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 리포트]현대오일뱅크, JV 통해 원유 밸류체인 확장⑬사업구조 안정·재무리스크 분담 효과…석유화학·윤활·카본블랙 비정유 확대
이우찬 기자공개 2021-06-15 13:32:35
[편집자주]
국내 정유사는 1년 새 극과 극을 오갔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는 합계 4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1분기 정유 4사의 합계 영업이익은 2조원대로 올라섰다. 손에 쥐고 있는 원유는 그대로인데 유가 및 정제마진 변화에 따라 평가손익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다. 정유업 외에 석유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다. 정유 4사의 사업방향과 재무구조,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1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대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비정유부문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단독사업이 아닌 국내외 유수의 석유화학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이었다. 다수 합작사 설립으로 원유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밸류체인을 구축했다.현대오일뱅크도 다른 정유사와 마찬가지로 국제유가, 글로벌 경기에 휘청거리는 정유업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석유화학 등 비정유 사업을 키우는 데 공을 들였다. 정유업 후발주자인 데다 타사보다 석유화학 사업에도 뒤늦게 뛰어든 만큼 합작사 설립으로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는 한편 리스크는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는 2014년 5월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현대케미칼을 설립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를 쥐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주력 제품인 혼합자일렌(파라자일렌의 원료, 연산 135만톤)을 포함해 경질납사 등의 제품, 부산물을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에 판매하거나 판매 중개를 통해 외부에 공급한다.
현대오일뱅크는 납사 등 주요 원재료를 현대케미칼에 공급하고, 롯데케미칼은 NCC(납사분해설비) 공정에 투입되는 경질납사를 비롯해 PX(파라자일렌) 생산을 위한 중간 원료인 MX, 방향족 기초유분인 벤젠 등을 현대케미칼에서 조달받는다.
현대케미칼은 2016년 11월 본격 상업가동을 시작한 이후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2017년 현대케미칼은 매출 3조3736억원에 영업이익 2670억원(영업이익률 7.9%)을 기록했다. 그해 정유사업에서만 8485억원으로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사업 실적을 더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에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윤활사업에서는 글로벌 석유기업 쉘(SHELL)과 합작사를 설립해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설비 공정에서 나오는 하루 2만5000배럴의 원료를 투입해 연간 70만톤가량의 윤활기유를 생산한다. 윤활사업은 지난해 11월부터 연결회계로 편입됐다.
올 1분기 기준 윤활사업은 매출 3077억원, 영업이익 103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불과하지만 전체 영업이익 기여도는 25.0%에 이른다. 윤활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유사 가동 하향, 수요 회복으로 강세로 전환돼 정유사의 실적을 이끌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사업 확대를 위해 HPC(중질유 석유화학분해시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총 투자비만 약 3조원(투자지분 현대오일뱅크 60%, 롯데케미칼 40%)의 대규모 석유화학사업이다. 파라자일렌, 벤젠 등 방향족 제품에 치중됐던 석유화학사업을 에틸렌 등 올레핀 계열 제품 생산으로 밸류체인을 확장하는 사업이다.
HPC 프로젝트는 오는 8월 시운전, 11월 상업가동이 예정돼 있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자료에서 연간 50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HPC는 납사(나프타)를 주 원료로 하는 기존 NCC보다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 정유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폴리에틸렌 연간 85만톤, 폴리프로필렌 50만톤을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는 특히 HCP 상업가동으로 친환경 화학, 소재 다운스트림 사업에도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모듈 소재로 쓰이는 EVA(에틸렌 초산 비닐)를 연 18만톤 규모로 생산할 예정이다. EVA는 태양전지 보호필름으로 쓰인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2009년에는 일본 코스모오일과 손잡고 5대 5 합작사인 현대코스모를 만들었다. 현대코스모는 2010년 2월 현대오일뱅크의 기존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사업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코스모는 지분 50%를 보유한 관계기업으로 지분법적용 대상으로 분류된다.
지난 2016년에는 카본블랙 사업 진출을 위해 국내 최대 카본블랙 회사인 OCI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 상업 가동이 시작됐다. 현대오씨아이는 2019~2020년 영업이익률이 각각 19.9%, 23.4%로 알짜배기 회사다.
올 1분기 기준 현대오일뱅크 비정유사업(석유화학·윤활기유·카본블랙)의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약 49.7%를 차지할 만큼 위상이 작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정유업계 후발 주자인 현대오일뱅크는 합작사 설립으로 석유화학, 윤활 등 각 사업에서 수요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시장에 진출했다"며 "재무 측면에서는 레버리지 효과로 투자 위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합작 파트너들은 회사가 생산하는 석유제품을 구매하는 구조"라며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고,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초기에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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