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발목잡는 선박안전법? '롤모델' 항공안전법은 시행규칙에 신고의무 관련 구체적 명시, 종사자 부담 경감 효과
유수진 기자공개 2021-07-13 10:29:44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2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박안전법 개정을 촉구하는 해운업계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건 바로 '항공안전법'이다. 현행 선박안전법은 결함 발견시 신고의무를 부여하지만 보고 주체와 구체적인 상황 등이 명시돼 있지 않다. 하위법규에도 추가적인 내용이 없어 현장에서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항공안전법 역시 항공기사고 뿐 아니라 항공기 등에 고장이나 결함 등이 발생하는 경우 신고(보고) 의무를 부과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령과 시행규칙 등을 통해 보고의무 대상자와 결함의 의미·범위를 세세하게 정해두고 있다. 자칫 선사의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는 선박안전법과 차별화된다.
항공안전법 제33조는 항공기 등에 고장이나 결함, 기능장애가 발생할 경우 국토교통부장관에게 그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보고 의무를 갖는 대상이 명확히 명시돼 있다.
첫 번째(1항)는 △형식증명 △부가형식증명 △제작증명 △기술표준품형식승인 △부품등제작자증명을 받은 자다. 이들은 자신이 제작하거나 인증을 받은 항공기, 장비품, 부품 등이 설계나 제작의 결함으로 고장난 것을 알게 될 경우 국토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항공운송사업자와 항공기사용사업자, 정비조직인증을 받은 자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항공기를 운영하거나 정비하던 중 결함이나 기능장애를 발견하면 보고해야 한다. 보고 의무를 갖는 자가 명확히 특정돼 있는 셈이다. 신고 주체가 단순히 '누구든지'로 적혀있는 선박안전법(제74조)과 다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제74조(항공기 등에 발생한 고장, 결함 또는 기능장애 보고)에는 항공안전법 제33조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이 나와 있다.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고장, 결함 또는 기능장애'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을 통해(보고서 또는 전자적 보고), 언제(인지 후 96시간 이내) 보고해야 하는 지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무엇보다도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별표 20의2에는 '의무보고 대상 항공안전장애의 범위'가 나와있다. 실제 발생할 수 있는 결함 사례를 △비행중 △이륙·착륙 △지상운항 △운항 준비 △항공기 화재 및 고장 △공항 및 항행서비스 △기타 등 카테고리별로 나눠 일일이 명시해뒀다.
예를 들어 착륙시 활주로나 착륙표면에 항공기 동체 꼬리나 날개 끝, 엔진덮개 등이 비정상적으로 접촉하는 경우는 의무보고 대상에 해당한다. 이 같이 시행규칙의 별표에 적시된 내용들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다가 결함 발생시 신고하면 문제가 없다.
운항 중 화재경보시스템 작동도 기본적으로 보고사항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탑승자의 일시적 흡연이나 스프레이 분사, 수중기 등의 이유로 작동됐단 사실이 확인된 경우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예외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 항공업계 종사자는 각 사안마다 신고의무가 발생하는 지 여부를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시행규칙 등을 통해 구체적인 신고 대상을 규정해 놓은 항공안전법과 달리 선박안전법은 신고 주체나 상황이 모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해운업 종사자들이 막중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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