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11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 무신사, 카카오에 1조원의 밸류에이션으로 매각된 지그재그, 미국시장에서 100조원 규모로 상장 대박을 친 쿠팡. 성숙산업으로 치부되던 유통업계에 잭팟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정해진 플레이어와 규칙대로 움직이는 '정체'된 시장인줄 알았던 유통이 기회의 땅이 됐다.기술을 기반으로 삼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유통업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 유통기업들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사이 그 빈틈을 벤처기업들이 꿰차며 급성장 했다. 뒤늦게 트렌드를 간파한 기존 유통기업들이 부랴부랴 유사 전략을 펼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꺼내든 카드가 결국 인수합병(M&A)이다. 괜찮은 플랫폼을 인수해 역량을 보강하는 방식이다. '내 것으로 삼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대기업들이 쓰는 전형적인 전략이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M&A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동시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체역량만으로는 이커머스 시장의 승기를 뺏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GMV)이 쿠팡과 맞먹는 20조원이라고 하니 대그룹 입장에서는 충분히 구미가 당길만 하다.
하지만 전통 유통강자인 강호들의 경쟁을 의외로 이커머스 전문가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본다.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돈다. '덩치만 키운다고 쿠팡처럼 될 것 같냐'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플랫폼기업의 강점은 양날의 검이다. 수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확고한 회원기반과 사업역량이 강점이 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언제 회원들이 이탈하며 경쟁기반이 무너질 지 장담키 어려운 한계를 낳는다.
쿠팡을 김범석이 아닌 롯데나 신세계가 운영했다면 지금과 같은 100조원 대박기회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커머스 전문가 그 누구도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만큼 플랫폼사업에 맞는 전략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트렌드를 읽는 감각, 변화에 유연한 적응력, 관행·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함 등 대기업이 하기 어려운 플랫폼 특유의 역량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추진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이렇다 할 비전이나 포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단지 덩치를 키워보겠다는 야심만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들 결국엔 각사 임원들이 요직을 차지하며 대기업화 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그렇게 해서는 쿠팡처럼 될 수 없다. 대그룹 유통사들도 이젠 이커머스를 부가서비스가 아닌 유통의 메인사업으로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그에 맞는 용병술과 비전, 전략이 필요하다. 여태껏 해 왔던 관행은 구태로 인정하고 다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앞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그럴 준비가 돼 있나,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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