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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대란 그후 1년]사모펀드는 '난색', ETF 수탁은 '적극 구애'⑦사고 가능성 낮은 수입원 확보...ETF, 성장 가능성에 베팅

김진현 기자공개 2021-10-20 13: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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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시장이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이전을 회복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며 움츠러들었던 수탁업계도 수탁고를 늘렸다. 하지만 수탁사와 자산운용사마다 체감 정도는 다르다. 대형사들은 원활하게 수탁사를 확보, 입지를 넓힌 반면 소형사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탁 수수료는 급증했고 수탁 조건도 깐깐해졌다. 수탁대란 그후 1년, 그 변화를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8일 14: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탁회사가 사모펀드 수탁을 피하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이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은 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ETF 출시를 준비하는 자산운용사에겐 오히려 수탁을 맡겨 달라고 수탁사가 먼저 나서는 분위기다.

장기적으로 ETF 시장이 커질 것을 기대하는 수탁회사들이 ETF를 출시하는 자산운용사를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식형 액티브 ETF 출시가 가능해지면서 기존에 ETF 사업을 하지 않던 운용사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 ETF 운용지시 검증 '간편'…낮은 수탁보수에도 '유치 경쟁'

수탁회사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고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해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선별적으로 수탁을 하고 있다. 반면 ETF와 같은 상품에 대해서는 오히려 수탁회사가 운용사에게 수탁을 제안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TF와 같은 단순 지수 추종 상품의 경우 수탁 자산의 교차 검증 실패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옵티머스 사고 이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수탁회사는 운용지시 상 투자 자산과 실제 운용 내용이 일치하는 지 등을 살펴야 한다.

ETF에 대한 수탁 검증은 상대적으로 간편하다. 대부분 ETF의 경우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지수와 동일한 현물 바스켓을 수탁회사에 맡기게 된다. 주식형 ETF와 같이 상장 주식을 묶어 바스켓으로 맡기는 경우에는 교차 검증이 더 쉬운 편이다.

올해 설정된 ETF의 수탁보수는 1bp~2bp 수준이다. 투자 상품 중에서도 수탁 보수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사모펀드 수탁 보수가 10배 이상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낮은 수탁보수에도 불구하고 수탁회사들은 ETF에 대해 러브콜을 이어가고 있다. ETF는 한번 설정되면 순자산 규모가 50억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운용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탁 보수를 수취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보수가 적더라도 수탁회사 입장에선 꾸준한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 퇴직연금 ETF 투자 활성화 동반성장 '기대감'…액티브 ETF, 60조 시장 '가속 패달'

장기적으로 ETF시장이 퇴직연금 시장과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수탁회사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올해 2월 발간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52조30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260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비원리금보장상품 운용 비중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ETF 시장 성장 가능성은 높다. 최근들어 DC·IRP 계좌 내에서 ETF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이를 활용해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개인투자자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DC형과 IRP 적립금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상반기 기준 DC형 적립금은 67조5428억원이 쌓였고 IRP 적립금은 41조370억원 쌓였다. 각각 지난해보다 5.6%, 19.3% 증가한 액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기준 국내 ETF 순자산 총액 규모는 63조6324억원이다. 지난해말보다 11조5959억원(22.2%) 증가한 액수다. 빠른 속도로 ETF 시장이 커지면서 수탁회사들이 가져가는 수탁보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9월 기준 ETF 순자산총액을 수탁보수 2bp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수탁회사들이 가져갈 수 있는 수탁보수 총액은 1272억원이다. 시장 자체 크기에 비해 가져갈 수 있는 수탁보수 자체는 많지 않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훌륭한 먹거리인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주식형 액티브 ETF 상장이 가능해지면서 다수의 운용사가 ETF 시장 합류를 준비 중이라는 점 역시 수탁회사들에겐 유리하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브이아이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 회사가 액티브 ETF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기존 액티브 ETF를 설정했던 운용사들도 향후 가짓수를 늘려갈 계획을 가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시장 규모 확대에 기여하는 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수탁회사들이 ETF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신생사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하려는 운용사와 초기에 협력 관계를 구축하게 되면 향후에도 해당 회사가 출시하는 ETF 수탁을 맡기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ETF는 수탁회사들이 서로 수탁을 하려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투자자산 교차 검증도 간편하고 사고가 날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중소형 사모자산운용사들은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사고가 나면 수탁회사도 책임을 져야 하도록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해는 한다"며 "수탁회사들이 여력이 없어서 수탁을 못할 것 같다고 말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소형 자산운용사의 사고 가능성을 염려해 수탁을 안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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