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5월 04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최종안이 나온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 막전막후가 흥미롭다. 유무선 사업을 하는 존속법인과 ICT·반도체에 투자하는 신설법인(중간지주사)으로 인적분할되면서 소속 임직원의 권한과 역할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SK텔레콤 임직원 다수는 업무가 익숙하고 안정적인 급여가 보장되는 존속법인에 남길 바라는 눈치다. 반대로 자회사들은 신설법인행을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였다. 신설법인 산하로 가야 M&A 등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가치 제고 차원의 자회사 기업공개(IPO)에서도 우선순위에 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배구조 개편 최대 이변의 주인공은 SK브로드밴드다. SK브로드밴드는 4대 신사업(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자회사 중 유일하게 존속법인에 잔류했다. 유료방송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사업을 맡아 가장 큰 매출을 올리며 '맏형' 노릇을 하고 있었으나 전통 유무선 사업으로 재분류됐다.
개편안이 나온 후 통화한 SK브로드밴드 관계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다수 임직원이 개편안을 미리 알지 못했으나 존속법인 잔류를 점쳤던 시각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기간통신사업자 최대주주 변경 인가의 번거로움을 감안했을 것이라며 애써 받아들이고 있으나 기업 지향점에 변화를 줄 정도의 사유로 납득하긴 어려워 보였다.
신설법인 쪽으로 가닥이 잡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 웨이브와 비교돼 박탈감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웨이브 최대주주는 SK텔레콤이지만 지상파 3사와 합작으로 설립돼 미디어업계 출신 임직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유무선 사업에 바탕을 둔 SK브로드밴드가 믿음을 얻지 못해 외부 전문가들에게 힘이 실렸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온다.
돌이켜 보면 올초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의 시무식 발언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힌트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우리 자신의 역량에 대한 믿음을 더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시엔 임직원 독려 발언 정도로 이해했으나 이젠 미디어 신사업보다 집중해야 할 본업에 더 애착을 갖자는 뜻으로 읽힌다.
최 대표는 SK브로드밴드가 버전 3.0으로 거듭나야 한다고도 했다. 전화와 인터넷 사업이 버전 1.0, 유료방송 사업을 추가한 게 버전 2.0이라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버전 3.0이다.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면 미디어, 콘텐츠가 아닌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B2B 사업이 버전 3.0의 실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구성원들이 기대했던 형태가 아닐지라도 SK브로드밴드의 버전 3.0은 미디어 신사업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의 미디어 역량을 저평가하기보다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중시해 존속법인에 남긴 게 아닐까. 세간의 이목이 신설법인에 쏠린 사이 SK브로드밴드가 어떤 반전을 만들어 갈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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