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제재심 '학습효과' 선제적 자율합의 나섰다 금감원, 적극적 피해구제 여부 제재경감 판단…분쟁가능성 선제적 차단 '노림수'
김진현 기자공개 2021-10-28 07:40:46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6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적극적인 피해구제 행보에 나섰다. 추후 환매중단 펀드에 대해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게 되면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이미 두 차례나 제재심 징계 결정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우리은행이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적극적 피해 구제 정도를 감안해 제재 경감 판단을 내린다는 메시지를 업계에 전달한 바 있다.
◇ 우리은행, 하나은행·신금투 이어 선지급 대열 합류…'적극적 피해구제' 의사 피력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사회 결정을 통해 더플랫폼아시아무역금융펀드, 독일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젠투파트너스 DLS 상품 가입 고객에게 펀드 원금의 일부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선지급 대상 상품 규모는 총 1975억원이다. 금융상품별로 독일헤리티지DLS 223억원, 무역금융펀드 850억원, 젠투파트너스 DLS 902억원이다. 고객들과 개별 합의를 통해 원금의 50%를 선지급할 계획이다. 모든 고객이 동의할 경우 최대 988억원의 자금이 충당금으로 잡힐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자율합의 방식을 통해 장기간 환매중단됐던 펀드 투자자들과의 사적 화해를 노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환매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고객 피해가 가중되고 있어 고객 유동성을 지원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선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지급 결정 상품들은 환매가 중단된 지 1년이 넘었다.
장기간 환매중단이 길어지면서 우리은행의 환매중단 펀드 판매 잔액이 전체 은행 채널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로 집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초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우리은행의 환매중단 펀드 판매잔액은 551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지급 결정을 통해 환매중단 펀드 판매잔액 중 35% 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환매중단 펀드에 대해선 판매사들의 자율적인 사적화해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선지급을 결정한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제재심이 열리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와 관련해 두 차례 제재심을 겪은 바 있는 우리은행이 추후 열릴 제재심을 앞두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선지급 결정에 앞서 이미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등도 젠투파트너스 등 환매중단 금융상품에 대해 선지급 결정을 내렸다. 제재심 일정이 잡히기 전에 선제적으로 사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판매사 책임을 경감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46조 임직원 등에 대한 제재 참작 사유에 금융거래자의 피해에 대한 충분한 배상 등 피해회복 노력 여부를 추가한 바 있다. 판매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피해 회복 노력을 할 경우 제재수위 결정 과정에서 경감 사유가 된다는 뜻이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고 당시 신영증권이 투자자들과 사적화해 방식의 자율합의를 진행했었다. 한국투자증권도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환매중단 펀드 금액 전부를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결정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 개최와 관련한 상세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정감사를 통해 금융감독원의 신속한 사모펀드 사고 해결을 주문한 만큼 빠른 시일 내 해당 펀드들과 관련된 제재심의위원회 일정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 등 제재심 전 선지급을 결정한 회사들이 있었던 건 맞다"며 "금융감독원의 사적화해 권고에 맞게 각 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선지급 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자율합의 통한 사적화해로 분쟁 가능성 '선제적' 차단
우리은행이 선지급을 통한 자율합의를 추진한 배경 중 또 하나는 투자자들과 분쟁이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개별 합의를 통해 사적화해가 이뤄진 경우 소송이나 분쟁조정 신청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선지급 결정에 포함된 젠투파트너스 DLS와 더플랫폼무역금융 펀드는 금융감독원이 선제적으로 분쟁조정절차를 진행하기로 한 5대 사모펀드에서 빠져있는 상품들이다. 금융감독원은 개인투자자 가입 비중이 높은 라임, 헤리티지,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이탈리아헬스케어 등 펀드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헤리티지 DLS와 달리 젠투파트너스 DLS ,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쟁 조정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추후 손실이 확정될 경우 상당수 개인 고객들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펀드 사고와 관련된 민원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차원에서 자율합의 방식의 사적화해가 우리은행에게는 더 유리한 셈이다. 개인고객과도 자율합의를 통해 사적화해를 마치게 되면 분쟁조정 절차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또 선지급 결정을 통해 법인 투자자와의 분쟁도 차단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전문투자자로 분류되는 법인 고객이 많은 편이다. 법인 등 전문투자자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서 투자 원금 지급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법인과 같은 전문투자자의 경우 투자 상품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고 투자활동을 한다고 보고 분쟁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금융상품 투자 후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자기책임 소재가 크다는 의미다.
법인 고객이 환매중단 펀드의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소송을 통해 판매사의 판매 책임을 입증해야만 한다. 환매중단 펀드와 관련한 소송전은 우리은행에겐 큰 부담이다. 선지급을 통한 자율합의가 법인 고객과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인 셈이다.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 기본 배상비율 등을 참고해 선지급 비중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리연계DLF,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관련된 선지급 결정과 마찬가지로 법무법인 자문을 통해 배상 비율을 확정했다.
우리은행은 앞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선지급 당시에도 사적화해 계약을 통해 선지급 보상금을 우선 지급하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자율합의에 나선 바 있다. 이번 결정을 통한 선지급 금액 역시 추후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차액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펀드의 잔존가치 등에 대해 검토해본 결과 50% 수준의 선지급 비중을 결정하면 된다고 판단했다"며 "법무법인 3곳의 자문을 받아 지급 금액의 적정성 등을 따져보고 최종적으로 배상비율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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