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8월 26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건설은 땅에서 시작한다. 땅을 파고 고르고 다지는 일이 건설의 기초다. 건설기계하면 불도저와 굴착기가 떠오르는 이유다. 글로벌 건설기계산업은 미국이 석권하고 있다. 땅이 크고 사람이 많아 건설 프로젝트가 많은 나라다. 1925년 미국 일리노이에서 트랙터 회사 두 개가 합쳐져 설립된 캐터필러가 글로벌 1위다. 2020년 매출 420억 달러, 종업원 약 10만 명이다.2021년 8월에 각각 국내 2위, 1위인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그룹 안에서 중간지주회사 현대제뉴인을 축으로 한 식구가 되었다. 두 회사를 합해 건설기계산업 글로벌 5위를 목표로 한다고 하는데 이 좁은 땅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일 중 하나다. 한국이 1970년대부터 중동과 동남아 해외건설사업으로 활동하는 땅을 넓혔던 것도 성장의 배경이다.
현대건설기계는 1989년 현대중장비산업으로 설립되었다가 1993년 현대중공업에 편입되었고 2017년 다시 분사했다. 1937년 설립된 조선기계제작소가 모태인 두산인프라코어는 대우중공업의 건설기계사업부였다. 2005년에 두산중공업이 인수해 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이 바뀌었다. 2007년에는 소형건설기계사인 미국의 밥캣을 5조 원에 인수해 당시 국내 최대 M&A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철도차량을 생산한 적도 있다.
2019년 양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각각 1.5%와 2.1%였다. 현대건설기계의 경우 특히 신흥시장에서 인지도가 높고 2007년에 진출했던 인도에서는 일본의 히타치와 선두를 다툰다. 2013년에 현지 공장을 지은 브라질에서도 2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의 기계산업은 1960년대에 건설, 중공업을 필두로 한 경제개발 붐과 함께 개화한 것이다. 각 대학 공대에는 기계공학과 외에도 기계설계학과가 설치되었고 당시 최고 인재들이었던 졸업생들은 50대 1 같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광산기계, 건설기계, 운반기계 제조 기업에 들어갔다. 이들이 엔진설계와 제작을 개척하면서 훗날 자동차산업이 발아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두산중공업 홈페이지에 보면 회사가 현대양행에서 출발했다고 나온다. 현대양행은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큰 동생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이 1962년에 형의 지원으로 창업했던 회사다. 후일 대우그룹에 인수되었다가 한국중공업이 되고 나중에 두산중공업이 된다. 이렇게 보면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 두 회사 간에는 ‘현대적’ 인연이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전체가 진력하는 ESG경영은 건설기계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 사람들은 회사 안에서 ‘안전,’ ‘환경’ 두 단어가 쓰인 노란색 조끼를 입는다.
ESG경영의 또 다른 중요 지표 중 하나는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신입사원, 경력사원, 보직이나 계열사 이동, 인수되어서 합류하는 회사 종업원들에 대한 포용 성취도는 ESG경영의 시금석이다. 이번 두 회사의 기업결합과 같은 M&A에서는 PMI(합병 후 융합)가 중요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이제는 옛날 이야기지만 국내 두 은행이 합병했을 때 내부 융합 지연으로 전산이 통합되지 않아 구 통장을 계속 썼던 불편이 기억난다. 이른바 ‘채널’이라는 말도 생겼다.
현대제뉴인은 최근 전직원에게 웰컴키트를 나누어주었다. 웰컴키트에 들어있는 대표이사 메시지에는 2025년까지 글로벌 5위를 달성하게 된다면 임직원들의 열정과 도전의 성과를 함께 나누겠다는 약속도 들어있다. 미래에 성과에 대한 보상이 공정하리라는 확신이 있으면 융합도 순조로울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는 포용과 성과공유의 ESG시대가 열리는 것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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