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정기 신용평가]건설사 신용도 상향 추세, 주택사업으로 해외 부진 만회코로나19 사태에도 등급 방어, 전망 '긍정적' 조정 잇달아…중기 실적 전망 '맑음'
이지혜 기자공개 2021-06-10 14:06:07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9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의 신용도가 상향 기조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도 신용도를 거뜬히 방어해냈는데 올 들어서는 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조정되는 사례가 잇따른다. 투자적격등급 건설사 중 올해 신용등급이 내린 건설사는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 크레딧시장은 건설사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는데 기우였던 셈이다.주택사업이 신용도 상승을 이끌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건설사들의 분양률은 100%에 가깝다. 미분양 물량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사업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사업을 꾸준히 줄여왔기에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주택사업이 해외사업 부진을 만회하는 구조다.
◇건설사 신용도 상향 기조
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가 주요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2021년 정기 신용평가를 대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주요 기업의 정기 신용평가는 7월 초에 마무리된다.
아직까지 투자적격등급(AAA~BBB)에서 신용도가 떨어진 건설사는 없다. 서희건설과 KCC건설 등은 신용등급이 올랐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건설사 2곳(포스코건설, GS건설)의 신용등급이 올랐다.
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조정된 건설사가 다수다. 1곳 이상의 신용평가사에서 등급전망이 상향 조정된 건설사는 대우건설, GS건설, DL, 한라, 동부건설, 한신공영 등이 있다.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된 건설사는 쌍용건설 뿐이다.
크레딧시장이 예상했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건설사를 향한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10여 곳의 건설사가 공모채를 발행하고자 수요예측에 도전장을 냈는데 절반 가까이 미매각을 냈다. 건설사의 공모채 미매각은 코로나19 사태로 공모채 시장이 위축된 5월 이후 특히 두드러졌다.
그러나 시장의 우려와 달리 2020년과 올해 1분기 건설사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0년 현대건설(연결), DL(연결) 등 22개 건설사의 영업이익을 합산한 결과 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6.7%에 이른다. 2018년과 2019년 건설사 영업이익은 각각 5조80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6.4~6.5%대였는데 이보다 개선됐다.
재무안정성도 좋아졌다. 2020년 말 합산 순차입금은 3조1000억원, 순차입금/EBITDA는 0.4%를 기록했다. 2019년보다 대폭 개선됐다.
건설사의 실적 호조는 올 1분기에도 이어졌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5개 건설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조1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7.3% 늘어났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사업 호황으로 건설사의 재무안정성이 좋아진 가운데 중기적 관점에서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신용도가 상향하는 것”이라며 “건설사의 신용도는 수주경쟁력으로 이어지기에 사업역량이 강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사업 비중 줄여 리스크 감소, 주택사업으로 만회
국내 주택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건설사의 신용도가 상승세를 보였다. 송 연구원은 “건설사의 신용도 상승은 주택사업 중심으로 실적이 증가하고 해외사업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투자자 신뢰를 잃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이후부터였다. 당시 주택경기가 침체된 데다 해외 저가 수주의 여파로 건설사 실적이 크게 줄었다. GS건설이 AA급 신용도를 반납하고 대우건설이 A급 끝선으로 몰린 배경도 해외사업 손실이 결정적이었다.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직후 건설사에 등을 돌린 배경도 이때문이다. 해외 사업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근거없는 우려만은 아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코로나19와 저유가 사태에 따른 공사지연으로 2020년 중동 건설현장의 원가율이 높아졌다"며 "해외사업에서 추가 원가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대규모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수주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줄여온 덕분이다. 2014년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중동지역에서 발주가 줄어든 데다 대규모 해외건설 현장에서 추가 원가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건설사도 주택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해외 건설사업 수주실적은 2016년 이후 300억 달러 안팎에서 유지됐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해마다 해외 건설사업 수주실적이 600억 달러가 넘었던 것과 대비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의 해외사업 매출비중은 2014년 45%에서 2019년 23.2%로 줄었다.
주택사업도 강력한 호황기를 맞았다. 수도권과 5대 광역시, 세종시, 지방광역지자체 등에서 미분양된 물량은 지난해 2만 호에 못 미친다. 2010년 이후 가장 낮다. 분양률도 99%가 넘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주택 등 건축사업의 영업수익성은 10%가 넘는다. 플랜트사업이 손익분기점 수준이고 토목사업에서 적자를 보는 것과 대비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분양률이 높다는 건 건설사들이 공사대금을 원활히 받아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지방에서도 높은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적 전망 밝다, 주택사업 견인
건설사들은 향후 2~3년 동안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주택을 분양한 뒤 준공하기까지 2~3년 정도 걸리는 만큼 그동안 건설사들이 공사대금을 받아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해외사업 손실을 인식했기에 올해 기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적 입주물량은 2020년 36만 세대지만 2021년 28만 세대, 2022년 26만 세대로 중단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전세가격이 올라 주택가격을 지탱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보아 당분간 주택경기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고 나이스신용평가는 바라봤다.
송 연구원은 “대형 건설사 5곳의 합산 순이익은 2007년 전성기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며 “최근 수주와 분양성과를 고려하면 2022년 모든 대형 건설사의 주택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몇년간 흔들림없이 실적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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