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리뉴얼]"수동적 IB영업 이제 안해, 직접·선순위로 딜 참여"③이성환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장
김현정 기자공개 2021-11-22 13:43:38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난 '코로나19' 사태로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 시작됐다. 금융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언택트' 업무 정착에 주력했다. 올해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리뉴얼'에 힘을 쏟은 시기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1년 동안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또 어떤 전략을 준비 중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10: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핵심 금융허브로 은행 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증권사·연기금·사모펀드 등 다양한 마켓 플레이어들이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지역이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도 여러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장 참여자로서의 입지를 상당 수준 다졌다.과거 영업은 글로벌 대형은행으로부터 신디론 참여 초대를 받아 들어가는 수동적인 형태였다면, 지금은 다른 은행들을 끌어들여 일정 물량을 함께 책임지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지리적 특성에 입각한 ‘무역금융’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을 이끌고 있는 이성환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장(사진)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 저력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IB딜 역량 물올랐다', 운용사·사모펀드 협업 모색
이 지점장은 전세계 70~80% IB딜이 몰리는 금융 심장부 ‘뉴욕’ 지점과 아시아 최대 금융 허브 ‘싱가포르’ 지점, 두 곳 모두에 발령을 받은 인물이다. 해외 IB영업 및 기업금융 쪽에서 뛰어난 식견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이다.
2012년부터 2017년 1월까지 미국 뉴욕 지점에서 차장 시절을 보낸 뒤 한국에 돌아와서는 국내 금융메카로 불리는 강남 테혜란로에서 줄곧 근무를 했다. 역삼역금융센터지점 RM부장으로 일했으며 2020년에는 강남역금융센터에서 센터장을 맡았다. 싱가포르 지점과 연은 맺은 건 2020년 7월부터다.
이 지점장은 하나은행의 싱가포르 내 IB 영업은 더 이상 과거의 수동적인 영업 형태에 머물러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자산운용사·사모펀드들의 운용펀드 앞 직접 대출(Funds Financing)은 물론, 펀드가 일으키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선순위대출을 주선하는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 지점장은 “자산운용사 및 사모펀드들과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직접 대출을 해주든지, 펀드를 연계해 같이 신디론을 만든다든지, 펀드들이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 등 부동산자산을 매입할 때 관련 선순위 대출을 주선하는 형태들로 딜에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대형은행들과의 IB 신디론을 함께 진행하고 운용사·펀드들과 협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들과의 강한 연결고리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공식·비공식 루트를 모두 활용해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힘써왔다.
싱가포르 외국계 IB 담당자들은 대부분 왓츠앱을 통해 소통한다. 신디론 초대를 담당하는 팀(Distribution팀)의 RM들에게 왓츠앱으로 직접 연락해 딜 동향을 공유받고 관심 있는 내용이 있으면 바로 커피미팅을 잡는다. 싱가포르 기관 담당자들은 모두 다 너무 바쁘기도 하고 코로나19 이후 모임 인원 수 제한 조치가 엄격해 식사보다는 일대일 커피미팅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해당 미팅 등은 딜 참여 물꼬를 트는 중요한 시간이다.
하나은행은 진행할 수 있는 딜에 대한 크레딧(credit)과 프라이싱(pricing)을 명확하게 안내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주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하나은행에 적합한 딜을 자주 소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단 진행하는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승인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이는 ‘하나은행이 검토 진행하는 건은 승인을 받아오겠구나’라는 시장의 신뢰감을 높인 기반이 됐다.
◇하나금융 협업 시스템, '더 많은 길 열다'
이 지점장은 ‘싱가포르에어라인’ 항공기금융 주선 건을 올해 IB사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딜로 꼽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받는 업종이지만 9000만달러 규모의 대형 딜을 취급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은행은 4000만달러를 북에 담고 다른 금융기관 2곳에 나머지를 셀다운했다.
해당 딜을 주선하는 데 하나은행 본사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에서 내고 있는 일련의 성과들 중 상당 부분이 본점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IB데스크는 본점 글로벌IB금융부 소속으로 싱가포르 지점과 사무실을 공유하며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 받는다. 지점에서도 IB 자산 증대를 책임지는 IB 책임자가 있어 IB데스크와 서로의 네트워킹을 공유·활용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지점장은 “이곳에서 소싱하는 딜은 선박·항공기·인프라·부동산 등 종류에 따라 글로벌IB금융부의 관련 팀과 협업을 통해 진행하게 된다”며 “하나금융은 더 큰 시너지 창출을 위해 계열사들간, 해외거점 및 본사 간 협업을 매우 강조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하반기 하나금융지주가 설립한 싱가포르 자산운용사와의 협업도 기대 중이다. 이 지점장은 은행과 자산운용사는 기본적으로 감내하는 리스크와 요구하는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에 딜 커버리지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것이 좋은 협업 포인트라는 설명이다.
그는 “하나자산운용은 동남아 프로젝트 및 기업 대상 중순위 이하 투자를 주요 영업대상으로 하고 투자자라는 지위 특성상 해당 스폰서들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며 “스폰서와의 네트워킹을 싱가포르 지점과 공유하면서 자산운용사는 취급할 수 없는 선순위 대출에 지점이 참여할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중심지 싱가포르, 하나은행 '무역금융' 강자 자리매김
이 지점장이 강조하는 또 다른 주요 수익원은 무역금융이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라 제조업 기반이 없고 과거부터 세계 물류 중심지로 활약해왔다. 도시국가로 가능한 사업은 트레이딩. 각종 원유와 농산물, 원자재에 대한 트레이딩이 싱가포르에서 많이 이뤄진다. 세계 3대 오일 트레이딩 허브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은 이런 지리적 특성을 파악해 ‘무역금융’에 오랜 노하우를 터득했다. 과거 외환은행 시절의 이점을 살려 많은 한국 상사들의 수출입 거래가 하나은행을 통하도록 했고 이제는 한국계 은행 가운데 수출입거래 규모가 가장 큰 은행으로 유명하다. 매월 3억~4억달러 정도의 수출입 규모를 갖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이 수출입 업체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금융지원 형태는 크게 세 가지다. 수출입금융 한도 지원(대출, 신용장, 보증서 등)과 구조화 무역 금융상품 제공(매출채권 유동화, 재고담보 대출 등), 원자재 파생 상품 트레이딩 등이다.
한국계 은행의 경우 수출입 금융한도 제공(단기 대출, 신용장, 보증서)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경우 ‘수입-수출’ 전 과정에서 업체의 니즈를 원스탑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해놓았다. 수입 시 필요 결제자금 지원 외에도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를 할 수 있는 ‘포페이팅(현금을 대가로 한 외상채권 양도)’ 거래도 제공 중이다.
이 지점장은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싱가포르의 지리적 특성에 걸맞는 금융을 발전시켜왔다"며 "무역금융 역시 단순한 지원에서 벗어나 다양한 구조화 무역금융 신상품을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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