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로위, 파산위기 '지성쉬핑' 살려낸 DIP 파이낸싱 마법 복잡한 선박금융 리파이낸싱 구조, 1300만달러 지원
이명관 기자공개 2021-12-13 07:59:02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9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산위기에 직면했던 지성쉬핑이 DIP(Debtor In Possession)파이낸싱 제도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이 과정에서 스페셜시츄에이션 투자전문 펀드 운용사인 SC로위(SC Lowy Financial (HK) Limited)의 역할이 컸다. 지성쉬핑의 DIP파이낸싱 활용은 통상적인 형태와를 달랐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DIP파이낸싱이 활용됐을까.◇시대 역풍 맞은 지성쉬핑, 파산위기
지성에너지 계열인 지성쉬핑은 아스팔트 수출무역을 주요사업 삼고 있다. 아스팔트와 용융유황 해상운송사업이 핵심이다. 지성쉬핑의 사세가 기울기 시작한 시기는 3년전 즈음부터다. 2018년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의 반덤핑관세 규제와 보후무역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력사업인 해상운송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경영환경은 한층 더 악화됐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유동성이 말랐고, 끝내 지난해 말께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법원 관리에 돌입한 지성쉬핑은 자체회생으로 가닥을 잡았다. 보유 중인 유휴선박 매각을 통해 일정 규모의 채권 변제 대금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해상운송업을 통해 통해 충분히 상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성쉬핑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동의가 동반돼야 했다. 관계인 집회를 통해 담보권자의 75% 이상, 회생채권자의 66.7% 이상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바로 선박금융이었다. 용융유황 선박을 담보로하는 기존 선박금융의 만기는 오는 2022년 초였다. 문제는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선박금융 시장에서 신규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그만큼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었다.
더욱이 몇몇 채권자는 해당 선박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하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만약 만기 도래하는 선박금융 상환을 위해 주요 선박을 처분한다면 회사의 회생절차를 더이상 진행하게는 게 무의미했다. 이는 사실상 파산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DIP파이낸싱 전문가 'SC로위' 등장
이러한 상황에서 SC로위가 구원투수 격으로 등판하면서 지성쉬핑의 회생길이 열렸다. SC로위는 한국선박금융(KOMARF)의 금융주선으로 지성쉬핑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SC로위는 홍콩계 펀드로 구조조정 딜에 일가견이 있는 곳이었다. 투자형태는 DIP파이낸싱이었다.
DIP파이낸싱은 구제금융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제도다. DIP파이낸싱은 미국에서 1978년 도입됐다. 관리인을 따로 선임하지 않고 기존의 경영진이 제공하는 신용공여를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받는 형식이다.
미국에서는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이 DIP파이낸싱으로 자금을 지원받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 국내에는 2009년 도산법 개정으로 일정 부분 DIP파이낸싱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선박금융이 SC로위에 손을 내밀었던 이유는 과거 대한해운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8년 전 SC로위는 법정관리 중이던 대한해운에 DIP파이낸싱으로 8500만달러(약 1000억원) 가량을 주선했다. 주선을 맡은 SC로위는 직접 투자에서 나섰다. 특히 대한해운은 사례는 민간투자기관이 실행한 첫 번째 DIP파이낸싱을 딜이었다.
당시 대한해운은 M&A를 통해 회생을 도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부터 장기간 이어진 법정관리 여파로 운용자금이 마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때 경험이 풍부한 SC로위가 지원군으로 나서면서 대한해운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SC로위는 이후 2년 전인 2019년에는 동아탱커와도 DIP파이낸싱으로 인연을 맺기도 했다. 당시 회생절차에 있던 동아탱커가 해외채권기관에 의한 주요 선박 억류로 인해 M&A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DIP파이낸싱을 제공하면서 자금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회생절차 진행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앞선 경험을 토대로 SC로위는 다시 한번 지성쉬핑에 대한 DIP파이낸싱 검토에 나섰다. 지성쉬핑의 경우는 다소 특별했다. 보통의 DIP파이낸싱은 회생회사에 직접 대출을 실행한다. 그런데 이 경우엔 조금 달랐다. 선박금융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했다. 흔치않은 사례였다.
선박금융은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경험이 없는 운용사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SC로위는 그런 측면에서 다수의 해운사 구조조정 투자 경험을 통해 취득한 노하우로 순조롭게 지성쉬핑 투자를 진행했다. 여기에 서울회생법원의 전문성도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SC로위는 지성쉬핑에 1300만달러(약 150억원)의 선박금융 대출을 제공했다. 지성쉬핑의 DIP파이낸싱 구조를 살펴보면 신규 대출을 활용해 용융유황 선박들에 대한 기존 선박금융 대출을 전액상환하고, 회생절차 지속을 위한 운전자금을 확보하는 형태다. SC로위는 국내 주요 정유사와의 장기용선계약이 체결된 선박을 담보로 제공받으면서 투자의 안전성까지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성쉬핑은 회생계획안을 만들었고, 지난달 18일 채권단 동의 절차인 관계인 집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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