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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FI 갈등]신창재 회장, 재산 가압류 해소 '길' 열렸다어피너티 측 주택·급여통장 등 담보 잡아둬…ICC 판결로 명분 희석

김민영 기자공개 2021-09-10 07:03:25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9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 분쟁을 두고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제기한 중재 절차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으면서 재무적투자자(FI) 측으로부터 걸려 있는 재산 가압류를 해지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는 평이다.

특히 신 회장은 ICC 중재판정부 판결에 따라 약 300억원에 이르는 소송비용을 치러야 하는 처지여서 현금 마련이 절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본인의 자산에 걸려 있는 가압류를 해지하는 절차에 서둘러 나설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가디언홀딩스리미티드 등 4개 회사는 작년 4월 27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신 회장이 보유 중인 서울 성북구 성북동 주택에 대해 50억원의 가압류를 신청했고 인용 판결을 받아냈다. 이틀 뒤인 같은 달 29일 이들 4개 회사는 실제 신 회장 자택에 가압류를 걸었다.

신 회장의 성북동 자택은 지하 1층~지상 2층(624.09㎡·188평) 규모의 고급 단독주택이다. 지난 1월 기준 주택공시가격은 42억6000만원에 달한다.

이들 4개 회사는 또 신 회장의 2년치 배당금(약 850억원)과 급여(2020년 연봉 약 6억5000만원), 신 회장이 실물로 보유 중인 교보생명 종이 증권(실물주권) 1000주에 대한 가압류도 신청해 법원의 인용을 받았다.

이들이 신 회장 주택 등에 대한 가압류를 설정한 건 풋옵션 관련 법적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가디언홀딩스리미티드는 신 회장에게 풋옵션 행사를 주장하고 있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측이 교보생명의 FI로 참여하기 위해 2012년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교보생명 주식 9.05%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3개 회사도 사모펀드사인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5.23%), IMM프라이빗에쿼티(5.23%),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교보생명 지분 투자를 위해 각기 세운 SPC다. 이 4곳은 2012년 9월 컨소시엄을 구축해 교보생명의 FI로 참여하면서 주식 24.01%를 확보했다. 투자금액만 1조2054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당시 신 회장과 주식매수를 요청할 수 있는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9월 30일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을 경우 FI의 주식을 신 회장이 되사간다는 조건이었다.

교보생명은 2018년까지도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못했고, 결국 그해 10월 컨소시엄은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주식 가격이 과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컨소시엄이 주장한 풋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으로 총액은 약 2조원에 달했다. 수익률로 보면 투자 원금의 100%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신 회장과 FI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2019년 3월 ICC 중재판정부에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 신청을 전후해 FI 측은 신 회장으로부터 2조원에 달하는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임을 주장하며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했고 이를 실현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중재판정부는 6일 풋옵션 계약 자체는 유효하지만 컨소시엄이 요구하는 40만9000원에 주식을 매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놨다. 신 회장과 컨소시엄 간에 채권·채무 관계의 사정이 달라지게 됐다. 산정 금액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 회장 재산에 FI들이 걸어둔 가압류 절차도 풀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신 회장이 가압류를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가 거론된다. 우선 이번 중재 결과를 토대로 FI 측과 협의해 가압류 취하를 이끌어내는 방법이 있다. 물론 가능성은 낮은 해법이다. FI 측이 중재판정부 판결 후 여론전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법원이 인용해준 가압류를 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실적인 다른 방법은 신 회장이 법원에 가압류 취소 신청이나 이의신청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풋옵션 행사와 공정시장가치(FMV) 평가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 만큼 가압류부터 풀고 깔끔하게 다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 회장이 당장 현금이 필요한 점도 가압류 해소를 서둘러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신 회장은 중재판정부의 판결에 따라 본인 중재비용과 변호사 비용 전부, 컨소시엄의 중재비용 전부, 변호사 비용 50%를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관련 예상 비용만 최대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가압류는 신 회장 개인이 결정할 문제로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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