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숙원 '발행어음' 속도조절 나선 이유 저금리 기조 지속, 수익 낼 투자처 부재…조기 진입 경쟁사도 고전
이경주 기자공개 2021-05-14 15:53:51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3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숙원이던 발행어음(단기금융업무) 사업 인가를 받아 냈지만 공격적 사업 전개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조달자금을 재투자해 수익을 낼만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먼저 진출한 경쟁사들조차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수준이다.◇A급 회사채 이자율이 1%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1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 사업자로 최종 인가 받았다. 2017년 7월 금융당국에 인가신청을 한지 약 4년만이다. 국내 자본력 1위 증권사로 발행어음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가장 컸음에도 규제 탓에 진출이 늦어져 속을 태웠다.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그룹 내부거래와 외국환거래법 신고의무 위반 의혹에 대한 당국 조사가 발목을 잡았다. 그 사이 한국투자증권(17년 인가)과 NH투자증권(18년 5월), KB증권(19년 5월)이 먼저 진출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숙원을 이루고도 속도를 내지 않는 분위기다. 발행어음 영업환경이 좋지 못하다. 미래에셋증권 고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먼저 진출한 경쟁사들도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준비는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천천히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이내인 어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운용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은행 전유물이었던 수신기능을 증권사에게도 허용해 모험자본을 공급하라는 취지로 2017년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모험자본 공급 취지 상 증권사는 조달자금은 의무적으로 기업금융에 50% 이상 써야 한다. 기업금융은 다시 △기업 대출 및 어음매입 △발행시장 지분 투자 △A급 이하 회사채 △프로젝트파이낸싱 설립목적 SPC 지분 및 대출채권 등으로 제한된다.
즉 조달자금을 투입할 투자처가 절반(기업금융)은 정해져있다. 그런데 주요 투자처 수익률이 발행어음 수신금리와 비슷하거나 소폭 높은 수준이다. 회사채 시장 초호황으로 저금리 발행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 신용등급인 BBB급 회사채도 3%대 조달이 가능한 수준이다. 두산인프라코어(BBB0)는 이달 4일 3년물 회사채(600억원)을 3.3% 금리로 발행했다. 동부건설은 올 4월 30일 2년물 회사채(500억원)를 3.54% 금리로 찍었다.
등급이 한 단계 높은 A급 금리는 훨씬 낮다. 발행어음과 만기가 비슷한 1년물의 경우 A-등급 평균금리가 이달 12일 기준 1.606%, A0는 1.353%, A+는 1.185%다.
◇수신금리 0.4~2%…A급 회사채와 비슷
발행어음 사업으로 수익을 내려면 수신금리가 회사채 금리보다는 낮아야 한다. 그런데 주요 사업자들은 사업초기보다 수신금리를 낮췄음에도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
현재 3개 사업자 발행어음 수신금리는 비슷하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개인에게 연 0.35%(7~30일)~1.15%(365일)까지 지급한다.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높다. 법인은 연 0.3~1.1%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개인 0.45~1.15%, 법인 0.4%~1.1%로 동일하다.
개인 365일 상품(금리 1.15%)을 기준으로 사업자들은 A급 회사채에 투자하면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한다. A+급(평균 1.185%)은 수익률이 35bp(0.035%), A0급(1.353%)은 253bp(0.253%), A-(1.606%)은 456bp(0.456%) 수준이다. 인건비와 부대비용을 제하면 적자를 낼 수도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BBB급까지 노려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다만 당국이 증권사에 대해서도 NCR(순자본비율) 등 재무건전성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BBB급을 담으면 NCR이 악화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사업을 개시한 2017년만 해도 개인 수신금리가 1.2~2.3%로 상당히 높았다. 2018년~2019년에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 후발주자들이 빠른 시장안착을 위해 5%대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채 조달금리가 낮아진 여파로 수신금리도 현재수준으로 동반 인하됐다.
바닥권 수신금리는 전체 발행어음 시장을 위축시키고도 있다. 개인 금리(0.35%~1.15%)는 0%대 중후반인 시중은행 정기예금금리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발행어음이 원금보장이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메리트가 크지 않다.
이에 업계 1위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발행어음 발행잔액이 7조5637억원으로 전년(6조7134억원)에 비해 12.7%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9년엔 58.5%, 2018년엔 396.7%에 달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발행잔액이 4조1465억원으로 전년(4조740억원) 대비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다만 가장 진출이 늦었던 KB증권(19년 5월 인가)은 공격적 영업으로 발행잔액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3조1099억원으로 전년(2조1049억원)보다 47.7% 증가했다. 5%대 고이율 상품을 출시했던 효과가 일부 있다.
이에 경쟁사들도 미래에셋증권 인가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선발주자들도 고전하는 상황이라 미래에셋증권 역시 공격적 사업전개가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한 경쟁사 관계자는 "적정 마진을 남기면서 발행어음자금으로 담을 수 있는 채권들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BBB급도 저금리로 발행이 잘되고 있고, 이 탓에 기업대출이나 어음발행 수요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수신금리 때문에 발행어음에 대한 관심 자체가 수익성이 높은 IPO공모나 하이일드 펀드에 밀리고 있다”며 “기존 사업자들도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래에셋증권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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