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8월 19일 0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칼은 병기로서 굉장히 오랜 시간 활약했다. 청동기부터 근세 시대에 이르기까지 동서를 막론하고 전사들은 칼을 들고 싸웠다. 수십, 수백명을 베어도 무뎌지지 않고 단단한 갑옷을 뚫을 수 있는 강력한 칼을 보유하는 것이 전투력의 상당 부분을 결정했다.하지만 총기가 등장하고 난 뒤 칼은 병기로서의 위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사정거리나 살상력 등 모든 면에서 총기에 밀렸다. 결국 길고 무겁고 취급이 불편한 검은 전쟁터에서 완전히 사장됐다. 그렇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냉병기는 당연스레 저물었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금융 대장주 등극은 흡사 총의 등장을 연상케 한다. 기존 금융주들이 전장에서 무겁고 긴 칼로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카카오뱅크가 난데없이 총을 들고 나타난 셈이다. 조그맣고 가볍고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공격력이 파격적이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수십년간 증시에서 대장주 싸움을 벌여왔다. 순이익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대출자산을 얼마나 확대했는지, 계열사를 얼마나 늘렸는지 고만고만한 싸움으로 엎치락 뒷치락 했다. 더 강력한 금융그룹이 되기 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데 수조원을 투입했다.
KB금융은 2017년 7년 만에 신한금융의 시총을 역전한 뒤 줄곧 리딩뱅크로 군림해오다 하루아침에 카카오뱅크에 대장주 자리를 뺏겼다. 카카오뱅크의 원화대출금은 시중은행 대비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순이익은 30분의 1보다도 적다. 증권, 보험, 카드 등 자회사 포트폴리오도 전혀 없다.
카카오뱅크가 내세우는 무기는 ‘금융 플랫폼’이다. 수많은 고객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플랫폼으로 무궁무진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설명이다. 카카오뱅크 월간이용자수(MAU)를 보면 뜬구름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1400만명으로 전 금융사 통틀어 1위다. KB금융 앱 사용자가 1000만명 정도다.
“곧 꺼지지 않겠습니까.” 카카오뱅크의 몸값이 수십년 업력을 가진 금융그룹들을 우습게 제치자 전통 은행권에서는 이를 거품으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시장도 카카오뱅크의 플랫폼사로서의 확장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전날 카카오뱅크 장중 주가는 증시 입성 이후 최고점인 9만4400원을 찍었다.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기존 방식에만 집착하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영화 ‘인디아나존스’에서는 화려한 검술을 자랑하는 적이 존스의 권총 한 방에 무력화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새로운 싸움은 시작됐다. 시대의 요구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제안을 하는 곳이 우위를 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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