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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아무튼 출근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 겸 부국장공개 2021-08-18 13:24:49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3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무튼 출근'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종종 시청한다. '직장인 브이로그' 형식을 이용해 요즘 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밥벌이와 함께 그들의 직장 생활을 엿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 언론, 공직사회, 자영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월급쟁이들이 출연한다.

대다수 주인공은 MZ세대. 이질감이 느껴지긴 했으나 톡톡 튀는 그들만의 밥벌이 방식이 눈길을 끈다. 선배 앞에서 말도 못하고,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도 집에 못가고, 소 코뚜레에 끌려가듯 저녁 회식에 의무적으로 참석했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다.

#최근 SK그룹편이 방송됐다. 그룹 계열사 소속의 직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하루 일과를 꼼꼼히 보여줬다.

오전 10시에 출근하는 주인공. 출근 복장부터 눈길을 끈다. 반바지에 하얀색 면티셔츠, 스니커즈를 신고 출근한다. 선배와의 관계, 거래처와의 미팅 등 행동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자율 좌석제라 주인공이 원하는 곳에 앉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사무실 구조와는 전혀 딴판이다. 부서 구분도 없고, 직급에 따른 차이도 없다. 지정 공간이나 칸막이가 없는 SK의 '공유 좌석제' 도입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퀄리티가 이 정도일 줄이야.

호텔 라운지 같은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실내 연못, 은은한 조명, 분위기 있는 음악, 야외 폭포, 확트인 헬스장, LP 시청실, 안마기가 있는 쉼터. 회사인지 호텔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 구내 식당이나 카페도 고급지다.

#오고가며 봐왔던 짙은 갈색의 우중충한 외관과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리모델링 시기는 2019년쯤이라고 하니 럭셔리한 근무 환경 속에서 일한 시간이 벌써 2년이 넘었다. SK측 관계자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갔다"고 했다. 자부심이 넘쳐난다. 놀라움과 함께 의문이 든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써서 사무실을 리모델링한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직원 복지 차원? 직원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근무 환경만 달라졌다고 직원들이 만족할까.

우리는 그동안 같은 조직원이 같은 공간에 모여야만 '진짜'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SK는 그게 고정관념이고 올드한 것이라고 봤다. 그렇게는 자유로운 사고와 발상의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사무공간 뿐만 아니라 올드한 기업 문화 전반을 뜯어고친다.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임직원 직급체계 파괴, 이메일 보고, 주4일 근무 실험, 70년대생 사장, 80년대생 임원 선임 등 파격은 이어진다.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는 젊은 층에겐 당연하지만 구세대엔 '파격'일 수 밖에.

#SK의 변화는 결국 최태원 회장의 작품이다. 이윤 창출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조직원의 변화, 기업문화의 혁신이 우선이라고 봤다. 그리고 구성원의 행복을 경영의 중심에 뒀다. 재벌가의 허세라는 비아냥도 없지 않았지만 결국 최태원식 딥 체인지(근본적인 혁신)는 지금의 SK를 만들었다.

내부에서 시작된 SK의 딥 체인지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SK는 이제 정유나 반도체, 텔레콤만 바라보지 않는다. 포트폴리오 시프트를 통해 바이오, 그린, 디지털, 첨단소재 등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업이 됐다. 선경합섬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숫자가 이를 보여준다. 2010년초 40조원에 불과했던 SK그룹의 시가총액은 2021년 7월 기준 210조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아무튼 출근'의 주인공은 직장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단순히 높은 급여나 고급스런 근무 공간, 저녁 있는 삶을 전제로 한 편한 직장생활에 만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태원 리더십이 가져다 주는 '성취'와 '성장' 속에서 밥벌이의 행복을 느끼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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