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소재 역수출' 엔씨켐, 글로벌 제조사로 체급 키운다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열전]①동진쎄미켐 의존 구조 日·美 고객사로 확대…'규모의 경제' 삼양그룹과 맞손
조영갑 기자공개 2021-12-06 08:53:54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품목 배제로 촉발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거스르기 힘든 순류(順流)를 만들었다. 특히 일본이 정면으로 겨눈 반도체 섹터는 각고의 연구개발(R&D)을 거치면서 국산화 기대주를 다수 배출, '자력갱생' 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을 노리고 있는 반도체 소부장 기대주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1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공정 핵심소재인 포토레지스트(PR·감광액)용 폴리머(polymer)를 생산하는 '엔씨켐'이 글로벌 제조사로 체급을 키우고 있다. 국내 고객사(동진쎄미켐-삼성전자)를 포함해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고객사 향 공급물량을 확대하면서 국산화 기수를 넘어 '역수출' 기대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엔씨켐은 이 과정에서 국내 60위권 대기업 집단 삼양그룹과 손을 잡으면서 '규모의 경제'를 위한 든든한 뒷배도 확보했다. 삼양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삼양홀딩스가 약 575억원을 투자해 엔씨켐의 지분 49.92%를 인수,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덕분이다. 다만 창업주 이 대표는 경영을 지속하면서 삼양홀딩스, 전략적투자자(SI)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크레센도PE)와 함께 엔씨켐의 글로벌 마스터 플랜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 2018년 크레센도PE 투자로 글로벌 제조사 기반 마련
2008년 케미칼 전문가 이창민 대표가 설립한 엔씨켐은 반도체 공정 핵심소재인 PR용 폴리머, PAG(Photo Acid Generators·광산발산제)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PR은 웨이퍼 노광 공정에서 쓰이는 재료다.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폴리머는 이 PR의 원재료, PAG은 첨가제 역할을 하는 케미칼이다. 순도와 품질에 따라 웨이퍼 수율에 영향을 미친다.
엔씨켐은 국내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D램, 낸드플래시 관련 케미칼을 생산하는 제조사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2019년 하반기 일본 정부가 PR 등 반도체 핵심소재를 화이트리스트(수출허가 품목)에서 제외한 이후 동진쎄미켐 등 국내 제조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함께 기업가치가 올라갔다. 그동안 PR 소재 등은 일본 JSR, 신에츠(shinetsu), 미국 다우케미칼(현 듀폰) 등이 사실상 독점하는 시장이었다.
2018년 엔씨켐의 잠재력을 알아본 크레센도PE가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750억원가량을 투자한 이후 매출 볼륨이 커졌다. 엔씨켐은 투자금을 종잣돈 삼아 공주 정안라인, 화성 탄천라인 등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3배가량 확대했다. 그 결과 2017년 380억원대에 머무르던 매출액은 지난해 582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무역 도발에 앞서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고객사 향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국산화 기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고객사는 동진쎄미켐이다. 삼성전자의 PR 벤더사로 지위를 굳힌 동진쎄미켐에 폴리머를 납품하면서 사세를 급격하게 키웠다. 동진쎄미켐이 생산하는 KrF(불화크립톤) PR 제품의 폴리머 등을 사실상 전담하면서 일본산 PR을 대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비상장사라 정확한 매출 비중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동진쎄미켐 관련 매출액은 총 매출 대비 약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반기 공급망 변동이 오면서 업계에선 엔씨켐의 '위기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동진쎄미켐이 128단 3D 낸드플래시용 KrF 폴리머 제품을 기존 거래처인 엔씨켐에서 미원상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연 매출액 규모만 250억원 이상의 물량이다. 고적층 물량까지 미원상사로 뺏기는 거 아니냐는 여론도 번졌다. 이 경우 최대 고객사가 공급선에서 이탈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엔씨켐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128단 낸드 관련 물량만 미원상사가 가져간 것"이라면서 "당시 R&D 인력이 부족해 공급변동이 생겼지만, 이후 물량은 다시 회복했다"고 말했다. 기존 96단 물량을 비롯해 고적층(256단) 3D 낸드플래시의 PR 폴리머 수주를 회복했다는 의미다.
◇ 콧대 높던 日 JSR, 자국 소재서 엔씨켐 소재로 거래처 변경
엔씨켐은 현재 동진쎄미켐 향 의존도를 낮추고, 거래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018년부터 이어온 이 대표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으로 일본 굴지의 케미컬 제조사인 JSR, 미국 듀폰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JSR의 경우 이전까지 일본 소재(폴리머)를 기반으로 PR을 제조했으나 현재는 엔씨켐의 소재를 공급받아 PR을 제조해 국내 반도체 메이커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판로를 변경했다. 엔씨켐이 PR 폴리머 역수출에 성공한 셈이다. 듀폰은 국내법인(천안)을 거점으로 엔씨켐의 소재를 공급받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한 엔씨켐은 올해 동진쎄미켐 의존도를 약 60% 수준으로 낮췄다. 그런데도 올해 예상 매출액은 전년대비 20% 성장한 7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외 고객사 향 매출액이 약 3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엔드유저 역시 삼성전자 위주에서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로 확대하면서 내년 실적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창민 대표는 "내년 역시 올해 매출액 대비 약 20%의 성장이 예상되는 동시에 특정 고객사 매출 의존도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진행한 고객사 다변화의 노력이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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