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은행 개점휴업]당국 가이드라인, 펀드수탁사 '운용지시 거부' 조건은금융당국 "현장의 요구 수용…비합리적 운용지시 거부 명분"
허인혜 기자공개 2021-06-08 08:07:12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4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의 펀드 수탁 가이드라인에 따라 6월 말부터 수탁은행은 자산운용사의 불명확한 운용지시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 운용사의 불명확한 지시로 잦은 의견차가 발생한다는 수탁은행의 요청에 따랐다.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만큼 불명확한 운용지시의 범위는 유연하게 정했다. 문서화를 거치지 않은 유선 요구, 계약서의 주된 투자대상에 위반하는 매수나 검증 시간이 부족할 만큼 촉박한 지시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예정이다.
◇6월 말부터 신탁업자 '불명확한 운용지시' 거부 가능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펀드 수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달 28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신탁업자가 펀드 감시 의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담았다.
신탁업자는 △집합투자재산 보관과 관리 △운용지시에 따른 자산의 취득과 처분 이행 △운용지시에 따른 수익증권 환매대금 등 지급 △운용지시 등에 대한 감시 등을 이행하도록 했다. 감시 대상은 크게 네 가지다. △투자설명서가 법령 및 집합투자규약에 부합하는지 △자산운용보고서 작성이 적정한지 △집합투자재산의 평가가 공정한지 △기준가격 산정이 적정한지 등이다.
수탁은행의 의견도 반영됐다. 대표적으로 운용지시 거부권이 명문화됐다. 더벨이 입수한 '신탁업자의 수탁 업무처리 가이드라인' 세칙에 따르면 신탁업자의 운용지시 거부 권한은 '집합투자업자의 운용지시 내용이 불충분하여 신탁업자로서 이행이 불가한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신탁업자는 운용지시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할 경우 철회나 변경, 시정을 요구하면 된다.
자산운용사는 3영업일 이내에 신탁업자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 해당 운용지시를 철회하거나 변경·시정하는 등의 응답을 하지 않으면 신탁업자가 별도의 문서를 통해 보고한다. 감시 대상인 집합투자업자의 이름과 기구명, 위반내용, 신탁업자의 요구사항을 명시한다.
◇유선 지시 등 거부 가능…수탁은행 "불명확한 지시로 업무 혼선 잦아"
운용지시 거부권은 수탁은행 실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 결과다. 수탁 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명확한 운용지시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고 금융당국 관계자는 말했다.
어떤 상황이 불명확한 운용지시인지는 정확히 명시하지 않았다. 현장의 요구에 의해 제정된 항목인 만큼 범위를 유연하게 지정했다. 예컨대 유선으로 내려지는 불명확한 지시나 검토가 불가능할 만큼 촉박한 요구 등 수탁사가 검증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모든 상황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관계자는 "수탁은행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운용 지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산운용사가 유선으로 짧게 운용지시를 내리거나 '급하다'는 이유로 지시를 검수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 등 불명확한 지시가 잦았다는 불만이 있었다"며 "그 경우 신탁업자들이 이해한 바로 집행을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신탁업자에 전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가이드라인의 법적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업계의 지침서인 만큼 수탁사가 운용사의 운용지시를 거부할 만한 명분이 세워지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복수의 수탁은행이 불명확한 운용지시를 개선해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며 "가이드라인의 성격은 자율규제이지만 운용사와 수탁은행의 업무 지침 성격을 띄는 만큼 비합리적인 운용지시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운용업계는 운용지시 거부권에 큰 반발감은 보이지 않았다. 수탁거부가 해결된다면 수탁은행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다. 전문 사모자산운용사 대표는 "자산운용업계도 일련의 펀드 사태를 운용지시에 대한 책임감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수탁 수수료 상승과 수탁 거부가 가장 큰 문제로 비합리적인 운용지시를 거부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수탁은행들은 운용지시 거부권에는 긍정적이었지만 신탁업자의 감시의무가 확대된다는 점에서는 불만을 나타냈다. 수탁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어떤 사례가 불명확하다고 정의를 내려주지는 않았다"며 "운용지시에 대한 철회, 변경 등의 요구권이 생긴 것은 다행이지만 수탁은행의 감시의무가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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