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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대우건설 '2번째 후퇴'의 이유 검토 있었으나 레이스 이탈…가격 및 의사결정 번복 부담 작용

고진영 기자공개 2021-06-28 13:06:05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5일 17:1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에서 잘 알아주지 않는 기업이 들어왔다. 이슈가 되는 M&A로 이름을 좀 알리려는 것 같다." 수년 전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에 뛰어들었을 때 어떤 채권단 관계자가 했던 이야기다.

지금은 딴판이다. 눈에 띄는 매물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호반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현금 많은’ 건설사로는 손에 꼽힌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호반건설이 두번째 출사표를 낼지를 두고 온갖 이목이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분명 미련은 있었던 듯한데, 다시 포기한 이유는 뭘까.

25일 딜 관계자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이날 오후 3시에 마감된 대우건설 본입찰에 바인딩오퍼를 제출하지 않았다. 호반의 이탈로 레이스는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중흥건설의 2파전 구도로 펼쳐질 전망이다.

앞서 호반건설은 본입찰 참여를 검토하면서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KDB인베스트먼트 쪽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절반의 확률로 호반건설의 참여를 점쳤는데 결국 불참으로 결론이 났다.

업계서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에 아쉬움은 남았겠지만 또 인수를 추진하기에는 걸림돌이 너무 많았을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경쟁자들에 비해 이미 상당한 페널티를 안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호반건설은 2018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 인수를 중단한 적이 있는 만큼 다른 원매자들보다 한층 높은 수준으로 인수 의지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 가격 제시 측면에서 경쟁자들과 차이를 많이 벌려야 다는 뜻이다. 매물의 가치 외적인 요소 때문에 돈을 더 얹어줘야 하니 결과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딜이 된다.

그렇다고 애매한 가격을 써내 탈락하면서 실속없이 체면만 구길 이유도 없다. 내부적으로 과거의 의사결정을 번복하는 것 역시 난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하려면 3년 전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들어가야하는데 이 경우 예전에 인수를 철회한 의사결정을 뒤바꾸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딜 추진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호반건설의 성향을 감안할 때 해외 실사를 거치지 못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불안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란 평가다. 호반건설은 크고 작은 M&A를 쉼없이 진행해왔지만 자금이 있다고 그냥 덤비는 쪽과는 거리가 멀다. 신중한 접근이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평소 주문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기에는 실(失)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호반건설의 자금 여력을 감안하더라도 2조원 규모의 대우건설을 품에 안는 것은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만한 모험이다.

2018년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했을 때에도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을 두고 부정적 기류가 감지됐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면 신용도 측면에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였다. 호반건설 내부에도 대우건설 인수를 반대하는 주장이 팽배했고 김상열 회장 역시 우협으로 선정된 이후 주변에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상황이 달라졌지만 대우건설의 새주인이 어디가 되든 후유증이 적지않을 것이란 예상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주택사업만 해온 호반건설과 달리 대우건설은 토목, 해외플랜트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운영 역량을 장담하기 어렵다. 직원 수도 정규직 3700명, 비정규직 1700명 등 5500명에 달한다. 지금의 호반건설 문화로는 감당하기 쉽지않은 조직이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이후 조직 장악에 쩔쩔맨 일화는 유명하다. 대우건설을 자회사로 거느린 기간 동안 금호에서 대우건설로 파견한 인력은 5명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마저 버틴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대안으로 대우건설의 호남 출신 인력을 승진시키며 마음을 사려했지만 실패했다. 여전히 대우건설 내부에는 '대우'보다 인지도나 규모가 떨어지는 회사에 매각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PMI(인수 후 통합)의 난항을 짐작케 한다.

어찌됐든 시원섭섭한 후퇴라는 평이다. 종합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호반건설의 야심은 늦춰졌지만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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