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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FI 갈등]풋옵션 이행 일시정지, 신창재 회장 '유리한 여건'2조 마련 부담 해소, 공정가치 재평가·투자자 유치까지 시간 여유

이은솔 기자공개 2021-09-08 07:22:04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7일 1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경영권 리스크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가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이 요구한 가격대로는 풋옵션을 이행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만약 풋옵션을 강제 이행해야 한다면 신 회장의 보유지분을 내놓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하지만 서둘러 풋옵션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돼 부담을 덜게 됐다. 공정시장가격(FMV) 재산정과 투자자 유치까지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ICC 산하 중재재판소는 6일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제기한 중재신청의 결론을 내렸다.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이 제기한 40만9000원 가격에 풋옵션을 이행할 필요는 없지만 양측이 맺은 풋옵션 계약은 유효하다는 게 판결의 핵심이다.

신 회장은 당장 경영권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만약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의 요구대로 풋옵션을 이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으면 신 회장은 교보생명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ICC 중재결정은 국내에서도 집행 효력을 갖고 있다. 법원을 통해 이행이 강제되면 신 회장의 재산 압류 등의 절차가 예상됐다.

그러나 ICC는 주식을 당장 되사지는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풋옵션의 존재 자체는 인정했기 때문에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투자금 회수에 협조해야 하지만 시간은 벌게 된 셈이다. 당장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향후 신 회장과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컨소시엄 측과 협상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꺼내들 전망이다. 신 회장 측은 중재 신청 직전인 2019년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에 자산담보부채권(ABS) 발행, 제3자 매각, 기업공개(IPO) 후 차익보전 등 세 가지 타협안을 제시한 바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가치평가를 새로 받아 풋옵션을 다시 이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ICC가 신 회장이 주당 40만9000원에 지분을 되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건 가치평가를 이행하지 않는 등 절차상의 문제 때문이라는 게 어피너티 측의 해석이다. 어피너티는 이를 토대로 교보생명 측에 FMV 산정을 재차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은 입장문을 통해 "판정부는 신 회장 측이 FMV를 제출하지 않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주식 매수를 강제할 수 없다고 본 것"이라며 "추후 절차를 진행하여 풋옵션 거래를 종결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격산정을 위해서는 새롭게 회계법인을 선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도 만만찮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어펄마캐피탈의 요구로 가격산정 업무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삼덕회계법인 관계자들이 형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의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양측 모두 새로운 회계법인에 가치평가를 의뢰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신규 투자자 유치도 방법 중 하나지만 이 또한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이 회수하길 원하는 지분은 최대 2조원, 적어도 1조원 이상으로 규모가 매우 크다. 더구나 기존 FI들과 신 회장 측이 장기간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의 지분을 선뜻 사겠다고 나설 신규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불리한 상황이 아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FI는 아직까지는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보유 지분을 당장 팔 수도 회수를 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36.91%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현재 교보생명 지분 20% 내외를 보유하고 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특수목적법인(SPC)인 가디언 홀딩스 유한회사를 통해 교보생명 지분 9.05%를, 베어링PE가 5.23%를, IMM PE가 5.23%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을 쪼개 갖고 있는 FI들도 아직까지는 교보생명 경영진 판단을 신뢰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코셰어캐피탈(9.79%), 캐나다온타리오교직원연금(7.62%), 한국수출입은행(5.85%), 스탠다드차타드PE(5.33%) 등이 해당 FI들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의 대응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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