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필리핀 판매법인 넘어 생산법인 구축할까 현재 인니 공장 가동 준비에 집중···향후 동남아 물량 증가 여부가 관건
양도웅 기자공개 2021-11-19 07:53:38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7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필리핀 판매 전략을 '직접 판매'로 전환한 가운데 향후 생산 법인 설립까지 나아갈지 주목된다. 한국과 필리핀 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가격 경쟁력 확보에 파란불이 켜졌지만, 현지 생산만큼 강력한 현지화 전략도 없기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도 현대차에 현지 생산시설 구축을 오래전부터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진다.지난 5월 필리핀 자동차 전문 매체인 '오토인더스트리야(Autoindustriya)'는 현대차가 현지 생산을 위해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했다. 필리핀과 해당 매체의 기대감이 다소 담긴 보도인 측면도 없진 않지만 근거가 아주 희박한 것은 아니었다.
그 무렵 필리핀 투자위원회(BOI)의 카페리노 로돌프(Caferino S.Rodolfo) 총괄은 한국 기업의 전기차 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며, 그 대상으로 현대차와 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지목했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과의 미팅 자리에서 한 발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는 자국의 전기차 산업 부흥을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필리핀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동남아시아에서 니켈 매장량이 풍부한 곳이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이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 이를 활용한 완성차 업체에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필리핀 정부도 전기차 관련 인센티브 도입을 추진하는 등 관련 산업 육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높은 일본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이기도 했다.
필리핀의 현대차 유치 바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약 10년 전인 2012년에도 필리핀 정부는 현대차에 완성차 공장 설립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동남아시아에 생산시설 건설을 검토하고 있지만 필리핀은 후보지가 아니라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현대차는 이후 인도네시아를 선택했고 내년 초 양산을 앞두고 있다.
지난 5월 보도 이후 한국과 필리핀, 현대차에서 관련 입장이 추가로 나오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단순 해프닝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가 현지 마케팅 강화를 위해 필리핀에 판매 법인(HMPH)을 설립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내친김에 생산 법인 설립까지 나아갈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현지 딜러사인 'HARI'를 통해 한국산 차를 필리핀 시장에 수입·판매해왔다. HARI의 조립 공장에서 일부 생산이 이뤄지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현지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이번 판매법인 설립으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최근 한국과 필리핀 정부가 FTA를 체결하며 자동차 관세가 폐지돼 가격 경쟁력 향상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생산 법인까지 설립해 현지에서 직접 완성차를 생산할 경우 현대차의 필리핀 현지화 전략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다. 필리핀 자동차 시장에서 부동의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토요타는 현대차와 달리 완성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토요타가 현지에서 생산하는 소형 세단 '비오스'는 필리핀의 국민차로 불릴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점에도 필리핀 현지 생산 필요성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과 필리핀 정부의 FTA가 체결되지 않았다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지 생산을 고민해볼 수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FTA는 체결됐다. 또한 내년 초부터 인도네시아 공장의 가동이 시작되면 이곳에서 필리핀으로 수출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이웃 국가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추가 생산시설 건설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며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생산시설 건설은 인도네시아 공장의 물량이 계획 대비 크게 늘어날 경우 고민해볼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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