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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빨라진다···현대모비스, 재고자산 확대 [인벤토리 모니터]아이오닉5·EV6 출시 등 전기차 부품 공급 증가 전망···원재료 등 확보 '총력'

양도웅 기자공개 2021-08-23 11:22:28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생산라인은 자주 멈춰서지만 1년 넘게 억눌린 소비 심리는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주요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9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가 재고자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핵심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이 신형 전기차 출시와 함께 생산 확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매출의 70% 이상이 현대차와 기아에서 발생한다.

미래 사업인 전기차 부문에서 고객사의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까닭에 부품사의 재고자산 증가는 나쁘지 않은 신호다. 단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부품 재고가 문제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빨라질수록, 반대로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을 찾는 수요는 빠르게 줄어 관련 재고자산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현대모비스 사업보고서)
◇ 전동화 물량 확대에 6개월 만에 재고자산 20% 늘려···역대급 증가 속도

올해 상반기 말 현대모비스의 재고자산은 3조6793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말 대비 20.4%(6221억원) 증가했다. 전년동기 대비로도 12.0%(3942억원) 늘어났다. 최근 5년간 재고자산이 6개월 만에 20% 이상 늘어난 사례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크게 두 가지 사업을 영위한다. 하나는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체의 공장에 납품하는 모듈 및 부품 제조업, 다른 하나는 대리점과 부품업체에 공급하는 A/S용 부품 사업이다. 두 영역으로 구분해 봐도 재고자산은 전년동기 대비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선 전동화 제품의 공급 물량이 확대되다 보니까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재고를 많이 확보하는 상황"이라며 "또한 반도체 공급 부족 이슈가 발생함에 따라 반도체와 관련한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다 보니 재고자산이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고자산은 상품과 제품, 재공품(제조 과정에 있는 물품), 원재료 등으로 구성된다. 규모와 증가율 면에서 눈에 띄는 재고자산은 원재료다. 지난해 하반기 말 5960억원 규모였던 원재료는 올해 상반기 말 8242억원으로 6개월 만에 38.3% 증가했다. 현대모비스는 포스코와 현대제철로부터는 강재를, GS칼텍스와 LG하우시스 등으로부터는 코어와 TPO 시트를 받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재고자산은 완성차 업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고객사인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기아의 EV6, 그리고 연내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의 전기차 시리즈에 대비해 모터 제작에 필요한 구리선과 알루미늄 등을 적극 조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현대모비스 사업보고서)
현대차그룹 신형 전기차 가운데 올해 초에 먼저 출시된 아이오닉5는 상반기에 약 1만대를 판매했지만 현재 대기 물량만 3만여대(6월 말 기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EV6도 지난 2일 출시돼 현재 예약을 받고 있다.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모델인 GV60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위 차량들은 모두 전사적으로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판매 확대를 도모하는 모델들이다. 이에 발맞춰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도 추후 수요 확대에 대비해 재고자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봐도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속도는 빨라지는 추세다.

시장조사 업체인 EV볼륨즈에 따르면 올해 6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59만여대로 전년동기 대비 144% 증가했다. 예상보다 빠른 증가세에 올해 전기차 판매량을 570만대에서 61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더불어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자국에서 생산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확대하는 목표를 내놓으며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 기존 내연기관 재고 활용은 '고민거리'···최근 재고자산 평가손실 규모 큰 폭 증가

재고자산 증가는 통상 재무구조에 좋지 않은 신호로 인식된다. 원재료를 구해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했음에도 매출은 일어나지 않아 수익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종 재고자산을 보며 '돈이 묶여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현금흐름표에선 재고자산 증가를 현금 유출로 이해한다. 올해 상반기 현대모비스는 재고자산 증가로 6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인식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2100억여원의 현금이 재고자산 증가로 유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매출이 담보돼 있다면 재고자산 증가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한다.

이번 현대모비스처럼 전방산업인 자동차 시장이 호황인 상황이라면 재고자산을 충분히 확보해 급증하는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부품 확대가 본격화된 올해 상반기 현대모비스 매출액은 20조100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5.9%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에 필요한 재고들이 늘어나고 있어 나쁘게 볼 건 없다"고 평가했다.
(출처=현대모비스 사업보고서)
다만 현재 자동차 시장처럼 산업 포트폴리오가 '내연기관 차량→전기차'로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엔 재고 관리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바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 부품과 부품 제작을 위한 원재료 등의 가치 하락이다.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 관련 부품과 원재료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완성차 업체들이 미리 확보해놓은 내연기관 차량 관련 부품을 소비하는 데 집중한다면 현대모비스 같은 부품업체들은 보유한 내연기관 차량 관련 재고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더욱더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현대모비스가 인식한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은 각각 2107억원, 2225억원으로 최근 5년래 최대 규모였다. 2019년과 2018년에 각각 1147억원, 891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재고자산 가치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진 셈이다.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은 매출원가에 가산되기 때문에 수익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재고자산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 관계자는 "고객사와 생산 사이클을 맞추는 과정에서 (평가손실 충당금 증가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출처=현대모비스 사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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