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보드]견제장치 없는 푸드나무 이사회, 새주인 맞아 전면개편오너 형제 주도 이사회 무리한 부동산 투자 계기
이돈섭 기자공개 2024-11-22 07:38:09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8일 15: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푸드나무가 이사회 재편을 앞두고 있다. 견제 장치 없는 기존 이사회 체제에서 무리하게 부동산 투자를 집행해 결과적으로 오너십 손바뀜까지 일어나게 된 푸드나무가 이번 이사회 재편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다. 푸드나무는 이사회 개편에 이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한편, 해외 시장으로 사업 행보를 확대할 방침이다.◇ 제어 장치 없는 이사회, 전면적 개편 목전
18일 관업계에 따르면 푸드나무는 이달 21일 임시주총을 개최하고 신규 이사 선임 안건 등을 처리한다. 이사 선임 안건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면 푸드나무는 이날부터 3명의 사내이사와 1명의 기타비상무이사, 2명의 사외이사 등 6명의 이사로 이사회를 꾸리게 된다. 사내이사 1인(성준원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새롭게 영입된 인물들이다.
새롭게 구성하는 이사회 규모는 2018년 상장 당시 규모와 같다. 푸드나무는 상장 당시 6명의 이사들로 이사회를 꾸렸지만 2022년 이사진을 4명으로 줄 뒤 이듬해 3명으로 축소했다. 오너 형제가 사내이사 두 자리를 맡고 사외이사 한 명이 가담한 형태의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가 경영진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전무했다.
푸드나무의 현재 투자 이슈도 이사회가 재편된 후 결정됐다. 김영문 대표와 김영완 부대표 등 사내이사들은 2022년 본인 주식 담보로 대출을 받아 전북 김제 소재 도계장을 매입했다. 일부 임직원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를 포함해 그 누구도 경영진 의지를 꺾기 어려웠다. 물류센터 매입은 300억원 안팎 부채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푸드나무 관계자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도계장을 인수했지만 도계장에서 나온 닭고기 상당량을 별도의 영업을 통해 팔아야 하는 구조이다보니 손이 많이 든 데다,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상당 수준 자본을 투입해야 했다"면서 "지금 회사 내부에서는 이 투자를 결과적으로 실패한 투자로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결국 김영문 대표와 김영완 부대표 등 오너 형제는 수차례에 걸쳐 본인 소유 주식 일부를 장외 매도해 급한 불을 끄기에 이르렀다. 이 사실이 공시되면서 회사 주가는 고꾸라졌다. 유상증자와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해결책을 고민해 온 경영진은 비용 확대에 따른 회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 상반기 결국 M&A를 선택키로 결정했다.
김영문 김영완 등 오너 형제의 지분을 인수하는 주체는 온힐파트너스다. HLB바이오스텝(옛 노터스)를 창업한 김도형 대표가 이끌고 있는 온힐파트너스는 오너 형제 보유 지분의 71%가량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달 21일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재편이 이뤄지면 온힐파트너스 측은 지분 매입 절차를 마무리짓고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 문어발식 사업확장 정리, 해외 시장 진출 준비
다만 새롭게 개편되는 이사회가 완전한 독립성을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온힐파트너스의 김도형 대표를 비롯해 사내이사 후보에 올라있는 노태구 온힐 CFO와 유정우 온힐 대표 등은 김 대표와 함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2021년부터 재무를 책임져 온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성준원 CFO는 사장을 맡아 회사에 남기로 했다.
사외이사 두 자리에는 온힐파트너스 측 주도로 노윤석 충북대 교수와 최은선 변리사 등 2명의 후보가 올라있다. 여전히 사외이사가 경영진 의사결정에 이견을 제기해 이사회 안건을 부결시키기는 어려운 구조다. 지난 9월 말 현재 자산 1008억원 규모의 푸드나무는 이사회에 별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축해야 할 의무에서 자유롭다.
현재 푸드나무는 9개에 이르는 자회사 정리에 착수했다. 외식 브랜드 칙바이칙 등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법인 에프앤어니스티는 지분을 양도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법인 에프앤블럭은 청산한다. 이 밖에 에프앤서프라이, 에프앤플레이스, 에프앤프레시 등 사업성 없는 법인들을 정리하는 한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펫푸드 사업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온힐 측의 김도형 대표가 수의사 출신으로 반려동물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2030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푸드나무 측과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푸드나무가 운영하고 있는 랭킹닭컴은 이전부터 꾸준히 다양한 펫푸드 상품들을 취급키도 했다.
2013년 설립된 푸드나무는 랭킹닭컴 등 간강간편식 판매 플랫폼과 개근질마트 등 헬스 플랫폼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907억원으로 전년대비 12.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78억원을 기록, 2년 연속 적자 상태를 이어갔다. 순이익은 마이너스 200억원으로 1년 전 마이너스 33억원에서 적자폭이 크게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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