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펀드운용 자회사 설립, '심사역 위상' 높아진다 투자 의사결정 효율성 제고, 인센티브 배분체계 변화 전망
박동우 기자공개 2021-08-31 07:56:5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7일 1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도 펀드 운용 자회사를 설립할 길이 열린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을 개정하는 과제가 남았지만, 미국 등 글로벌 벤처펀드의 지배구조가 국내에 이식되면 심사역들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투자 의사결정 시스템이 펀드 운용역 중심으로 짜여지는 만큼, 딜(Deal) 추진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인센티브 배분 체계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펀드에 직접 참여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받는 몫이 종전보다 늘어나 우수한 심사역의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펀드 관리·운용' 이원화, 우수 벤처캐피탈리스트 이탈 방지
최근 정부는 '글로벌 4대 벤처강국 도약을 위한 벤처 보완 대책'을 내놓고 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탈의 펀드 운용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벤처투자법을 2022년까지 개정하는 계획을 세웠다.
모기업인 벤처캐피탈은 관리 업체(management company)의 역할을 수행한다. 출자자를 확보하고 펀드를 관리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자회사는 투자 대상 물색과 자금 집행, 회수 등 펀드 운용에만 집중하는 게 정책 당국의 밑그림이다.
모든 업무를 단일 법인에서 수행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투자사가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펀드 운용을 맡기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통용된다. 벤처캐피탈이 펀드 운용을 전담하는 SPC를 설립할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견은 2010년대부터 '중간 유한책임회사(LLC) 도입론' 등의 주장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자회사 설립이 실현되면 대표 펀드매니저와 핵심 운용 인력의 사내 위상이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투자 심의에 관여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펀드 운용역 중심의 딜(Deal) 추진이 탄력을 받으면서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역량이 탁월한 심사역의 이탈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거라는 의견도 눈에 띈다. 일차적으로 자회사가 펀드 성과보수를 받아 배분하고, 벤처캐피탈은 자회사가 주는 배당을 받는다. 펀드 운용에 직접 참여한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현행 대비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보상)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에서 기인한다.
대형 벤처캐피탈의 한 임원은 "해외 펀드의 성과보수 분배 실태를 보면 운용에 직접 참여하는 심사역들이 압도적 비중의 몫을 수령한다"며 "한국의 경우 회사와 운용역이 비슷한 비율로 성과보수를 수령하는데다, 간접적으로 투자 건에 관여한 심사역들까지 몫을 챙기는 바람에 유능한 심사역이 퇴사하는 사례들이 종종 관찰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벤처캐피탈협회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모회사에 주는 배당률 설정이 변수겠지만, 인센티브를 나눠 갖는 주도권이 벤처캐피탈에서 펀드 운용역으로 넘어가는 건 확실하다"며 "중소형 하우스보다는 다수의 펀드를 보유하고 임직원 수가 수십명에 이르는 대형사의 심사역들을 중심으로 자회사 설립 요구가 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자자·주주 이해상충 해소, 당국은 '외국계 모험자본 유입' 기대
궁극적으로 위탁운용사와 출자자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데 기여할 거라는 전망이 대두된다. 출자자와 주주의 이해 상충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유의미하다.
한 투자사의 대표는 "주주는 단기 수익 확보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며 "주주들을 의식해 무리하게 펀드를 청산하거나 포트폴리오를 회수하는 바람에 운용 수익 극대화가 좌절돼 출자자들이 불만을 갖는 상황을 차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당국은 벤처캐피탈의 펀드 운용 자회사 설립에 힘입어 글로벌 모험자본의 유입이 늘어나는 부수 효과를 얻을 거라는 기대도 품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그간 벤처캐피탈의 펀드 지배구조가 상이해 해외 기관이 한국 벤처펀드에 출자하기를 주저하는 사례가 적잖았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하면 국내 투자사가 외국계 자금을 유치하는 게 한층 수월해질 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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