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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퍼스트 무버 선언]빅3 계열사 '헤드쿼터'의 돋보이는 재무 안정성⑤'2045 탄소중립' 프로젝트 이끌 현대차·기아·모비스, 투자 실탄도 '넉넉'

양도웅 기자공개 2021-09-14 08:21:30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연기관차에 안녕을 고한다. 경쟁사보다 5~10년 이른 전동화·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고 변화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전기차·수소차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이 됐다. 미래차 시대를 앞장서 여는 현대차그룹의 전략과 재무, 풀어야하는 숙제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9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전 세계인을 상대로 공언한 2045년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을 실현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꾸준한 투자가 필수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로드맵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세 계열사의 국내 본사가 가진 현금 동원력에 관심이 모아진다. 헤드쿼터(사령부)의 든든한 뒷받침 없이는 그룹의 명운(命運)을 건 프로젝트는 시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수적으로 측정한 세 계열사가 1년 안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만 17조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낮은 부채비율과 한 자릿수대의 차입금의존도까지 고려하면 내부서 현금을 조달하는 능력도 매우 준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폭스바겐과 토요타 등 경쟁사보다 5년 일찍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힌 배경엔 이러한 두둑한 실탄과 견고한 재무 안정성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각 사 사업보고서)
◇ 현금보다 단기금융상품 '선호'···1년 내 현금화 가능 자산 17조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순환출자로 얽혀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를, 현대차가 기아를, 기아가 다시 현대모비스를 지배하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금융회사를 종속회사로 보유하고 있고 수백개의 해외법인도 보유한 점을 고려하면 세 계열사의 국내 본사 기준 현금 보유량을 측정하는 건 쉽지 않다.

이는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 세 계열사의 연결재무제표가 아닌 별도재무제표를 통해 재무상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이다. 철강회사로서의 포스코의 재무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선 연결이 아닌 별도재무제표를 봐야 한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지난달 17일 세 계열사가 일제히 발표한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대차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767억원, 기아는 7826억원, 현대모비스는 6331억원이다.
(출처=각 사 사업보고서)
현대차그룹이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최근 1~2년간 지속 발표한 미래차 투자 계획에서 적어도 매년 조 단위의 투자 계획을 알린 점을 고려하면 세 계열사의 합산 현금및현금성자산인 1조7924억원은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숫자로 여겨진다. 물론 이게 전부가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의 상당 부분을 주로 만기 1년 이내의 예·적금과 CMA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둔 현금은 각각 6조3856억원, 8조8901억원이다. 4조원 가량을 단기매매 목적의 채권과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현대모비스를 제외해도 세 계열사가 1년 내에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17조원을 넘어선다.

◇ 한 자릿수대 차입금의존도···대규모 자금 '외부 조달 여력'도 충분

현금 보유량뿐 아니라 재무 안정성도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초대형·초장기 프로젝트 '2045 탄소중립'을 위해선 그만큼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규모가 단기간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치를 보여준다면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은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나타내는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재무 안정성에서도 돋보이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말 현대차의 부채비율은 46.9%, 기아는 77.9%, 현대모비스는 31.1%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관리할 것을 주문받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준수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출처=각 사 사업보고서)
이자비용을 지급하는 대출과 사채 등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차입금의존도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자비용이 고정비라는 점에서 부채비율보다 더 정확히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현대차의 차입금의존도는 6.4%, 기아는 16.0%, 현대모비스는 3.0%이다. 통상 30% 이하일 때 재무구조가 안정하다고 평한다.

낮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현재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포함한 자산이 대부분 내부 영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향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 외부에서 이를 조달해도 재무구조에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에 재무적 선택지를 넓혀주는 긍정적 효과를 준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들은 OCF(총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경쟁사들보다 몇 년 빨리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었던 힘"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과 도요타의 탄소중립 목표는 2050년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보다 5년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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