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실적부진·투자 '이중고'…하반기 고비? 1년 넘게 'AA0, 부정적' 유지…자산매각에도 등급 방어 한계
이지혜 기자공개 2021-09-08 08:00:28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6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AA0, 부정적)의 신용도 강등 위기가 짙어졌다. 할인점과 수퍼 등 기존 주력사업이 성장에 한계를 맞았으면서 수년간 이어진 실적부진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그렇다고 대규모 투자를 멈출 수도 없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e-Commerce) 중심으로 소비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가운데 롯데쇼핑은 경쟁사보다 뒤쳐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베이코리아와 한샘 등 대형 인수합병(M&A)에 롯데쇼핑이 매번 거론되는 이유다.
문제는 재무건전성이다. 자산을 매각하며 차입금이 불어나는 것은 막아내고 있지만 임시방편인 것으로 분석됐다. 영업만으로 투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실적이 신용등급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됐다.
◇또 어닝쇼크, 하반기 ‘고비’
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분기 618억원, 올 2분기에도 7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실적이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 가까웠다.
이 탓에 순차입금/EBITDA 등 재무지표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이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에 걸렸다.
본원적 경쟁력에 금이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하더라도 롯데쇼핑이 실적을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패턴 변화로 유통업계의 경쟁이 심화했으며 대규모 점포망 등 롯데쇼핑의 사업적 이점이 흐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이 2분기 어닝쇼크를 낸 데는 일회성 요인도 물론 작용했다. 송도롯데몰 공사가 지연되면서 부동산세 323억원을 물었다.
그러나 할인점과 슈퍼마켓 등 백화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에서 실적이 부진했다는 데 신용평가업계는 초점을 맞춘다. 과거까지 시야를 넓히면 실적악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2014년 1조원이 훌쩍 넘었던 영업이익이 2019년 4000억원대, 지난해 3500억원대로 곤두박질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미세먼지 등 환경요인으로 대규모 복합시설의 선호도만 높아지고 있고 명품MD의 중요성이 커졌으며 할인점의 강점이던 신선식품의 구매도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에 중소형점을 필두로 대규모 점포망을 구축한 백화점과 할인점의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
롯데쇼핑이 1년 넘게 등급전망에 ‘부정적’을 달고 있는 이유다. 유통사업의 실적 부진으로 롯데쇼핑은 2019년 장기 신용등급 AA+를 반납했다. 그러나 AA0가 된 지 1년이 되기도 전에 코로나19 사태를 맞닥뜨리면서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하반기가 고비일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등급전망에 ‘부정적’을 단 지 오래됐기에 롯데쇼핑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일반적으로 유통업체는 하반기에 실적이 좋아지는데 3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밑돈다면 신용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대응력 늦다" 평가도
특히 이커머스 경쟁력 약화를 지적받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커머스사업은 중장기적 성장성을 가늠하는 잣대”라며 “이커머스부문에서 시장지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분산됐던 온라인플랫폼을 ‘롯데온’으로 지난해 통합했다. 그러나 인터페이스와 배송, 계열사 간 통합운영 등에 차질을 빚으면서 고전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이커머스부문 매출이 줄었다. 이커머스 매출은 5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광고판촉비와 제휴수수료 등으로 더 불어났다.
같은 기간 쿠팡은 분기 매출 5조원을 넘어섰으며 이마트의 SSG닷컴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6866억원을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업체의 상반기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6%가 넘는데 롯데쇼핑은 이런 흐름에서 제외됐다.
◇재무건전성 방어 급급, 대형 M&A ‘변수’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롯데쇼핑이 AA0를 방어하는 것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잠실 롯데월드타워 소유권 지분을 롯데물산에 매각하고 리츠자산 추가 편입에 따른 유상증자를 실시해 1조원가량 마련했다.
그러나 순차입금 등 재무지표가 등급에 비해 여전히 열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입금 규모가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해마다 지출하는 금융비용도 적잖다. 점포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일시적 자금지출도 부담요인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노력했고 자산을 더 매각할 의지까지 내비치고 있어 일단 지켜보고 있다”며 “그러나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산매각보다 중요한 것은 영업실적을 회복해 수익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M&A 가능성도 변수다. 롯데쇼핑은 최근 이커머스사업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했다. 여기에 이어 롯데그룹은 한샘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만큼 이커머스 관련 대형 매물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한샘 등 특화 상품이나 시장 중심으로 대형 M&A에 참여하는 전략을 펼 수 있기에 대형 M&A를 추진하면서 재무지표가 저하될 가능성은 늘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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