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차기 금감원장 선임 지연…‘순장조론·설거지론’ 팽배 노조의 교수 출신 반대에 꼬여버린 선임 절차…관료들은 기피

김민영 기자공개 2021-06-10 07:46:44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9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기 금융감독원장 선임 절차가 지연되면서 금감원 안팎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선 관료 출신을 원하는 목소리가 크면서도 금융위원회 출신에 대해선 불호가 있다.

정작 금융위 출신 관료들은 금감원장 자리를 꺼린다는 후문이다. 민간 출신 후보군도 임기 보장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이자 선뜻 금감원장을 하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권 교체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란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직무대행 체제 장기화에 금감원 ‘뒤숭숭’

지난달 7일 윤석헌 전 원장의 퇴임 이후 김근익 수석부원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9일로 한 달을 넘긴 상태다.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화되고 하마평만 무성하자 금감원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차기 원장 선임을 기다리느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누구보다 차기 원장이 빨리 오길 바라는 건 금감원 직원들”이라며 “할 일이 태산인데 원장이 없으니 업무 추진이 미진하다”고 전했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차기 원장으로 누가 오느냐가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라며 “하마평 기사 등을 보며 누가 되는 게 직원들에게 유리할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여전히 유력한 가운데 작년 6월까지 금감원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을 지낸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가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차기 금감원장이 오리무중이다. 여기에 금감원 노조가 ‘교수 출신’ 후보군을 무조건 반대하고 나서면서 청와대가 후보군을 다시 살피고 있다는 말까지 돈다.

‘관료 출신’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직무대행인 김 수석부원장의 원장 영전설도 꾸준하다.

그러나 관료 출신들은 금감원장 자리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이유는 순장조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순장조는 임기 마지막까지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 할 참모들을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5월 9일까지고, 차기 대선은 내년 3월 9일 예정돼 있다. 사실상 금감원장의 임기가 1년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고위 관료 출신의 금융권 인사는 “공무원들은 청와대의 뜻에 따른다는 마음이겠지만 선택권을 준다면 지금 금감원장을 맡다가 물러나는 처지가 되느니 차라리 다음 정권에서 금감원장을 하거나 장관 자리를 맡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금융위 출신 관료들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 국면에서 금감원장을 맡는 걸 내키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관계자는 “관료 출신 원장이 금감원 직원들을 배제하고 금융위 편을 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기 친정인 금융위를 무시하고 금감원 편에 설 수도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진웅섭 전 원장 때는 억지로라도 ‘일심동체’를 외치며 한 식구처럼 지냈지만 윤 전 원장 들어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대척점에 서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의 골이 생겼다”며 “금융위에 기울어진 시각을 보이는 원장이 온다면 직원들이 잘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금융사와의 소송전도 부담…금융개혁 기조 꺾일 수도

금융권에선 ‘설거지론’도 팽배해 있다. 금감원장으로 언급되는 이들은 전임 원장이 벌려 놓은 일을 뒤처리하는 모양새에 강한 거부감이 있다고 전해진다. 윤 전 원장은 소비자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금융개혁을 추진했다. 키코(KIKO) 재배상, 파생결합펀드(DLF)·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피해 구제 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금융사와 최고경영자(CEO)에 내린 징계의 정당성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소송에서 승소하면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기조가 꺾일 수밖에 없다”며 “새로 오는 원장은 윤 전 원장이 벌인 일만 뒤치다꺼리 하다 임기를 마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교수 출신도 금융위 출신도 아닌 제3자론을 펴고 있다. 금감원 일부 직원들은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원하는 눈치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금감원에게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 원장이 방패막이가 돼 줄 수 있다는 기대가 엿보인다.

다른 한편에선 흔들리는 조직을 다잡고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를 조율할 정치인 출신이 원장으로 오는 게 적합하다며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거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아우를 수 있고 청와대·여당과도 소통할 수 있는 정치인이 오는 게 지금 상황에선 가장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