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FI 갈등]결별 시나리오 3가지 '양보 없인 진흙탕'신창재 회장·FI, 또다시 법정 싸움…장기전 불가피
김민영 기자공개 2021-10-26 07:44:17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5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최대주주 신창재 회장 간의 풋옵션 이행을 둘러싼 법정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FI 측이 신 회장에게 풋옵션 가치평가 산정을 위한 평가기관 선정을 촉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다.신 회장 측은 이에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판정부가 ‘풋옵션은 유효하나 FI 측의 산정 가격은 한국 법원에서 가려야 한다’고 결정 내렸는데 FI와 신 회장 측은 서로 유리한대로 해석하고 있다. 진흙탕 싸움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어피너티컨소시엄의 법률대리인인 김·장 법률사무소와 신 회장 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이 가치평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구두변론을 편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이르면 1개월 안에 나올 예정이다.
양 측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기각 될 것이라고 서로 주장하고 있다. FI 측은 ICC에서 주주간 계약과 풋옵션이 적법하고 유효하며 안진의 가치평가 역시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는 입장이다.
FI 측 관계자는 “애초에 FI와 신 회장이 각각 평가기관을 선임해 가격을 제출하는 것이 합의된 절차”라며 “신 회장에게 계약대로 이행하라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 회장 측은 가치평가 산정에 나서라는 인용 결정이 나도 ‘가처분 인용 결정’을 기각해 달라고 재신청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측 관계자는 “풋옵션 이행 절차의 1단계에 해당하는 FI의 가치평가 수행 과정에서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가 발견돼 FI 임원과 가치평가를 수행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재판이 종결될 때까지 신 회장이 풋옵션 가격 산정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형사재판이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최소 몇 년이 걸려 신 회장 측과 FI가 형사재판만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시장에선 신 회장 측과 FI의 갈등 종결을 위한 시나리오를 3가지 정도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이 가치평가에 응하고 풋옵션 수용 △교보생명 IPO 후 FI 엑시트 △FI와 제3의 투자자 주식 양수·도 계약 체결이 있다.
우선 첫번째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가장 낮다. 주식 가치평가 작업을 두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풋옵션 이행 절차의 첫 단계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화해를 하지 않는 이상 이 시나리오는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두번째는 교보생명이 IPO를 하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되면 FI 측이 자연스럽게 장내매도나 블록딜 등을 통해 교보생명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다만 IPO의 걸림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FI 측은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를 산정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염두에 뒀다. 따라서 IPO 후 주식 추가 매수나 다른 FI와 연합한다면 비상장인 현재보다 교보생명 경영권을 좀 더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을 신 회장이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FI의 교보생명 지분은 24%이고,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6.91%다.
또 교보생명의 미래 주식가치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교보생명이 IPO에 나선다면 자연스레 갈등 해소 국면을 맞겠지만 교보생명의 미래가치가 부정적이라면 초기 투자금보다 못한 시장가치가 매겨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FI가 손실을 보고 나가야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 방법은 FI가 제3의 투자자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는 것이다. 현재로선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FI도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과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으며 교보생명의 주주가 됐다.
다만 제3의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길 경우 초기 투자금을 넘어서는 차익실현을 하고 떠나겠다는 FI의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생보업황과 최대주주와의 갈등 상황을 전부 지켜본 마당에 제값을 주고 교보생명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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