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철강 프레임 탈피...20여년만의 지배구조 변화 시도 [지배구조 분석/포스코 지주회사 전환]민영화 후 철강 비즈니스 성장성 한계 도달…2차전지 소재·수소 신성장사업 투자 가속화 관측
이우찬 기자공개 2021-12-03 07:38:12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1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또 한 번의 지배구조 변화를 앞두고 있다. 2000년 정부 지분을 매각하며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탈바꿈한 지 20여년 만에 지배구조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민영화는 포스코가 글로벌 5대 철강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민영화는 외국인 지분이 확대되고 포스코가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20여년이 흐른 현재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하며 철강 중심에서 벗어나 비 철강사업부문의 성장성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포스코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상당히 과소평가돼 있다는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전중선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대표이사 부사장)도 지난 10월 3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지지부진한 주가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 부사장은 "철강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기업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복수의 애널리스트 지적에 대한 답이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9조3000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인 2008년 7조1700억원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주가는 거꾸로다. 지난 5월 41만원을 돌파했으나,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지난 10월, 30만원대로 주저앉더니 현재 20만원대 후반대로 내려왔다. 최대 실적에도 기업가치의 잣대인 시가총액이 정바대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의 지주사 체제 전환 추진은 최대 실적 속에 그룹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의지가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에도 이 같은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를 더 이상 철강기업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지 말아달라는 시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포스코는 전통산업인 철강기업 이미지에 가려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포스코는 철강 이미지 탓에 밸류에이션이 낮다"며 "시장에서 철강 비즈니스에 제대로된 가치를 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업회사 성격의 포스코 아래에는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등 여러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다.
예컨대 이 같은 상황에서 포스코가 본사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리튬 투자 등 2차전지 소재사업의 경우 철강에 가려 제대로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포스코는 철강 이외에 소재사업, 수소사업 등 다양한 신성장 사업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시장에서 인적분할을 유력하게 거론하는 이유다. 포스코는 인적분할 후 투자형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지주사 밑에 포스코의 사업회사와 각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두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포스코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투자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며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수소사업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빠르고 공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주사 체제 전환 추진은 전체 그룹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염두해둔 것으로 보인다"며 "(지주사 전환이 완료되면)성장성을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철강사업의 사업회사보다 신사업 투자를 콘트롤하게 될 지주사 쪽 주가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회사로 있던 포스코가 지주회사를 설립해 콘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2차전지 소재 등 신성장 부문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투자형 지주사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는 철강 색채가 너무 짙어 신소재, 에너지 등의 신사업을 추진할 때 동력이 약화됐던 게 사실"이라며 "지주사 설립으로 계열사별 경쟁력 강화를 극대화하는 수순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경영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사 체제 검토를 추진하고 있다”며 “12월 이사회 의결, 1월 임시주주총회 절차도 예정돼 있고, 구체적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 방식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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