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 인터파크 경영권 매각 배경은 잇따른 투자 실패, 피로감 누적 "더 떨어지기 전에 팔자"
조세훈 기자공개 2021-07-14 07:39:52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3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 인터파크의 경영권 매각 추진 배경은 뭘까. 잇단 투자 실패로 경영 기조가 보수적으로 흐르면서 기존 사업에 부담이 가중된 와중에 최근 이커머스 기업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 최대주주인 이기형 대표 등은 NH투자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선임해 공식적으로 매각을 추진한다. 매각 대상은 이 대표와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지분 약 28%다. 기업 소모품자재 구매대행(MRO)업체 아이마켓코리아와 바이오 신사업 계열사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 등은 제외된다.
업계에서는 인터파크 매각은 사실상 예견된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쿠팡, 네이버, SSG닷컴 등을 필두로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을 때 파는 것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터파크가 강점을 지닌 공연·문화 등의 부문에서도 큰 폭의 실적 저하를 겪었다.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할만한 동력이 다소간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혁신성이 동반되어야 하는 플랫폼 업체와 달리 보수적 투자 문화도 이번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포트폴리오 재편 이후 신사업 투자에 번번이 실패한 경험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터파크는 2008년 G마켓을 이베이에 약 44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삼성그룹의 MRO 계열사 아이마켓코리아를 약 3000억원에 인수하며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신사업 진출을 목적으로 의욕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지분을 투자를 했다.
그러나 신규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며 그룹의 '골칫덩이'로 부각됐다. 인터파크는 인터파크에이치엠을 앞세워 지난 2010년 5월 '디초콜릿 커피'를 인수하며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철수를 결정하고 할리스커피에 매각했다. 매장을 75곳으로 늘리고 중국시장까지 진출했지만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이 여파로 2014년 인터파크에이치엠은 청산을 결정했다. 이밖에 홈매니저 서비스, 공연 제작 자회사인 서클컨텐츠컴퍼니 등을 청산하고 영화 사운드 업체 라이브톤, 디지털아이디어 등을 매각했다. 2017년 인수한 송인서적은 지난달 파산하기도 했다. 신사업에 뛰어든 분야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인터파크 내부에서는 보수적인 의사결정 흐름이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시장점유율은 더욱 하락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기형 대표는 1세대 플랫폼 개척자로 혁신성을 갖춘 인물이지만 연이은 투자 실패로 최근 보수적 기조가 강해졌다"며 "몇년 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여러 투자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잇단 피로감에 인터파크 매각을 저울질해왔다. 일부 전략적투자자(SI)들은 올초 인터파크 매각을 염두에 두고 매물 스터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베이코리아가 비싼 가격에 팔리자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가 시장 예측가 3조원을 넘어 기업가치 4조3000억원에 매각되면서 흥행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기형 대표는 아이마켓코리아와 최근 관심을 기울인 바이오 투자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마켓코리아는 2018년 체외진단 기업 피플바이오에 15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에도 100억원의 전환우선주(CPS)를 추가로 인수했다. 면역항암제 개발 업체인 셀레메디의 지분 20억원어치를 인수했으며 올해 4월에는 면역항암제 개발사인 지아이이노베이션에 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5%를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을 설립했으며 비씨켐으로부터 항암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하며 바이오 사업의 기틀을 다졌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VC) 데일리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에 100억원 출자하는 등 유한책임출자자(LP)로 나서기도 했다. 이번 매각 대금 등을 통해 이 분야 투자를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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