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리뉴얼]IBK뉴욕, ‘정통’ 중기지원에 'IB금융' 더했다③코로나 계기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우량자산 확충 추진
김규희 기자공개 2021-11-22 13:44:15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난 '코로나19' 사태로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 시작됐다. 금융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언택트' 업무 정착에 주력했다. 올해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리뉴얼'에 힘을 쏟은 시기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1년 동안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또 어떤 전략을 준비 중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1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은 국내 수출기업을 위해 1980년 미국에 첫 발을 내디뎠다. 뉴욕지점은 현대차, SK,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과 함께 현지에 진출한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에 충실해왔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뉴욕지점은 모든 게 바뀌었다. 꽉 막힌 영업환경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줌(Zoom) 등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했다. 재택근무 및 분산근무를 실시하면서 근무환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영업전략도 수정했다. 위기에 직면한 이후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우량자산 확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뉴욕지점은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위해 미국내 IB(투자은행)부문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 뉴욕지점 한 곳서 미 전역 커버, 본점 신용정보 활용해 자금융통
기업은행이 미국에 설치한 지점은 뉴욕지점 한 곳 뿐이다. 1980년 12월 한국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뉴욕에 사무실을 설치했다. 이어 1990년 11월 뉴욕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영업을 확대했다.
넓은 영토에 지점이 하나 뿐인 이유는 기업은행의 영업 전략과 맞닿아있다. 뉴욕지점의 주요 영업분야는 무역금융과 기업대출이다. 국내 대기업과 함께 미국 시장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주요 영업 대상이다. 초창기에는 소매금융도 함께 취급했지만 수익성 약화 등 이유로 지난 2002년 매각했다.
무역금융은 수출업체에 대해 원자재 구입 등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신용장 결제 등에서 이자수익과 수수료수익이 발생한다. 기업대출은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나 현지에서 한국 교포가 운영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자금 등을 지원하는 것 뜻한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미국 진출 시 현지에서 금융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국내 중소기업은 미국에서 이뤄진 거래실적이 없기 때문에 미국계 금융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기가 힘들다. 설사 신용등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저평가 돼 국내에서보다 낮은 등급을 받기 일쑤다.
반면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한국 본점을 통해 얻은 기업신용정보를 토대로 수출기업에게 필요한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 리스크관리를 위해 미국 현지 신용평가기관과의 협업도 진행된다. 수출기업의 모기업이 한국 내 기업은행과 거래한 기록이 있으면 해당 지점과 정보교환을 통해 대출을 내주기도 한다.
◇ 코로나 위기로 영업전략 재편, IB 진출 시도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뉴욕지점은 기업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진출 이후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산규모도 2020년 말 기준 3억3000만달러(약 3895억원)로 커졌다.
뉴욕지점은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영업자산이 확대됐다. 현대·기아차와 함께 미국에 넘어온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들이 조지아 주, 알리바마 주 등에 자리잡았고 이들은 뉴욕지점의 주요 고객이 됐다. 이밖에도 뉴욕 근교에 위치한 의류, 악세사리 등 소규모 한인교포기업 대다수가 뉴욕지점을 찾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에 퍼지면서 성장이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등 영업환경이 최악으로 치닫자 뉴욕지점은 곧바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줌 등을 활용해 화상회의를 적극 활용했다. 재해복구(DR)센터를 가동해 분산근무를 실시하고 필수 인력 외에는 재택근무하도록 했다.
소매금융을 취급하지 않은 탓에 영업에 대한 부담은 국내보다 적었지만 미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뉴욕지점 역시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내부통제) 이슈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약화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는 게 뉴욕지점 판단이다. 미국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바탕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구매력이 상승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저가 의류, 악세사리 업종 매출이 확대됐고 영업제한으로 타격이 큰 요식업종에 총 290억달러(약 34조3070억원)의 보조금을 투입해 커머셜 모기지론 연체율이 하락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성장률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5.0%에 이어 2분기 마이너스 31.4%를 기록했으나 3분기 33.4%로 뛰었고 4분기 4.5%를 기록했다. 올해는 1분기 6.3%, 2분기 6.7%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으나 3분기에는 물류 대란 여파로 2.0%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향후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혁신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SK, 삼성전자,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현지 투자를 늘리면서 협력업체의 금융수요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주에 배터리 공장을, 삼성전자는 텍사스 주에 반도체 공장, LG에너지솔루션은 테네시 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계 현지 법인 및 협력업체의 미국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자국 내 생산 장려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미국 내 투자가 커지고 있다”며 “향후 대기업과 함께 진출한 중소기업의 자금수요도 많아져 IBK뉴욕지점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뉴욕지점의 영업전략을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우량자산을 확충해 안정적인 수익창출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에 미국 현지 IB 거래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지 진출 중소기업 금융지원이라는 정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새 수익원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뉴욕 내 IB금융기관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우량 딜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현지 전문 애널리스트를 채용해 우량 딜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심사역량을 강화해 향후 본점에서 딜을 추진할 경우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우량자산 확충을 통한 안정적 수익창출을 위해 미국내 IB거래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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