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집중투표제 두고 엇갈린 SKT·하이닉스SKT '정관반영', 하이닉스 '미채택 고수'…반도체 기술유출 우려
원충희 기자공개 2021-06-07 08:16:21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4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집중투표제를 두고 모회사 SK텔레콤과 자회사 SK하이닉스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정관에 반영했지만 SK하이닉스는 국가핵심기술 유출방지를 이유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품에 들어오기 전부터 집중투표제 도입요구가 있었으나 여전히 미채택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SK텔레콤은 2008년부터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정관에 반영했다. 앞서 1999년부터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집중투표제 도입 요구를 받았는데 2004년 사모펀드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사태 때 다시 쟁점화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집중투표제는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등기임원을 선임할 때 주주가 주당 1표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사의 숫자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가령 이사 후보로 두 명이 나왔다면 1주를 가진 주주는 후보 숫자만큼 2표를 행사할 수 있고 이것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집중투표제가 가장 위력을 발휘할 때는 소액주주들이 연합할 때다. 일부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가 뭉칠 경우 누군가를 선임시킬 수도 부결시킬 수 있다. 소액주주의 입김이 강해지는 반면 경영권 분쟁 등의 위협이 생길 가능성도 커 국내 기업들이 도입을 꺼리는 상태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도 같은 이유로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당사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지정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간산업체로서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의 적대적 M&A 위협 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집중투표제가 본래의 취지인 소액주주권의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기보다 경영권 분쟁 등의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보유한 △30나노 이하급 D램 반도체 설계·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과 조립·검사기술 △30나노 이하급 낸드플래시 설계·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과 조립·검사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방지는 회사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SK하이닉스는 국가정보원의 주요 관리를 받고 있다. 과거 자회사를 통해 기술 유출된 사례가 있는데다 최근에도 고액연봉 등을 내걸어 연구직 임원들을 데려가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다. 만약 외국 투기자본이 일부 연합해 집중투표제로 원하는 이사를 이사회에 들여보낼 경우 회사 기밀유출 우려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SK하이닉스 역시 오래 전부터 집중투표제 도입요구를 받아왔다. SK그룹 품에 안기기 전인 2002년부터 주주총회 때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채권단과 소액주주의 대치국면이 불거졌다. 심지어 주총이 10시간 이상 끝나지 않고 진통을 겪은 적도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재무개선' AJ네트웍스, 조달비용 '확' 낮췄다
- '9년만에 엑시트' 한앤코, 한온시스템 거래구조 살펴보니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온시스템 인수한다
- [수술대 오른 커넥트웨이브]2대주주 지분매입 나선 MBK, 주식교환 카드 꺼냈다
- [이사회 모니터]이재용 에이비프로바이오 대표, 바이오·반도체 신사업 '드라이브'
- 와이투솔루션, 주인 바뀌어도 '신약' 중심엔 美 합작사 '룩사'
- 아이티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본격 출범
- 아이에스시, AI·데이터센터 수주 증가에 '날개'
- [이사회 모니터]서정학 IBK증권 대표, ESG위원회도 참여 '영향력 확대'
- SW클라우드 '10주년' 폴라리스오피스, “초격차 밸류업”
원충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빅딜 그 이후]셀트리온, 영업권 11조 폭증…손상 리스크 안고 간다
- [빅딜 그 이후]셀트리온, 4배 이상 팽창한 자본…현금 유입은 없다
- 셀트리온 CFO의 부채 관리법
- [빅딜 그 이후]통합 셀트리온, 급감한 매출채권…비정상의 정상화
- [기업집단 톺아보기]덩치값 못하는 삼성카드 '과잉자본'의 역설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증권, 우발채무 줄이자 부실채권 급증
- [기업집단 톺아보기]해외진출 타진 삼성화재, 영국 투자서 빛 봤다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생명, K-ICS '시장리스크'로 본 지배구조 부담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E&A, 수익성 개선…부채비율도 감소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중공업, 연내 만기 차입금 3조…대체조달능력 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