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IRP 퇴직연금, 가입자 시각에서 바라봐야" [thebell interview]홍원일 한화투자증권 연금전략팀장
이돈섭 기자공개 2021-07-20 13:09:5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6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시장 후발주자다. 2018년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에 진출하면서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이미 190조원에 육박하던 시기다. 한화증권은 이듬해 확정기여(DC)형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한화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000억원 수준이다.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규모이지만, 한화증권은 누구보다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을 기록한 퇴직연금 사업자는 한화증권이었다. 시장 최고금리 상품을 직접 찾아 매칭해주고,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한 노력이 맺은 성과다.
중소형 증권사 한화증권이 바라보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은 어떨까. 지난 7일 홍원일 한화증권 자산관리(WM)본부 고객솔루션실 연금전략팀장을 만났다. 홍 팀장은 금융업권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는 퇴직연금 시장 고객 유치 경쟁 속에서 작지만 강한팀을 운영하며 '전략적 접근'을 강조했다.
◇ DC·IRP '전략적' 주력…시장 확대 기대
지난해 4분기 한화증권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수익률은 2.36%를 기록했다.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인데, 지난해 내내 1위를 기록했다. 비결은 최고금리 매칭 서비스.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경우 만기가 도래하면 같은 상품으로 계속 이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한화증권은 시장 내 최고금리 상품을 찾아 매수에 나선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가입자가 같은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마다 만기일이 제각각이고 그때마다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 역시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으로 인기가 높은 상품은 저축연금 예·적금 상품과 환매조건부채권(RP)이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한화증권만의 '전매특허' 서비스다.
한화증권은 확정기여(DC)형과 IRP에 집중하면서 최대 수익률 확보에 주력하면서 고객 사후관리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후발주자인 점을 감안, 경쟁이 치열한 확정급여(DB)형에 진출하기보다 DC와 IRP 영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다. "고객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익률과 서비스"라는 홍 팀장의 철학이 녹아있다.
사실 홍 팀장이 연금 시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서울대 항공우주학과에서 학·석사를 모두 마친 그는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으로 8년간 일했다. 2007년 전후 주식시장 호황 속 호기심이 일어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하고 한화증권에 입사했다. 전략기획과 상품기획 업무 거쳐 2018년부터 현재 직책을 맡고 있다.
"사실 퇴직연금을 퇴직금이라 생각하고 신경 안 쓰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저금리 기조 속에서 갈곳 잃은 자금들은 어떻게 해서든 수익률 높은 곳으로 유인해서 국민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해 증시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면서 관심이 높아졌죠. 업다운이 있겠지만 꾸준히 시장 저변이 확대될 것입니다."
홍 팀장이 이끌고 있는 연금전략팀은 홍 팀장까지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형사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그만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개인연금 등 한화증권 연금사업 전체를 진두지휘한다. 현재 한화증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약 1000억원 수준이다. IRP와 DC가 각각 55:45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 가입자 시각에서 전략적 접근 강조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전방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시장을 꽉 잡고 있었던 곳은 광범위한 영업망을 구축한 은행업권이었다. 기존 은행과 거래하던 고객과 접촉해, 그들을 포섭해야 점유율을 넓힐 수 있다. 한화증권과 같은 중소형 후발주자에게는 시장 진입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환경이다.
홍 팀장은 "DC든 IRP든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공하는 계좌는 사실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어디 은행, 증권사에서 계좌를 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상품으로 운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증권사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있어서 은행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최근까지 은행업권이 실시간 ETF 매매 시스템 구축을 시도하면서 증권업계와 마찰을 빚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매력적인 운용상품을 확보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키워가기 위한 것이다. 퇴직연금 고객 확보를 위해 먹고 먹히는 경쟁에 몰두하다보니, 영업 현장에선 각 업권 간 경쟁이 격화돼 불공정 거래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간 은행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낮은 수익률에 불만을 가졌던 한 사용자가 다양한 실적배당형 상품 라인업을 갖춘 증권사와 새로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는데, 은행에서 대출이자 혜택을 철회해 울며겨자먹기로 은행과 계약했다는 소식은 다반사다. 이른바 '꺾기'의 연장선이다. 잘못됐다는 걸 알지만 입밖으로 내긴 어려운 주제다.
홍 팀장은 가입자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DC형의 경우 사용자가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은 가입자 수익률과 직결된다. 사용자가 수익률과 서비스가 아닌 대출 혜택 때문에 특정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했다면, 사용자는 사실상 가입자 재산을 담보로 대출 특혜를 받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여러가지 장애물이 산적한 가운데서도, 홍 팀장은 퇴직연금 사업에 애착을 보였다. 그는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데 있어) 좋은 펀드를 선별하고, 정교한 분할 매수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 손실률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팀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전략적으로 시장에 접근하고자 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이돈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밸류업 사각지대
- [거버넌스 리빌딩]인탑스 2세 오너십 구축 관건…이익 터널링 비판도
- [이슈 & 보드]견제장치 없는 푸드나무 이사회, 새주인 맞아 전면개편
- [거버넌스 리빌딩]부상하는 3세 체제…대원산업 저평가 둘러싼 논란
- [거버넌스 리빌딩]삼영전자, 창업주+일본계 거버넌스 순항 끝 결말은
- [거버넌스 리빌딩]'현상유지 경영' 모토닉…3세에 거는 기대감
- [거버넌스 리빌딩]신도리코, 몸집보다 큰 현금성 자산…승계도 관건
- [thebell interview]"외국인 기용으로 이사회 다양성 업그레이드"
- [2024 이사회 평가]영원무역홀딩스, 이사회 명과암 뚜렷…정보접근성 호평
-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트럼프통' 영입한 삼성전자…향후 행보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