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11년만에 'CJ 비전' 직원 앞에 선 까닭은 창립기념일 앞두고 '제2도약' 성찰, 컬처·플랫폼·웰니스 중기 청사진 제시
문누리 기자공개 2021-11-04 08:07:28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3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성장 정체기'를 벗어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 투자한다. 11년 전 '제2도약' 비전을 선언한 뒤 2020년 그룹 4대 사업군(식품·바이오·신유통·엔터테인먼트) 중 최소 2개 이상 세계 1등을 달성시키려 했던 목표가 코로나19 등 변수로 밀렸기 때문이다.4대 성장엔진은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 등이다. 이를 위해 공격적인 인재 채용과 최고인재 육성, 일문화 혁신을 최우선 추진한다.
◇2010년 '그레이트 CJ' 제2의 도약 실패 반성
이 회장은 3일 특별 제작된 동영상을 통해 'C.P.W.S' 중심의 중기비전을 발표하면서 그룹 혁신성장 방향을 임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이 영상은 사업현장의 직원들이 변화와 성장의 방향과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강한 실행 의지를 밝히고 이 회장이 이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 회장이 사업비전에 대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설명한 것은 2010년 제2도약 선언’ 이후 처음이다. CJ의 현재를 '성장 정체'로 규정한 이 회장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 10여년의 성장 정체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11년 전 이 회장은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주요 임직원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2010 CJ 온리원 컨퍼런스'를 열고 그룹 제2도약'을 선언했다.
당시 선대회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만큼 그룹의 비약적 성장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자리였다. 이 회장은 '2020년 그레이트 CJ'를 외치며 2020년 그룹 4대 사업군 중 최소 2개 이상 세계 1등을 달성시켜 글로벌 리딩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가 미래 트렌드에 맞게 잘 구성돼있다는 취지였다.
당시 이 회장은 "내부적으로 고성장 기반이 마련되고 미래경영환경도 우호적으로 펼쳐지는 이 시점을 놓친다면 우리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는 또다시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비전선포는 11월 5일 그룹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이뤄졌다. 제2도약 선포 이후 10여년간 이 회장이 기대한 만큼 사업의 핵심 역량이 강화되지 않아 임직원들에게 또 한번의 성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미래 비전 수립과 실행이 부족했고 인재확보와 일하는 문화 개선도 미흡했다는 자성과 함께 이대로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을 드러냈다.
CJ그룹은 1995년 '독립경영' 이후 4대 사업군(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유통·물류)을 완성했다. 하지만 최근 3~4년새 국내외 플랫폼기업들이 영역을 확장하고 기존 산업 내 경쟁도 격화하면서 과거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미래 혁신성장 집중, 4대성장 엔진 인재영입 총력
이 회장은 CJ가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조직 내 유·무형 역량을 집중하고 최고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일터를 만들어 제3의 도약을 이룬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앞으로 트렌드 리딩력, 기술력, 마케팅 등 역량으로 미래 혁신성장에 집중하고, 이를 주도할 최고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미래와 인재'를 그룹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잡았다. 최고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은 이 회장이 이번 비전 실행에서 가장 강조하고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 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고, 일하고 싶어 하며 같이 성장하는 CJ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더했다.
이번 인사조직 혁신은 나이, 연차, 직급을 가리지 않는 인재발탁과 임직원 스스로 일하는 시공간과 경력(Career Path)까지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Self-Design) 몰입’ 환경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주요 계열사들이 직원 자율에 기반한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도입한 거점오피스, 재택근무제를 그룹 전반으로 확대해 직원들이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단순한 유연근무를 넘어 직무 특성을 고려해 '일 또는 주 단위의 최소 근무시간' 원칙만 지키면 요일별 근무시간을 직원 각자가 설계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한다.
인재발탁의 기준을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의지로 바꾸는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임직원이 소속 계열사와 직무에 제한 없이 그룹 내 다양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잡 포스팅(Job Posting)', '프로젝트/TF 공모제'가 시행된다. 또 의지와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들에게 직급에 관계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리더 공모제'도 신설된다. 직급과 승진제도 개편해 임원 직위체계 간소화도 병행 추진된다.
CJ는 구성원들이 기존의 조직에서 벗어나 새 사업에 도전할 기회도 제공한다. 독립조직인 CIC(Company In Company)와 사내벤처를 활성화하고 사업화 성공시 스톡옵션 부여 등 다양한 보상제도도 함께 마련한다.
기존 사업군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정보통신기술(IT), 바이오기술(BT)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있다면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2023년까지 총 10조원 투자금 중 브랜드, 미래형 혁신기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인재 등 무형자산 확보와 AI 중심 디지털 전환에 3년간 총 4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업의 투자 대상이 눈에 보이는 설비 중심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자산(intangible asset)으로 옮겨가는 트렌드에 발맞춘 조치다. 외부 기업, 기관들과 개방적 협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영방식도 혁신한다. 작년 네이버와의 전략적 사업제휴처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 모델을 추가 발굴하고 오픈 이노베이션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CJ 관계자는 “그룹의 투자와 역량을 4대 미래성장엔진에 집중해 3년내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4대 미래성장엔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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