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사업자 리포트]동남아 달리는 엠블, 서울대 '우경식 사단' 주축②가상자산 규제 피해 싱가포르 지주사 설립, 캄보디아·국내 법인 확대
최필우 기자공개 2021-08-10 07:30:40
[편집자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국내에서도 코인 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당국이 가상자산 공개(ICO)를 유사수신 행위로 간주함에 따라 해외를 통한 우회상장이나 거래소 공개(IEO) 등을 통해 일명 '잡코인'이 대거 거래소에 입성,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더벨은 차별화를 추구하는 국내 코인사업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3일 13: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록체인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엠블(MVL)은 창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곳이다. 서울대학교 개발 동아리 출신들이 주축이 돼 회사를 설립했고 현재도 이 동아리에서 개발자 인력이 수급되고 있다.이들에게 국내 가상자산 규제는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규제를 피해 싱가포르에 근거지를 뒀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필요에 따라 국내 법인을 추가하는 식으로 지배구조를 정립했다.
엠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인물은 우경식 엠블랩스 대표(CEO)다. 그는 2008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010년 뉴욕주립대학교 수학·경제학과를, 2011년 콜롬비아대학교 대학원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 미국의 명문으로 불리는 대학을 두루 거치면서 학구파가 될 법도 했지만 그의 선택은 창업이었다. 그가 학업을 마쳤을 땐 스마트폰 공급이 활성화되면서 모바일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었다. 플랫폼 기업 창업이 본인의 길이라 확신하고 귀국을 택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개발 동아리 후배인 한재화 엠블랩스 CTO와 의기투합해 엠블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이지식스(easi6)를 창업했다. 출범 초창기만 해도 모바일 플랫폼 기업을 표방했을 뿐 사업 영역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여러 아이템이 무산된 끝에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가닥이 잡혔다. 택시, 콜센터 시장은 정보 비대칭이 심한 곳이기에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 봤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안착하는 건 쉽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운송업계에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고 최근에도 비슷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같은 편견을 극복한다 해도 카카오모빌리티, 타다, 쏘카 등 막강한 경쟁자가 존재했다. 대학 졸업 후 별다른 경력 없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에겐 높은 장벽이었다.
수년간 사업이 정체된 끝에 2017년 활로가 열렸다. 가상자산 열풍이 불면서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받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드라이버와 승객 매칭할 때 발생하는 중개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제로 커미션' 정책을 쓰면 운수업계의 저항을 뛰어 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우 대표는 이지식스를 뒤로 하고 2018년 싱가포르에 '엠블랩스'를 설립하면서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규제가 심한 국내에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엠블랩스는 엠블 블록체인 생태계를 총괄하는 법인으로 우 대표의 대학 후배 개발자 20여명이 속해 있다. 자회사 '엠블파운데이션'은 가산자산 엠블 발행 등과 관련된 업무를 맡는다.
우 대표가 이사회에 속해 엠블랩스를 이끈다. 한 CTO 등 C레벨 임원과 투자사 임원이 사내이사, 기타 비상무이사로 등재돼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우 대표는 자회사 대표직도 겸한다. 그는 C레벨 임원들을 영입하면서 주식을 나눠주고 시리즈A, B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희석됐지만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어니언모빌리티와 엠블에너지가 자회사로 추가됐다. 어니언모빌리티 법인은 두개로 각각 캄보디아와 국내에 위치해 있다. 엠블은 모빌리티 플랫폼 이용 드라이버에게 E-툭툭(전기 삼륜차)을 공급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제조와 판매 전반을 책임지는 법인이 어니언모빌리티다. 싱가포르 소재 엠블에너지는 전기 삼륜차 배터리 충전 인프라 사업을 한다.
엠블 관계자는 "싱가포르, 캄보디아 등에 법인을 세운 건 가상자산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의식하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라며 "추후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해외 IPO가 우선시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노랑통닭 운영' 노랑푸드 매각 착수, 삼정KPMG 맞손
- [달바글로벌은 지금]유가증권시장 향하는 뷰티기업, 에이피알 '판박이' 전략
- 삼성·키움까지…증권사 VC 협회 릴레이 가입 '왜'
- 코스포, 일본 진출 조력자로…현지 답사 첫 진행
- [VC 투자기업]씨너지, 132억 프리A 브릿지 투자 유치
- [아이지넷, Road to IPO]'보험+핀테크' 결합…인슈어테크 1호 상장 노린다
- [VC 투자기업]빅오션이엔엠, 뮤지컬 제작사 T2N미디어 인수
- 한화생명,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HUG 금리 여파 '촉각'
- HS효성첨단소재, 3년만에 '공모채' 노크…차입만기 늘린다
- [IB 풍향계]위기설 '해프닝' 롯데, 조달 전선 영향은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우리금융 부정 대출 파장]조병규 행장 '피의자 전환', 자추위 롱리스트 영향은
- [신한금융 인사 풍향계]'전직 영업통' 신용정보 대표 취임, 자경위 관행 변화 기류
- [2024 이사회 평가]동원F&B, '사외이사 충원·위원회 신설' 급선무
- [2024 이사회 평가]이노션, '대표이사 의장' 체제로 독립성 한계
- [2024 이사회 평가]사조대림, 오너 일가 '주진우·주지홍' 중심 이사회 구성
- [신한금융 인사 풍향계]돌아가는 자경위 시계…정용기 전 부행장, 신용정보 대표로 복귀
- JB금융, '사외이사·CEO' 선임 규정 손질…지배구조 안정화
- 우리금융, 지주·은행 엇박자 배경엔 '전략·영업' 분리 기조
- 조병규 우리은행장, '기업금융 명가 재건' 1년반 공과는
- 임종룡 회장의 '방 안의 코끼리' 내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