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두산공작기계 인수전 왜 등판했나 이종산업 투자 확대 기조…공작기계업 고전에 '할인' 가능성 초점
고진영 기자공개 2021-07-26 13:25:07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3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발을 뺀 호반건설이 M&A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년 전부터 매물로 거론되던 두산공작기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MBK파트너스가 2016년 약 1조1300억원에 샀다는 점을 감안하면 몸값이 상당할텐데 의외의 등판이라는 평가다.호반건설은 시장에 매물이 나올 때마다 IB업계가 ‘자주 찔러보는’ 큰 손으로 꼽힌다. 별도 기준으로만 1조원이 넘는 실탄을 보유하고 있을 뿐더러 항상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서다. 적지않은 선택지 가운데 두산공작기계를 고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건설업과 시너지 '글쎄'…이종산업 보폭 확대 두각
23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최근 두산공작기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전략적투자자(SI) 중 하나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세아상역, 디티알오토모티브 등인데 재무여력으로 따지면 호반건설이 프론트 러너(front runner)다.
왜 두산공작기계일까. 본업인 건설업과 시너지를 노린 의도로는 보기 어렵다. 공작기계는 쉽게 말해 ‘기계를 만드는 기계(mother machine)’다. 금속재료를 깎아내 생산설비를 제작하는 장비로 자동차나 조선, 항공 등의 산업분야에 공급된다. 특히 자동차분야 수주가 핵심이며 각 제조업이 성장할수록 공작기계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사업 측면에서 건설업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셈이다. 실제 두산공작기계가 두산그룹 아래 있을 때도 같은 계열이던 두산건설과 딱히 거래가 없었다. 두산공작기계는 원래 두산인프라코어 부문으로 있다가 2016년 MBK파트너스가 공작기계 부문을 떼어내 인수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다만 호반그룹이 이종업종으로 부쩍 투자를 확대 중인 점이 눈길을 끈다. 최근 전자신문 등 언론사를 줄줄이 사들였고 호반산업을 내세워 대한전선도 품에 안았다. 기존에는 M&A 분야가 레저 쪽에 집중돼 있었으나 운신의 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두산공작기계에 대한 관심 역시 같은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부동산경기가 좋지만 이런 잔치가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건설업계가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진출을 꾀하기도 어려우니 건설사들도 새로운 분야에서 살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주춤한 두산공작기계, '줍줍'할 기회?
시기도 꽤 적절하다. 공작기계 시장에는 최근 몇 년간 보릿고개가 길게 찾아왔다. 2017년 이후 주요 업체들의 매출이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코로나19 충격파까지 직격으로 맞았다.
실제 두산공작기계는 별도법인 설립 효과로 2018년 매출이 22.7% 늘었지만 이듬해 다시 17.9%, 2020년 16.3%씩 연속으로 줄었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는 올해 기저효과 및 전방산업 회복에 따라 공작기계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보면서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의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호반건설로서는 매물에 대한 디스카운트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M&A 전략 차원에서 호반그룹의 성향과도 맞물리는 측면이 있다. 그간 호반그룹이 인수한 사례들을 살피면 ‘저렴하게 사서 잘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리솜리조트(현 호반호텔앤리조트)를 법정관리 중 할인된 가격에 샀고 서서울CC와 H1클럽는 골프장에 대한 인기가 시들할 때 매입했다.
올 초 호반그룹의 품을 떠난 스카이밸리CC도 부도 상태였던 대영루미나를 인수해 이름을 바꾸고 밸류애드작업을 한 케이스다. 결국 홀당 71억원, 총 2576억원에 매각했는데 골프업 호황 덕분에 상당히 잘 받은 값이라는 평가다.
두산공작기계 역시 지금은 어렵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전망이 나쁘지 않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동화, 정밀화가 급부상하면서 최신 공작기계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이뤄지면서 전통적인 공작기계를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머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산공작기계는 CNC 기술에 대한 경쟁력이 뛰어난 회사로 분류된다.
◇두산건설기계, 2년 전과 가격 차이는
호반으로서는 잠재력 높은 회사를 싸게 넘겨받을 기회인 셈이다. 딜을 완주할지 여부도 결국 거래가가 어떻게 합의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호반은 돈이 많지만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 조심스런 기조가 강하다”며 “추후 성장성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서 마지노선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중순에도 두산공작기계 매각을 추진했으나 코로나 19 등의 여파로 매각 작업을 멈춘 적이 있다. 당시 여러 외국계 PEF와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가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감안해 시장에서 점쳤던 매각가는 2조원대 중반~3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작년 기준 두산공작기계의 에비타는 1425억원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8~10배수의 멀티플을 적용할 경우 거래가는 1조1400억~1조5000억원 정도로 짐작할 수 있다. 2년 전과 비교해 1조원 이상이 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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