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수소사업 전략]밸류체인 '핵심' 현대오일뱅크, '베일에 가려진' 투자계획③블루수소 사업화로 수소충전소에 공급…50MW급 연료전지 발전사업도 추진
이우찬 기자공개 2021-04-29 15:37:11
[편집자주]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몇 년간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18년 지주사 체제 개편, 2019년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출범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및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노리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소'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꿈꾸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사업 계획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6일 09: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밝힌 '수소사업 밸류체인'의 핵심 계열사다. 수소의 생산·유통·판매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관여하고 당장 올해부터 수소 관련 매출이 발생하는 등 사업의 가시적인 성격 때문이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아 현대오일뱅크가 수소사업에 얼마나 힘을 쏟을지는 알 수 없다.지난 2월 국무총리 주재 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주요 그룹사들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계획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 SK는 연료전지 발전소, 액화수소 플랜트 건설 등에 18조5000억원,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개발 등에 11조1000억원,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 등에 1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발표한 ‘미래성장계획’ 발표에서 현대오일뱅크와 한국조선해양을 주축으로 수소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을 뿐 어느 분야에 각각 얼마나 투입할지 공개하지는 않았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투자 세부 계획은 있으나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룹 수소사업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현대오일뱅크도 수소사업과 관련해 아직 투자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 올 초 4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탈황시설, 대기오염 물질 저감시설 설치 등 환경개선 설비투자가 목적으로 수소사업과는 관련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녹색채권은 수소사업과 관련이 없다"며 "향후 수소충전소, 연료전지 발전 등 수소사업 투자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톤 생산...2030년 수소충전소 시장점유율 27% 목표
현대오일뱅크 수소사업의 핵심 내용은 블루수소의 사업화다. 블루수소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이용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다.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톤(t)을 생산해 수소충전소에 공급하고, 연료전지 발전 사업을 추진한다는 그림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20만톤의 그레이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다음 달부터 그레이수소를 정제하기 위한 수소정제설비 착공에 돌입한다. 수소차 충전에 사용할 수 있는 고순도 블루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국내 수소 충전소에 블루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확보하기 위해 이달 초 미국 수소기업 에어프로덕츠와 전략적 MOU를 맺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에어프로덕츠의 수소제조 원천 기술에 주목한다. 회사 측은 "에어프로덕츠는 정유 부산물, 천연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저렴한 원유 부산물과 직도입 천연가스로 수소를 만들어 수소 제조원가를 낮추는 등 경제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중심으로 수소충전소를 확충하는 사업도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자영주유소 3곳에서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직영주유소 2곳을 수소충전소로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전국에 보유하고 있는 2400여개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할지, 수소충전소를 새로 건설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수소경제위원회는 2022년 100기, 2025년 310기, 2030년 660기로 확충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 기준 180기를 운영해 시장점유율 27%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블루수소를 활용해 50MW급 연료전지 발전 사업도 추진한다. 발전사업자들과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을 포함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연료전지 발전소에 블루수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구체적인 사업 협력 방식은 논의 중이고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2022년 시행 예정인 HPS(수소연료전지 발전 의무화 제도)는 글로벌 1위인 국내 연료전지 발전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1월 발표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발전용 연료전지 설치규모를 2022년까지 1.5GW(내수 1GW), 2040년까지 15GW(내수 8GW, 수출 7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연구원이 올 2월 발간한 '저탄소시대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연료전지 발전시장 경쟁력은 수소경제 밸류체인에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등 분야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현재 국내 수소산업에서 연료전지와 수소차 등 수소 활용 부문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시스템의 경우 90%의 국산화율과 선도국 대비 95%의 기술수준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수소사업 추진, 재무영향은
현대오일뱅크가 구체적인 투자 계획 등을 밝히지 않았으나 수소사업에 드는 비용은 당장 재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수소정제설비 건설에는 수십억원가량만 투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1기당 30억원가량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30년 기준 180기를 목표로 하는 현대오일뱅크는 누적 기준 약 5400억원이 자금이 필요하다. 이는 지난해 영업으로 들어온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 6854억원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료전지 발전사업의 경우 발전소 건설에 참여하게 되면 비용 지출이 예상된다. 연료전지 발전소는 발전사업자, 건설사 등이 포함된 특수목적법인(SPC)을 이용해 주로 건설된다.
최근 사례를 보면 서부발전, 삼천리도시가스, 화성시는 80MW급 연료전지 발전소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약 5450억원이 투입된다. 2013년 화성에 들어선 경기그린에너지의 연료전지 발전소(58.8MW급)는 약 3300억원이 투입됐다. 현대오일뱅크가 밝힌 50MW급 발전사업 규모와 비슷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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