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서 미래 찾는 유통기업]하이트진로, 업종 경계 허무는 '협업 구축' 동력 찾는다①2018년부터 본격 스타트업 투자, HMR·스마트팜 등 포트폴리오 확보
김은 기자공개 2021-06-28 08:09:37
[편집자주]
내수 침체와 코로나19가 불러온 유통산업 구조 변화로 관련 기업들의 위기감이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사업 방식으로는 더는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유망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템과 신기술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함께 생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다. 각 유통기업들의 투자 전략과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5일 13: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류 업계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하이트진로는 업계 최초로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국내 주류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만큼 앞으로 또 다른 100년을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이에 최근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를 확대하며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투자는 일반 기업과 결이 다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아닌 스타트업 투자에 더 많은 의미와 무게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투자 목적은 주체에 따라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술·사업적으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류사업이 절대적인 하이트진로는 본업과 큰 연관이 없는 다양한 기업들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는 산업 간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최근 경영 환경에서 주류사업에만 의존하는 기업 구조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부터 시작됐다.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와 검토가 이뤄졌고 여러 방안 가운데 스타트업 투자가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으로 판단했다. 이후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진입하기 위해 이미 생태계에 진입해 있는 능력있는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2018년 초 엑셀러레이터 '더벤처스'에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지금까지 긴밀한 파트너쉽을 유지해오고 있다. 단순 투자를 넘어 스타트업과의 직접적인 교류도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당사 사옥 내 유휴공간 500평을 활용해 대규모 코워킹스페이스를 개설했다. 유망 스타트업들을 유치하고 같은 공간 내에서 교류의 기회를 늘리기 위한 일환이다.
2019년에는 국내 영리기업 최초로 법인형 엔젤투자자로 선정돼 스타트업 지원 사업 확대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투자는 독특하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아닌 이종산업과 사업모델에 대한 효과적인 학습과 경험의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룬 스타트업의 경우 향후 M&A 등도 염두에 둔 투자로 해당 기업과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통해 실패 가능성과 기회 비용을 줄여 주는 매우 효율적인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처 선정 기준도 다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아닌 스타트업 자체의 사업성과 해당 업체가 속한 산업과 시장의 성장 가능성 등이 중요한 잣대가 된다.
현재까지 온라인 HMR(가정간편식) 쇼핑몰 요리버리를 운영하는 '아빠컴퍼니' △리빙테크사 '이디연' △스포츠퀴즈게임사 '데브헤드' △푸드플랫폼 퍼밀을 운영하는 '식탁이있는삶' △수산물 온라인 중개 플랫폼 서비스 신선해를 운영하는 '푸디슨' 등 총 7개 업체에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스마트팜 토탈 솔루션 기업 '퍼밋'과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업체 '스페이스리버'에 투자를 단행했다. 스페이스리버는 클라우드 기반의 창고관리시스템(WMS) '노스노스'를 개발한 곳이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함께 물류 산업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이용자의 편리성을 극대화한 차별화된 시스템 운영 방식을 높게 평가해 자금을 지원했다.
하이트진로는 당장 급하게 투자성과를 논하기 보다는 긴 호흡으로 라이프스타일 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여러 기업에서 스타트업 투자 과정과 방식에 대한 문의와 협업도 요청하고 있어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서 의미있는 존재감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와 학습, 협업이 쌓인다면 그 포트폴리오 내에서 우리가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와 방향성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서 파트너들의 도움을 통해 투자자로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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