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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남은 글로비스 매각 시점, 정의선 회장의 선택은 공정위 사익편취 규제 한달 앞으로...7년전 블록딜 통해 지분 매각

유수진 기자공개 2021-11-29 07:27:09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5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기업 오너일가의 사익편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이 임박하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눈길이 쏠린다.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 시행까진 이제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앞서 정 회장은 한 차례 동일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15년 초에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았다. 선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같은 길을 택할 지 주목된다. 최근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정 회장이 시간에 쫓겨 억지로 서두르진 않을 걸로 보는 시각이 많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다음달 30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에 포함된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망을 이전보다 넓힌다. 현재는 오너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이여야 규제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20% 이상이면 리스트에 오른다.

공정위는 계열사와의 연간 거래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이상인 기업을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아도 제재와 무관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12조9100억원 가운데 3조37억원이 내부거래(국내 계열)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중으로 따지면 23.27%로 공정위 기준의 두배다. 해외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70%에 육박한다. 이전 추이를 보더라도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태생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완성차 해상운송 등을 담당하기 위해 출범한 물류사기 때문이다. 자연히 캡티브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이에 공정위는 올 5월 현대글로비스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 사각지대 회사(오너일가 지분율 20~30%인 상장사)로 분류하기도 했다.

현재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23.29% 갖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몫 6.71%까지 합하면 29.99%다. 해당 규제를 피하려면 두 사람은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 지분을 최소 10% 처분해야 한다.

물론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 매각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거나 계속 갖고 있는 방안 역시 택할 수 있다.

지분율을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정 회장은 일부라도 무조건 정리해야 한다. 정 명예회장 지분(6.71%)은 10% 미만이라 전량 처분하더라도 여전히 합산 기준 20%를 넘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 명예회장은 그대로 갖고 있고 정 회장 혼자 매각하는 시나리오는 가능하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정 회장 부자가 개정안 시행에 맞춰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어차피 정리할 거라면 시한 내(12월30일 전) 마무리 지을 거란 전망이 많았다. 굳이 공정위와 각을 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과징금 부과나 최악의 경우 총수 고발 리스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7년 전쯤 동일한 경험을 했다는 점도 매각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2014년 말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31.88%, 11.51%로 도합 43.39%였다. 당시 공정위의 규제 기준은 30%였다. 부자는 2015년 1월 블록딜을 통해 지분 매각에 나섰다.

1차 거래는 투자자 확보 실패로 무위로 끝났지만 한달후 2차 시도에서 13.39%를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1차 때보다 가격을 낮추고 주관사가 잔여물량을 인수한다는 조건을 단 결과다. 당시 현대차그룹 측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최근 현대차그룹 안팎의 기류는 조금 다르다. 연내 지분 매각을 위해 무리할 필요까진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당한 '때'를 찾는 게 최우선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간에 쫓겨 실책을 범하진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시원찮다. 지배구조 개편에서 소요될 자금 확보가 절실한 정 회장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15만9500원으로 연저점인 15만3500원에 가깝다. 장중 연고점이었던 23만5000원과 비교하면 32% 이상 빠진 셈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규제 대상이 된다고 해서 곧바로 제재를 받는 것도 아니다. 공정위는 조사 등을 통해 위법성 여부를 따져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 특히 비용절감이나 판매량 증가, 기술개발 등을 통한 효율성 증대 등이 인정되는 거래를 예외로 인정하기도 한다. 해당 매출액의 최대 5%였던 과징금이 10%로 늘어나며 부담이 커지긴 했지만 다른 선택지에 눈을 돌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지분 매각 후 주가가 안정적일 거란 보장도 없다. 어느정도 예정됐던 수순이긴 하지만 대주주의 지분 매각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2018년의 사례를 볼 때 현대글로비스는 향후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도 있다. 단지 '시한 내 매각'을 목표로 섣불리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한달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는데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무리해서 지분 정리에 나서진 않을 거란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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