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회사채 리뷰]데뷔물 힘입어 물량 확대…대웅·한미는 순상환②녹십자 계열, 조달 흐름 꾸준…R&D 확대 등과 맞물려
심아란 기자공개 2021-06-28 07:54:00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이 2018년을 기점으로 자금 조달 수단으로 회사채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업 기반이 약한 바이오 기업들이 증자, 메자닌 등에 의존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일정 등급 이상의 신용도를 보유한 제약사들은 레버리지 확대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분위기다. 저금리 기조를 기회로 삼아 자금 조달처를 넓히는 효과도 있다. 더벨이 국내 제약사의 회사채 발행 현황을 짚어보고 각 사별 특징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5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이후 제약사 회사채는 순발행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규 발행사가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은 덕분에 순발행 물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자금을 확보한 제약사들은 R&D 등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회사채 단골기업이던 대웅제약은 소송 여파로 영업 변수가 생기자 작년부터 순상환 기조로 돌아섰다. 한미약품도 기술반환 등의 영업 불확실성 속에서 만기 회사채 상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독은 종합 헬스케어 업체로 도약을 준비하며 자금 수요가 크지만 타사 대비 낮은 신용도에 발행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25일 더벨 플러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제약사들의 신규 회사채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집계에 포함된 제약사는 회사채 신용등급을 보유한 녹십자, 녹십자홀딩스, 광동제약, 보령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 HK이노엔, 대웅제약, 한미약품, 한독, 종근당홀딩스 등 10개사다.
올해 7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제약사 회사채 물량은 3000억원, 발행된 물량은 3520억원을 기록 중이다. 내달 2일 발행을 앞둔 종근당홀딩스의 500억원어치 회사채를 합산할 경우 순 발행 규모는 1020억원이다.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이 회사채 상환 기조를 유지하면서 차환 물량이 대거 줄었지만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의 발행량이 늘어나며 순발행을 기록했다. 양사는 회사채를 찍어 마련한 자금을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으며 차입 구조 단기화를 해소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와 관련해 메디톡스·앨러간과 소송을 치르며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고 있다. 소송 비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의 우려가 있어 공모채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달 900억원의 만기 물량이 돌아오지만 아직 차환 발행을 위한 제반 작업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작년에도 900억원 규모의 만기 회사채를 현금 상환했다.
한미약품은 사세 확장에 나섰던 2018년~2019년에는 순발행 기조를 이어가다 작년부터는 현금 상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술이전 프로젝트의 임상지연, 기술반환에 따른 수익 실현의 불확실성이 신규 발행에 부담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에는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의 상환 물량이 1400억원에 달해 제약사 회사채는 순발행을 기록하진 못했다. 다만 신규 발행사 수가 늘어난 점은 눈길을 끈다. 지난해 보령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처음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보령제약은 R&D에 투입할 자금을 넉넉하게 마련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차입 장기화를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했다.
한독의 경우 지난해 7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왔으나 차환 발행량은 절반인 350억원에 그쳤다. 이는 정부의 신용 보강을 받고 발행한 채권담보부증권(P-CBO)이다. 다른 제약사 대비 낮은 BBB급의 신용도와 코로나19라는 대외적 변수가 차환 발행에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는 회사채 시장의 우호적 수급 여건에 힘입어 제약사는 4195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다. 차환 물량만 발행한 대웅제약을 제외하면 녹십자, 한독, 한미약품, HK이노엔 등 4곳이 회사채 발행량을 늘렸다. 이들 네 업체는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설비 투자금, 임상을 위한 R&D 비용을 마련했다.
2018년에도 제약사 회사채는 694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다. 그해 회사채 시장에 데뷔했던 광동제약은 상품 구매대금 등 운영자금 100억원을 마련해 영업활동의 기반을 다졌다. 올해 만기를 앞두고 차환 발행에 도전해 회사채 시장을 자금 조달처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올해는 기대 이상의 기관 수요를 확인하면서 220억원어치 회사채를 찍어 순발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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