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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식 SK수펙스 의장의 배임이 맞을까 SK "합리적 경영판단, 아무런 피해 없어", SKC 피해입증 여부가 관건

박상희 기자공개 2021-05-28 10:16:03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6일 15: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2인자인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사진)이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내 재계 총수 중 상당수가 배임·횡령 혐의로 처벌 받았을 정도로 배임은 경영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죄목이다.

조 의장의 배임 혐의에서 문제가 된 SK텔레시스는 한 때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지분율이 40.78%에 이르는 등 계열분리를 위한 재원으로 언급됐던 회사다. 이후 최신원 회장은 보유 주식을 회사에 무상으로 증여했고 문제가 된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SK텔레시스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접었다. 조 의장이 최신원 회장과 공모해 SK텔레시스에 투자하도록 해 SKC에 피해를 입혔다는 검찰의 해석에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재계는 배임죄의 규정부터 적용 범위가 광범위한데다 범죄 구성 요건이 너무 애매하다고 오래 전부터 볼멘 목소리를 냈다. 경영인이 선의(善意)로 경영상 판단을 했다면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SKC 피해 입증 여부가 관건...SK "합리적 경영판단, 아무런 피해 없어"

최신원 회장의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전준철 부장검사)는 25일 조 의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의장은 SKC 이사회 의장을 지낸 2015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700억원을 투자하게 해 SKC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이보다 앞선 2012년에도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SKC가 199억원 상당을 투자하게 한 혐의도 있다.

SK그룹 측은 이에 대해 "유상증자는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른 정상적 기업활동으로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조 의장의 혐의는 배임이다. 재계는 조 의장의 배임 혐의 성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배임의 적용범위는 광범위하고 동시에 경계가 모호하다. 어떤 업무를 과도하게 해도 배임이고, 적게 해도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도 배임 범죄 구성 요건이 애매모호하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이 배임이라면, 자본잠식 계열사는 그냥 망하도록 내버려둬야 하는 것이냐"면서 "반대 논리로 유상증자 수혈로 살릴 수 있는 회사인데도 자본잠식 상태라는 이유로 유상증자를 하지 않았어도 배임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면서 배임 혐의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배임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선 피해가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로 SKC가 피해를 입었다고 하지만 실제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유상증자 수혜를 입은 SK텔레시스는 거래 이후 일시적이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배임 혐의 성립은 피해 입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SKC가 900억원대 SK텔레시스 유상증자 참여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

◇최신원 회장 SK텔레시스 40% 획득...SKC 유증 참여 정당성 부여

재계에선 조 의장의 배임 혐의가 최신원 회장 등 오너일가의 계열분리 시도 과정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검찰은 SKC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전체 과정에 최신원 회장 등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지난 3월 최 회장을 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 의장이 SK텔레시스 유상증자 과정에서 최신원 회장과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의장과 최신원 회장 간 이해관계가 일치해 같은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도모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최신원 회장은 2011년 말 기준 SK텔레시스 지분을 40.78%까지 확대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6월 42억5000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SK텔레시스 보유 지분율을 1.65%에서 39.48%로 끌어올렸다. 이후 7월13일 결정된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하면서 SK텔레시스 보유 지분율이 39.48%에서 40.78%(1060만3400주)로 높아졌다.

문제가 된 유상증자는 2012년 단행됐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회사였다면 이에 앞서 오너일가인 최신원 회장이 개인 돈 42억원 가량을 투자하며 개인 최대주주가 될 이유가 없다. 재계는 최신원 회장의 앞선 투자가 SKC의 2012년 SK텔레시스 유상증자 참여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초 최신원 회장이 40% 넘는 지분을 확보한 SK텔레시스를 활용해 계열분리 준비에 나설 것으로 봤다. SK텔레시스를 승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최 회장은 2014년 3월31일 2000만주와 2015년 4월16일 1300만주를 회사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최신원 회장의 지분율은 1.18%까지 낮아졌다. 2011년 지분율이 40.78%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SK텔레시스 보유 지분의 대부분이 사라진 셈이다. 최신원 회장은 SK텔레시스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최신원 회장과 SK텔레시스의 지분관계가 사실상 끊어진 상황에서 SK텔레시스는 모기업인 SKC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SKC는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수혈에 나섰다.

◇"경영자가 이사회 결의에 따라 경영판단 했다면 배임죄 해당 안돼" 의견도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최태원 회장도 서면으로 조사했지만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수감 중이었던 최태원 회장이 최신원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등을 우려해 SKC의 SK텔레시스 유상증자를 사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측은 승인 지시만으로는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에서도 SK텔레시스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단 의미다. 조 의장과 최태원 회장은 초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최태원 회장과 막역한 사이인 조 의장이 최신원 회장과 공모해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를 관철시킬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당시 최신원 회장은 이미 본인이 보유한 SK텔레시스 주식 대부분을 무상으로 증여한 후였다.

2015년 유상증자 당시 조 의장은 SKC 등기이사였다. 일각에서는 '경영자가 이사회 결의에 따라 경영판단 행위를 했다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배임죄의 피해자는 주주가 아닌 회사이며 회사의 의사는 이사회의 결의와 같은 것이므로 이사회 결의에 따라 이뤄진 경영 행위는 피해자의 승낙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면 최신원 회장이 SK텔레시스에 대한 지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면서 계열분리 내지는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조짐이 있었다"면서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는 엄연히 SKC의 이사회 의결을 거친 사안인데, 조대식 의장이 당시 SKC 이사회 의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조 의장 개인적으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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