움이 짙은 만큼 이번엔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을 인수했더라면 지금 글로벌쪽이 더 탄탄해졌을 것"이라며 "다만 씨티그룹의 한국 출구전략이 공식화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아직 정해진 건 없고 레터 등을 받을 경우 인수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의 '몸값'을 2조 원대로 보고 있다. 앞서 2014년 씨티그룹이 일본 씨티은행의 개인금융 부문을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게 통매각한 전례도 있기에 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 이름만 바뀔 뿐 대출·신용카드·WM 등 모든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는 방식이다.
매각 없이 인력 구조조정과 고객 자산 이전 등으로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2013년 HSBC가 국내에서 소매금융을 접을 때와 같은 시나리오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실적이 수년간 부진했고 인력 등의 비중도 전체 시중은행으로 보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의 개인·커머셜금융 순이익은 148억원으로 기업금융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89%로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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