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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1년 전 '통큰' 자사주 매입, 지주사 위한 밑그림일까 자사주 지분율 8%대에서 13%대 확대...인적분할시 의결권 부활

조은아 기자공개 2021-12-03 07:40:26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2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는 1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지주사 전환 안건을 부결하면 없던 일이 된다. 다만 이사회를 통과하고 인적분할 방식이 확정될 경우 포스코가 보유한 대규모 자사주를 통해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관심은 포스코는 지난해 4월부터 1년동안 무려 1조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점에 쏠린다. 시장 일각에선 이미 이때부터 '재무통'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포스코가 보유 중인 자사주는 1156만1263주로 지분율이 13.26%에 이른다. 포스코가 인적분할을 통해 기업을 쪼갠 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이 과정에서 해당 자사주가 지주사 행위요건 충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12월 30일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이 기존 상장사 20%에서 30%로 높아진다.

법인이 보유한 자사 주식인 자사주는 상법상 의결권이 없다. 그런데 인적분할을 하면 통상 지주회사에 사업회사의 자사주까지 몰아서 배정한다. 지주회사에 배정된 사업회사 주식은 더 이상 자사주가 아니기 때문에 의결권이 부활한다.

다른 대기업들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이를 많이 활용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포스코 지주회사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포스코 사업회사의 지분 13.26%를 확보하게 된다. 지분을 30% 보유해야 하는데 이미 자사주를 통해서만 절반 가까이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의 시선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대규모로 이뤄진 포스코의 자사주 매입에 쏠리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이사회에서 1년 만기 자사주 금전신탁계약을 결의했다. 금전신탁 계약기간인 올 4월12일까지 자사주를 매입해 계약금액 1조원 전액 매입을 마쳤다. 지난해 3월 포스코가 보유했던 자사주는 707만1194주(8.1%)였는데 1년 만에 13%대까지 높아졌다.

당시 이같은 조치는 최정우 회장의 '승부수'로 여겨졌다. 무려 13년 만의 자사주 매입인 데다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 우려가 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1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2019년 말 기준 포스코의 현금시재가 11조7234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1조원을 자사주 매입에 썼다. 코로나19로 대다수 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기 바쁠 때 포스코는 정반대로 현금을 풀었다.

포스코는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방어를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스코 주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2월 초까지만 해도 20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한달 뒤 1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포스코 주가는 2년 전인 2018년 초만 해도 40만원을 바라봤다.

특히 당시는 최 회장이 철강을 넘어 2차전지 소재 등 미래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던 시기와도 맞물린다. 최 회장은 전임 회장들과 달리 재무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최 회장이 코로나19와 신사업 추진 등 급격한 영업환경 변화를 맞아 포스코그룹 전반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고민을 당시부터 시작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포스코의 선택지가 물적분할일지, 인적분할일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 자사주를 대규모로 확보한 셈이다.

지주사 전환은 최 회장이 추진 중인 다양한 신사업 투자에도 속도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수소 등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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