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DLF 판결문 뜯어보기]하나금융 소송 결과도 보인다? 닮은 점과 다른 점⑤처분사유 달라, 재판 결과 예측 불가…내부통제 미마련-미준수 판단 관건

김현정 기자공개 2021-09-06 07:42:21

[편집자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DLF 1심 승소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비슷한 당국 징계를 기다리고 있던 금융사들은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재판부가 내놓은 판결문을 보면 마냥 기뻐할만한 상황이 아닌 듯하다. 74페이지에 이르는 판결문에는 금융권에 경종을 울리는 다수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더벨은 판결문을 입수해 행간에 들어 있는 의미와 되새겨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3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 DLF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문은 향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행정소송의 향방을 추측해볼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뿐 아니라 함 부회장에게도 '동일한' 법령을 근거로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다만 당국이 지적한 양행의 구체적인 과오 사례가 각기 달라 금감원의 실질적 처분사유도 완벽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국 징계가 내부통제 미흡이란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은 다르지 않지만 징계 '처분 사유'는 다르기 때문이다. 관건은 재판부가 내부통제 의무 '미마련' 혹은 '미준수'에 대한 함 부회장의 과실이 어느 정도인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제재 근거는 동일, '처분사유'에 해답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6일 3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3차 변론기일에서는 쟁점을 정리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열릴 예정이다.

함 부회장의 소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손 회장 소송은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가 담당했다. 함 부회장 소송 담당 재판부는 올해 안에 최종 변론을 마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1심 선고공판은 내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는 막연하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승소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DLF사태에 같은 사유로 문책경고를 받았다는 점에서다.

다만 법조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같은 논리나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금감원의 '처분사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행정절차법에 의하면 행정처분은 반드시 처분에 근거되는 이유(처분사유)를 반드시 처분서에 기재하도록 돼있다. 이를 ‘이유부기의 의무’라고 한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동일하게 하나은행에도 ‘금융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마련의무 미준수를 근거로 CEO 제재를 내렸다. 다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미비점이 똑같을 순 없기 때문에 금감원이 구성한 하나은행에 대한 처분사유 역시 달랐다. 만일 하나은행에 대한 처분사유가 내부통제 미마련에 해당된다면 손 회장과는 전혀 다른 재판 결과를 받을 수도 있다.

행정소송에 밝은 법조인 관계자는 “행정처분은 반드시 서면에 의해서 하도록 돼있고 서면에는 ‘처분의 사유’가 적혀있다”며 “우리은행의 경우 금감원이 제시한 처분사유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걸 문제삼은 게 아니라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았다고 해석했는데 하나은행 역시 금감원이 무엇을 문제삼았는지 처분사유를 살펴봐야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우리은행에 대한 판결문을 봐도 ‘처분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이 결론 도출의 핵심 과정이었다. 결국 금감원이 함 부회장에게 징계를 내리며 근거로 들었던 처분사유는 무엇인지가 향후 재판 결과를 가르는데 핵심이 될 수 있다.

*행정11부 우리은행 1심 판결문 발췌

◇투자자정보 유효기간 미설정, 영업점 제어 장치 부재 탓 징계

금감원이 하나은행 제재의 근거로 제시한 처분사유는 2020년 제4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에 나온 내용들로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당시 정례회의에 참석했던 하나은행 소송대리인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사항 총 8개를 지적했다.

그 중 하나가 대고객업무와 관련한 내용이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투자자정보 유효기간’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상 오래 전 투자자 정보로 현재 투자자가 공격투자형이냐 안전추구형이냐를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표준투자권유준칙은 금융사가 투자자정보에 대해 12~36개월로 유효기간을 설정할 것을 권고한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투자자정보를 그냥 갖다 쓰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판매 때마다 기존 투자자정보와 동일여부를 투자자정보확인서로 확인받아 고객이 동일하다고 표시할 경우 기존 투자자정보를 활용을 했다고 소명했다. 더불어 기존 투자자정보가 3년이 지날 경우 전산 상에 신규 투자자정보를 등록해야만 상품 판매가 이뤄지도록 제어해 왔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우리은행 판결문을 바탕으로 살핀다면 여기서의 쟁점은 투자자정보 유효기간 설정이 기준 미마련인지 혹은 미준수에 해당하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에서 유사 사례를 살펴본다면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신규 DLF상품들에 대해 심의 절차를 생략한 부분을 절차 미마련으로 바라봤다. 우리은행은 예전에 동일 구조 DLF에 대해 심의를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DLF상품을 심의 면제대상으로 분류하고는 수백건의 신규 DLF상품 심의 절차를 생략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담당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상품선정절차를 대부분 갖추고 있으며 절차 생략의 예외적 요건을 더 엄격하게 규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음부터 상품선정절차가 실질적으로 흠결됐다고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하나은행 담당 재판부가 하나은행의 ‘투자자정보 유효기간’ 미설정을 해당 우리은행 사례와 같이 단순한 내용 미비로 볼지, 실질적 흠결로 볼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 밖에 금감원은 하나은행 영업점이 영업내규를 준수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제어할 수 있도록 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마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은 펀드 판매 절차에 대해 ‘수신업무 절차 DD8. 집합투자증권 업무’를 만들어놓았다. 다만 영업점에서 이를 지키지 않은 사례가 다수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도 금감원으로부터 판매 절차 미비 사례가 지적된 바 있다. 다만 우리은행 담당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DLF상품을 안전한 상품이라고 '적합성 보고서'를 작성한 사례, 펀드 판매 후 '원금손실조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사례 등을 운영상 문제점으로 판단했다. 하나은행의 케이스도 운영상 미비로 볼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또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준법감시인의 점검 시스템이 결여돼있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은 내부 기준에 의해 운영 중이라고 반박했다.

우리은행 사례에서도 준법감시인의 미비점이 지적된 일이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준법감시인 기능의 경우 대부분 잘 갖춰져있다고 바라봤다. 금감원이 지적한 지점감사 부분은 운영상 미비 사항으로 판단했다.

전체적으로 하나은행 소송대리인은 하나은행이 내부통제와 관련한 확실한 체계(hierarchy)를 구축해놓았다고 주장한다. 이사회가 최종적인 책임을 지면서 하위 체계상 은행장 그리고 개인영업그룹장(부행장), WM사업단장, 투자상품부장 등이 각각의 소관업무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절차, 준수 책임을 지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던 사항들은 대부분이 전산, 서식이나 양식의 미비 아니면 매뉴얼이나 지침에 반영된 사항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엽적이고 말단적인 문제가 경영진의 내부통제기준 미마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하나은행 측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처분사유로 끌고 온 사례들을 재판부가 어떻게 바라볼지가 관건"이라며 "다만 회의록에서도 금감원이 불완전판매를 내부통제 마련의무 미비의 결과로 해석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정례회의에 참석한 다수 의원들이 얘기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