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연기금투자풀 출범 '수확 아닌 씨뿌리기' 국내 OCIO 시장, 폭발적 성장세…운용업계 선점 경쟁 치열
양정우 기자공개 2021-05-07 08:01:36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4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기획재정부 연기금투자풀 주간사의 업무를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6수만에 주간사 지위를 확보하면서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의 선두인 삼성자산운용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국내 OCIO 시장은 저가 수수료 구조가 고착화돼 있어 연기금투자풀 운용은 당장 알짜 수익원으로 자리잡기가 어렵다. 그보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으로 고속 성장할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는 게 더 큰 소득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기금투자풀 수수료율 3bp 수준…상징적 트랙레코드 무게
미래에셋운용은 최근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업무를 개시했다. 지난달 말 기존 주간운용사(한국투자신탁운용) 거래 기금의 계좌를 자사 판매시스템으로 옮기는 이관 작업을 마무리했다.
연기금투자풀은 지난 3월 말 운용 규모(설정액 기준)가 31조2099억원에 달한다. 삼성운용과 한국운용의 수탁고는 각각 22조4893억원, 8조720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미래에셋운용이 한국운용 대신 새로운 주간사로 뽑히면서 9조원 수준의 운용 물량을 확보했다.
미래에셋운용이 제시한 주간사 수수료율은 약 3bp다. 앞으로 미래에셋운용이 한국운용 수준의 수탁고를 유지할 것으로 가정하면 수익 규모는 26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각종 비용을 감안해 최종 손익을 산출해야 한다. 미래에셋운용의 지난해 영업수익(3123억원)과 당기순이익(2564억원)을 고려할 때 실적 측면에서 큰 기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전담 주간사 가운데 최대 인력(32명)을 배치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20여 명으로 운영되는 삼성운용, 한국운용 등의 조직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연기금투자풀 참여 기금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순이다.
WM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이 32명을 배치한 건 연기금투자풀을 함께 주간하는 삼성운용을 넘어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며 "당장 거두는 수익에 비해 비용 부담이 작지 않지만 미래를 대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OCIO 힘 싣기…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기대
연기금투자풀 주간사는 실속이 크지 않지만 자산운용업계가 사활을 건 자리였다. 주택도시기금, 산재보험기금 등과 함께 국내 OCIO 시장에서 큰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투자풀 운용사라는 타이틀은 향후 폭발적으로 커질 시장에서 놓칠 수 없는 트랙레코드다.
국내 OCIO 시장은 2001년 국가재정법에 따라 연기금투자풀을 설치한 게 시작점이다. 이미 전체 운용자산이 100조원에 달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공적 기금의 수치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는 민간 기업 유보금과 대학 기금의 규모까지 합산해 200조원 시장으로 보기도 한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로 비약적 성장세가 전망된다. 현재 도입을 검토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현실화되면 시장 규모가 단번에 100조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이 대부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방치돼 있는 터라 기금 형태로 수탁자(OCIO 사업자)에 맡기자는 게 제도의 취지다. 전체 퇴직연금(22조원 대)에서 DB형의 비중은 62% 안팎이다.
OCIO는 글로벌 시장의 대세 흐름이기도 하다. 저금리 시대에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기금과 기업은 수익률 제고의 니즈가 강하다. 하지만 투자 영역이 세계 곳곳과 각종 대체 자산으로 확대된 만큼 내부 조직으로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체계적 자산 관리의 현실적 대안으로 OCIO가 꼽히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퇴직연금의 규모는 구조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2030년 700조원 시장으로 팽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을 잡고자 운용사마다 OCIO 파트에 힘을 싣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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