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9월 24일 0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긴박한 의료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장면 가운데 응급상황이나 수술 중 환자 혈압을 적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에선 몰입도가 배로 증가했다.신체의 혈관과 비슷한 기능을 선박에선 배관이 담당한다. 배관은 선박 내 곳곳으로 이어져 연료나 증기, 물, 가스 등을 공급해 동력을 제공하거나 선원들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선박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 부품이지만 조선(造船)업 전체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이기도 하다.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외항선 일등기관사로 일했던 김성호 회장이 '불혹(不惑)'의 나이인 40세에 '동방선기' 창업에 나선 이유였다. 늦깎이 창업이었지만 뚝심 있게 선박용 배관에만 집중했다. 창업 15년 만인 2009년 상장하면서 '선박 배관업계 사관학교'라는 타이틀을 내걸 만큼 자신감도 충분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시작된 조선업 전반의 수주절벽 파고를 넘기 쉽지 않았다. 2017년 적자 전환한 이래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손실을 냈다. 올해 초에는 코스닥 상장사로선 각종 제약이 많은 '관리종목' 꼬리표까지 붙었다. 만 76세로 고령인 김 회장에게도 결단이 필요했다.
때마침 조선 기자재 전문기업 '일승'과 모회사 세진중공업 오너 2세 윤지원 부사장이 동방선기 지분을 사들였다. 김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이었다. 적대적 M&A 우려도 제기됐다. 애지중지 키운 기업을 허망하게 잃을 순 없었다.
김 회장은 일승 측과 논의 끝에 경영권 매각을 결단했다. 돈을 생각했다면 어디에 팔리든 무관했겠지만 일승과 세진중공업은 조선업을 영위하는 만큼 사업적 접점도 많았다. 최근 국내 조선업이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는 만큼 건실한 모회사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인수자인 일승과 모회사 세진중공업은 필요한 선박 배관을 동방선기로부터 확보하는 등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동방선기도 이 과정을 통해 고질적인 수익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일승과 세진중공업 오너 2세인 윤 부사장에게도 기회다. 그는 지난해 최대주주에 오르며 승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지배구조 위협 요소를 일찌감치 제거했다. 이번 동방선기 M&A를 통해선 경영능력 및 리더십 입증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환자도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병의 차도가 나뉜다. 기업도 똑같다. 다양한 이유로 창업자의 손을 떠난 기업의 도약은 인수자에 달렸다. 동방선기가 이제 막 M&A 계약서를 쓴 단계를 넘은 수준이지만 일승과 세진중공업을 만나 다시 선박 배관업계의 사관학교와 같은 역할로 국내 조선업 부활에 힘을 보태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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