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삼천리]2010년 이후 이사회 규모 최대 14명→5명 축소①사외이사 7→3명, 이사회 중심 경영 거리감…사측, 사업 내실화·의사결정 효율성 목적
이우찬 기자공개 2021-05-21 10:27:08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8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천리의 본업은 도시가스 사업으로 매출 비중은 약 73%에 이른다. 이밖에도 발전, 플랜트, 집단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부문을 영위한다. 삼천리모터스, 삼천리자산운용을 통해 BMW딜러 사업, 에너지 특화 자산운용 사업도 한다. 최근에는 오너3세 이은선 미래사업본부장(전무) 중심으로 외식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갈수록 사업영역이 확장하면서 이사회 전문성, 감독·견제 기능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삼천리의 이사회 규모는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삼천리 이사회는 이찬의 대표이사 부회장, 유재권 대표이사 사장 등 2명의 사내이사, 김병일·이석근·지승민(여성) 등 3명의 사외이사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규모는 2018년부터 5명을 유지하고 있다.
삼천리 정관 30조에 따르면 최대 15명(최소 3명)으로 이사회 정원을 꾸릴 수 있다. 2010년 이후 살펴보면 삼천리 이사회규모는 감소 추세다.
2010년과 2011년 이사회는 각각 13명, 14명이었다. 기타비상무이사를 제외한 사내이사는 2010년, 2011년 모두 9명으로 최근 10년 기준 최대 인원이었다.
2010년 9명의 사내이사진에는 회장, 2명의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도시가스사업본부장, 집단에너지사업본부장, 자원환경사업본부장 등 다양한 사업본부 수장들이 등기임원으로 포함됐다. 여기에 전략기획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도 포함됐다.
2011년 이사회에도 사내이사로 각 사업본부 수장들과 사업, 전략을 아우르는 임원들이 이사회멤버로 포함됐다. 2018년 이후 대표이사 2명으로만 꾸린 이사회와 대조를 이룬다.
사외이사 규모도 축소됐다. 2012~2016년 5~7명 규모를 유지했던 사외이사 규모는 2018년 이후 3명으로 줄었다. 삼천리 정관상 사외이사의 경우 3명 이상으로 선임해야 하는 최소 조건을 만족하는 상황이다.
사외이사 규모가 축소되면서 다양성도 줄었다. 7명으로 사외이사 규모가 가장 컸던 2012년에는 에너지 전문가들이 다수 사외이사진에 포함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부하실 실장을 지낸 손양훈 사외이사와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지낸 조성봉 사외이사였다. 환경부장관을 역임한 곽결호 사외이사도 있었다.
올해 기준 3명의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김병일(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원장), 이석근(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지승민(현 고려대 회계학 조교수) 등으로 도시가스, 발전, 집단에너지 등 사업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사회 규모 축소는 이사회 중심 전문 경영을 권고하는 재계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양한 이사회 산하 전문위원회 설치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이사회 정원 축소는 이를 제약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이수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상장기업의 이사회 규모 및 구성 추이' 리포트에서 "지배구조 최선관행을 만족하는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위원회를 충실하게 운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사회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사외이사 비중도 확대하려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삼천리에 대해 "회사 경영 사정이 있겠으나 이사회 규모가 너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3명의 사외이사 규모로는 전문위원회 설치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천리 이사회 산하에는 현재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감사위원회, 경영위원회가 있다. 사추위는 2명의 사외이사와 1명의 사내이사로 꾸려져 있고, 감사위는 3명의 사외이사로만 구성됐다. 경영위원회는 2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됐다.
삼천리 관계자는 "자원개발이나 환경사업등 신규사업을 많이 했었는데 내실화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일부를 제외한 신규사업을 2010년대 중반 많이 정리했다"며 "의사 결정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규모도 점차 작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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