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물산, 빚 느는데 '롯데타워' 떠안은 사연은 그룹사 임대 '현금창출' 시너지, 단기 유동성고갈 '사채발행' 등 채무 가중
최은진 기자공개 2021-04-29 08:10:05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3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물산이 최근 보유 현금의 약 2배를 웃도는 자금을 투입해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월드타워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해 기준 역대 최대치로 치솟은 부채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지만 추가 차입을 통해 롯데그룹의 주요 자산을 매입할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롯데물산은 지난해에도 오너일가의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해 1730억원의 출혈을 감내했다. 오너일가를 비롯한 일본 롯데그룹의 자금 창구로서 임대료 및 관리비를 내는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가 동원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물산은 최근 1조 3855억원을 들여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보유한 잠실 롯데월드타워 소유권과 토지 및 동산지분 일체를 각각 5542억원과 8313억원에 매입키로 결정했다. 기존에 롯데월드타워 자산을 80% 가량 소유한 가운데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해 단일 소유권을 획득했다.
한국 롯데그룹의 상징이자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숙원인 롯데월드타워는 결과적으로 완전한 롯데물산의 소유가 됐다. 롯데물산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가 지분 98%를 쥐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1.82% 지분이 있다.
롯데물산은 롯데그룹의 핵심 자산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한다.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가장 큰 자산이고 올 초 롯데자산개발로부터 전국에 있는 롯데몰 8곳의 관리 전권과 공유오피스 사업을 77억원에 넘겨받았다. 현재 롯데물산이 보유한 자산 및 관리사업 등의 거래상대방 상당부분이 롯데그룹 계열사이다. 사실상 롯데물산은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임대료와 관리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의 입장처럼 롯데물산의 역할이 부지관리 및 임대수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 자산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게 납득이 간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산을 처분한 계열사에 유동성 수혈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너지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롯데물산의 현 재무상황을 들여다 보면 상황이 녹록치 않다. 롯데물산은 2020년 말 별도기준 총차입금이 2조194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부채비율은 89.1%로 역시 최대치다. 물론 현금성 자산이 전년대비 늘어난 8702억원에 달해 순차입금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채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으로부터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산매입을 결정하면서 보유현금 전액을 투입하고 추가 차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물산이 약 4000억원의 공모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물산이 재무부담을 안고 롯데그룹 자산을 매입하는 배경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그간 판관비 등에 투입되는 비용 탓 실적 변동이 컸지만 기본적으로 롯데그룹이라는 확실한 거래 상대방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됐다.
지난해에도 매출액 4829억원, 영업이익 233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소폭 성장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79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파생상품평가손실과 관계사인 롯데자산개발 손상차손을 대거 인식한 결과였다. 그러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232억원으로 전년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순유입을 나타냈다.
따라서 롯데그룹의 핵심자산을 매입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이라는 과실로 이어진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으로부터 롯데월드타워 지분을 매입하자마자 10년간 연간 각각 387억원, 493억원의 임대료 계약을 맺었다. 대략 1000억원의 추가 매출계약을 맺은 셈이다.
다만 롯데물산의 현금흐름 확대는 궁극적으로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그룹 소속 계열로 흘러들어갈 여지가 있다. 호텔롯데와 수백억원대의 매입거래를 하고 있고 지난해 오너일가에게 유상감자를 통해 1728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지원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내부 추산으로 현금성 자산을 감안한 실질적인 차입부담은 6000억원대로 보고 있고 영업이익도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재무적인 부담이 크지 않다"며 "최근 지분 거래는 각각의 역할을 나눠 전문화 및 효율화를 이루자는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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