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5월 25일 0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에 아이패드를 바꿨다. 별로 필요는 없었는데. 유튜브에서 신형 아이패드 활용팁을 하도 봤더니 일단 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랬다. 결제할 때 계획은 그럴듯 했지만 지금은 영화를 누워서 보고싶을 때 아주 가끔 꺼내 든다.리츠사업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들을 생각하면 재주 많은 아이패드를 넷플릭스 감상용으로나 쓰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 분명 진출하긴 했는데 도무지 어디에 리츠를 활용하는지 존재감이 흐리다. 성장주 득세에 밀려 상장을 미뤘던 리츠들이 저마다 증시 입성을 다시 벼르고 있지만 건설사에 속한 리츠 AMC(자산관리회사)들은 움직일 기미가 없다.
진출을 선언할 때는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이유로 내세웠으나 정작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차원에서만 리츠를 이용 중이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리츠 운용은 주로 정부 정책의 일환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분야를 맴도는 데 그치고 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리츠 시장에 진입한 DL이앤씨의 대림AMC, 4년 전 설립된 HDC현대산업개발의 HDC자산운용 등이 모두 마찬가지다. 문제는 임대주택 리츠가 수익률 측면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금 잘 팔리고 핫한 투자 섹터는 어딜가나 물류센터지만 건설사들은 임대주택을 벗어난 상품 개발에 소극적이다. 데이터센터처럼 이제 막 떠오르는 분야는 물론 엄두도 내기 어렵다. 사업규모가 아무리 커도 편입자산의 한계가 뚜렷하니 이 바닥 고급 인력들이 건설사를 선호할 리 없고 인력이 부족하니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도 요원한 일이라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난제다.
게다가 리츠 시장의 인력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면에서 건설사들은 질 좋은 운용역을 확보하기는커녕 기존 맨파워 탈출을 막기에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건설사들의 경직된 분위기도 한 몫 한다.
운용사 취재원은 “부동산 운용업계는 외부에서 움직이면서 사람들을 만나야 일이 되는데 건설사가 세운 AMC들은 모회사 분위기 그대로라서 자유로움이 덜하다”며 “투자할만한 자산이 있으면 이행보증금을 확 질러야할 때도 있고 유연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그런 점에서도 경영 기조가 다르다”고 말했다.
아무리 대형사 계열이어도 리츠 업계에서는 빛깔만 좋을뿐 실속이 없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새로운 생태계를 낯설어하는 덩치 큰 이방인과 다름없다. 시장은 계속 넓어져 가는데, 이대로는 아깝지 않을까. 기껏 들인 노력이 아쉬워지지 않기 위해선 조직 개편이 됐든 전략 수정이 됐든 익숙지 않은 업태부터 먼저 극복할 필요가 있다. 불편한 아이패드를 제값만큼 쓰려면 애플의 생태계 적응이 우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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