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성과 평가]조선업 활황에…HD현대그룹 상위권 '독식'5위권서 세자리 차지, 1위는 HD현대일렉트릭…HD현대마린, ROE·PBR 최고점
고진영 기자공개 2025-04-11 08:00:58
[편집자주]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후 어느덧 해가 바뀌었다. 그간 모두 125개의 기업이 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이른바 '단타'가 만연한 국내 증시의 관행을 벗어나, 기업은 원활한 자금조달을 토대로 성장하고 국민은 그 성과를 향유해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해묵은 숙제를 풀려면 제도 수립만큼이나 기업 스스로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밸류업 계획을 내걸었던 기업들은 지난 한 해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더벨 SR(Search & Research)본부가 밸류업 계획을 밝힌 기업들을 전수 조사해 자체 평가를 실시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9일 08시1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밸류업 정책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대기업집단은 HD현대그룹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한 비금융기업의 절반 이상이 1배를 밑도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록했지만, HD현대그룹은 2개 계열사가 9배를 상회했다.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주주수익률(TSR) 역시 이 그룹 계열사가 최상위권을 차지해 줄줄이 높은 점수를 챙겼다. 조선업계가 작년을 기점으로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HD현대그룹이 밸류업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일렉트릭·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5위권 차지
THE CFO가 지난달 31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을 전수 조사한 결과 유가증권시장(KOSPI)에선 모두 83개의 비금융기업이 참여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종합점수 상위권을 한 개 그룹이 독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등 HD현대그룹이 5위권에서 세 자리를 가져갔다.
채점 기준은 △총주주수익률(TSR) △자기자본이익률(ROE) △ROE 증분(△ROE) △주가순자산비율(PBR) △PBR 증분(△PBR) △지배구조 등급 등 6개 지표가 기반이다. TSR를 통해 주주수익성, PBR을 통해 시장평가를 반영하고 ROE로 자본효율성을 평가했다.
HD현대그룹에서 종합점수가 가장 높았던 기업은 삼양식품과 동점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한 HD현대일렉트릭이다. 120점 만점에 114.29점을 받았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금융사와 비금융사,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을 모두 통틀어 최고점이 매겨졌다.
HD현대일렉트릭은 TSR과 PBR 증분 지표에서 만점(20점)을 받았고 ROE와 PBR, ROE 증분 등 나머지 3개 지표도 19점대로 만점에 가까웠다. 지난해 TSR이 383.58%로 평가대상 코스피기업 중 가장 높았고 ROE 역시 두 번째로 높았던 덕분이다. 또 PBR의 경우 9.16배로 2위였지만 상승폭으로 따지면 코스피기업 중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2023년 2.82배에 불과했는데 지난해는 9배를 넘겼다.
다만 지배구조는 16점(A 등급)으로 비교적 점수가 낮았다. 채점 기준상 A+등급에 20점을 주고 한 등급이 떨어질 때마다 4점을 감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일릭트릭의 뒤로는 HD현대중공업 103. 95(3위), HD한국조선해양(4위) 순으로 점수가 좋았다. 두 회사 모두 ROE가 각각 11.39%(21위), 11.16%(22위)로 최상위권 진입엔 실패했으나 ROE 증분과 PBR 증분, TSR 등 다른 지표가 이를 만회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5위권에서 유일하게 지배구조 점수가 12점(B+)에 그쳤지만 나머지 지표가 선전해 3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이 회사는 2019년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 HD현대중공업으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옥상옥의 중복상장 구조가 만들어진 점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또 HD현대미포의 경우 6위로 아슬아슬하게 5위권에 들지 못했다. 지배구조 점수(16점)를 넣지 않는다면 5위지만 반영하면서 SK스퀘어에 밀렸다. SK스퀘어는 비금융사에서 5개뿐인 지배구조 만점(A+) 기업 중 한 곳이다. PBR값이 0.55배로 1을 밑돌면서 이 지표 점수가 7점대에 불과했는데 지배구조 점수 덕분에 HD현대미포를 추월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케이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ROE와 PBR값이 각각 44.98%, 9.35배로 모두 코스피 1위를 기록, 만점을 따냈다. 다만 상장일이 작년 5월이다 보니 증분 점수나 TSR 점수에 불리한 측면이 있었고, 지배구조 점수 역시 등급이 없어 0점을 받았다. 그 탓에 순위는 중하위권(53위)에 그쳤지만 시장 평가와 자본효율성만 보면 최고 수준이다.
이밖에 나머지 계열사들을 보면 HD현대는 16위(84.05점), HD현대건설기계 28위(73.32점), HD현대인프라코어가 44위(59.41점) 순으로 뒤를 따랐다. 8개 계열사 중 5곳이 PBR 1배를 웃돌았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마린솔루션을 제외하면 모두 지배구조 등급이 A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조선업 훈풍…순이익, 주가 동반 급등
HD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선전한 데는 조선업에 불고 있는 훈풍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순이익 6215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247억원)의 25배가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HD현대미포도 1390억원 적자를 봤다가 1132억원 흑자로 턴어라운드했다.
또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최근 미국의 전력인프라 투자 정책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증가 중인 데다 최근 선박용 회전기 수요까지 늘면서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2024년 5000억원에 가까운 연간 순이익을 내면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HD현대미포,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중공업이 ROE 증분 점수에서 나란히 4~6위의 높은 점수를 기록한 배경이다.

주가도 순항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과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주가는 작년 한 해 동안 각각 360%, 120%, 90% 급등했다. 덕분에 TSR과 PBR 등 주주수익성, 시장 평가 관련 지표에서도 고득점할 수 있었다.

발주 사이클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한국조선해양 산하의 조선3사는 지난해 205억6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목표(135억 달러)를 52.2% 초과달성했다. 올해 역시 연간 수주목표치를 180억5000만달러로 전년 목표보다 33.7% 높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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